卜居(복거) 살 곳을 정하다(七言律詩)
숙종 상원 원년(760) 봄, 두보가 처음 성도에 도착해 초당사(草堂寺)에 머물 때 지은 시. 전년 12월에 성도에 도착한 두보는 검남서천절도사(劍南西川節度使)이자 성도부윤(成都府尹)인 배면(裴冕)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완화계에 초당을 짓게 되었다. 복거는 원래 점을 쳐서 살 곳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浣花溪水水西頭(완화계수수서두) 완화계의 냇물, 그 냇물 서쪽 머리로구나.
主人爲卜林塘幽(주인위복임당유) 주인이 그윽한 못가 숲에다 터 잡아줬네.
已知出郭少塵事(이지출곽소진사) 외곽으로 벗어나 속된 일 적을 줄 알며
更有澄江銷客愁(갱유징강소객수) 게다가 맑은 강 있어 객수를 삭힐 만 하리.
無數蜻蜓齊上下(무수청정제상하) 무수한 잠자리는 나란히 위아래 날고
一雙鸂鶒對沈浮(일쌍계칙대침부) 한 쌍의 자원앙 짝지어 잠겼다 떠오르네.
東行萬里堪乘興(동행만리감승흥) 동으로 만리 길 가며 흥취를 누릴 만 하니
須向山陰上小舟(수향산음상소주) 산음땅 향하여 작은 배에 오르고야 말리라.
* 완화계(浣花溪) : 성도 서쪽 외곽에 있는 냇물. 백화담(白花潭)이라고도 함. 두보 초당이 여기 지어졌다.
* 주인(主人) : 성도윤(成都尹)으로 있던 배면(裴冕)을 가리킴.
* 계칙(鸂鶒) : 자원앙(紫鴛鴦)을 가리킴. 우리말 이름은 비오리.
* 동행만리(東行萬里) : 촉한이 비위(費褘)를 동오에 사자로 파견할 때 제갈량이 송행했는데, 비위가 “만리 길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萬里之行, 時于此矣.)고 하였다. 완화계 동쪽에 있는 만리교(萬里橋)도 그로 인해 붙여진 이름임.
* 산음(山陰) : 절강성 소흥(紹興)을 가리킴. 두보는 젊었을 적 이 곳을 여행한 적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