발동곡현(發同谷縣) 동곡현을 출발하며(五言古詩)

by 오대산인

발동곡현(發同谷縣) 동곡현을 출발하며(五言古詩)


시의 원주에 “건원 2년 12월 1일, 농우로부터 성도로 넘어가는 길의 기행이다”(乾元二年十二月一日, 自隴右赴成都紀行.)라고 되어 있음. 759년 겨울, 두보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동곡에서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촉땅의 성도(成都)로 떠나 결심을 하였다. 그 여정에서 12수의 기행시를 지었는데, 이 시는 동곡을 떠나게 된 사정을 그려냈다.


賢有不黔突(현유불검돌) 아궁이 검도록 불 때지 못하고 떠돈 현인 있으며

聖有不煖席(성유불난석) 앉은 자리 따뜻할 겨를 없이 떠돈 성인 있었네.

況我飢愚人(황아기우인) 하물며 나처럼 굶주리고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

焉能尙安宅(언능상안택) 어찌 오래도록 편안히 집에서 살 수 있으랴.

始來茲山中(시래자산중) 처음 여기 산 속의 동곡으로 왔을 때에는

休駕喜地僻(휴가희지벽) 수레를 멈추고서 땅이 외져 기뻐했건만,

奈何迫物累(내하박물루) 어이해 음식 의복 같은 외물의 구속에 핍박당해

一歲四行役(일세사행역) 한 해에 네 번씩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는가!

忡忡去絶境(충충거절경) 근심스런 모습으로 산천 아름다운 이곳을 떠나

杳杳更遠適(묘묘갱원적) 아득하기만 한 곳으로 다시금 멀리 길을 가노라.

停驂龍潭雲(정참룡담운) 용담의 구름가에 수레 끌던 말을 세우고

廻首虎崖石(회수호애석) 호애의 바윗돌을 고개 돌려 바라보노라.

臨歧別數子(림기별수자) 갈림길에서 여러 사람들과 작별하면서

握手淚再滴(악수루재적) 손잡은 채 눈물 자꾸 맺혀 흘리는구나.

交情無舊深(교정무구심) 사귄 정이야 오래지 않아도 깊기만 하니

窮老多慘慼(궁로다참척) 나의 곤궁하고 노쇠함에 많이들 슬퍼하누나.

平生懶拙意(평생나졸의) 평생을 게으르고 우둔하더니만

偶値棲遁跡(우치서둔적) 어쩌다가 은둔의 자취를 남기게 되었네.

去住與願違(거주여원위) 떠나고 머뭄이 바라는 것과 다르기에

仰慚林間翮(앙참림간핵) 숲속의 새 올려 보기에도 부끄럽구나.



* 불검돌(不黔突) : 묵적(墨翟)이 한 곳에 정주하지 않아 온돌에 불을 때 시커멓게 될 겨를이 없었다는 뜻.

* 불난석(不煖席) :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느라 앉은 자리가 따뜻해질 겨를이 없었다는 뜻.

* 사행역(四行役) : 그해 봄 낙양에서 화주, 가을에는 화주에서 진주, 겨울에는 진주에서 동곡, 이번에는 동곡에서 성도로 길을 떠나감을 의미함.

* 용담(龍潭) : 동곡 산중의 만장담(萬丈潭)을 가리킴.

* 호애(虎崖) : 동곡성 서쪽에 있다.

* 거주여원위(去住與願違) : 동곡을 떠나고 싶지 않으나 부득이 떠나감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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