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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애 Jun 19. 2024

트레이시 에민 <나의 침대,1998>

햇빛을 보자.

트레이시 에민 <나의 침대, 1998>


흐트러진 침대

 

침대 위 흐트러진 침대보와 이불, 벗어놓은 스타킹, 침대 밑에 실내화와 물, 담뱃갑, 신문지, 치약, 지퍼백, 종이 포장지 껍데기, 비닐 봉다리, 술병, 음료수병, 휴지 뭉치, 인형이, 침대 옆 협탁 위엔 그릇, 책, 팜플렛 등이 어지러이 있다. 침대 옆 반대편에 여행 가방이 놓여있다.

 

방금 여행에서 돌아온 듯도 하고 ,침대 프레임만 다르지 내 침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도 하다. 오히려 내 침상이 더 깨끗한 듯. 그러나 나도 결혼 전에 저랬으니까. 나라가 다르고 직업이 달라도 사람 사는 모습은 거기서 거긴가 싶기도 하다.

 

그럼 시대가 다르면 어떨까? 시대가 달라도 수면 욕구는 사람의 기본적인 생리 욕구이니, 침대는 있었을 것이다. 허나 우리네 한국인은 온돌 생활을 했으므로 아마도 이불을 펼쳤을 게다. 최근 읽은, 박완서 작가가 순전히 기억력에 의지해서 썼다는 장편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보면, 뒷간도 개천을 건너야 갈 수 있었고, 학교도 산을 넘어서 통학을 한다.

 

그러니 하루에도 몇 번씩 뒷간을 가니까, 자연스레 몇 번씩 밖으로 나가 개천을 건너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통학도 산을 넘어 해서인지, 작가는 작은 체구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자랑했다고 한다. 

 

침대 밖으로

 

그런데 요즈음의 우리는 바깥에서의 시간이 너무나 없는 것 같다. ‘짧다’는 말도 부족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오죽하면 걸음 수대로 캐시를 쌓아주는 어플이 등장했을까? 나도 수업, 모임, 운동, 실습, 장보기, 친지방문을 다니지만 목적지까지는 차로 이동하므로, 주차장에서 건물까지 걷는 것이, 나의 바깥활동의 전부이다. 

 

요즈음 우울증등 정신건강의 문제가 많이 대두되는 것도 바깥활동의 부족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코로나를 지나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렇잖아도 부족한 바깥외출을 더 안 하게 되니 일조량이 너무 부족하게 된 듯싶다. 

 

그래서 유럽에선 햇빛만 비치면 다들 일광욕을 즐기러 밖으로 나오나 보다. 해수욕장도 아닌 바닷가 바위 위에서 누드로 일광욕을 즐기는 유럽인들을 보면, 좀 남부끄럽기도 하지만 본인은 제대로 햇볕을 즐기고 있는 중 일 게다.

 

유럽은 화려한 건축과 조각 뿐 아니라, 공기도 다르고 햇빛도 다르다. 세계역사, 문화의 중심을 서구 유럽에 두는 사대주의 사상은 차치하더라도,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그 공기와 햇살와 하늘이 우리나라와는 다르다는 걸 느낀다.

 

돌이켜보면 좋은 계절에 여행한 탓도 있겠지만은, 이것저것 관광하느라 해가 있는 낮에 바깥을 충분히 돌아다니며 걷게 되는 것이다. 걸으면서 자연히 햇빛을 충분히 받게 된다. 그곳에 사는 친구 말로는 현지인들도 주로 걸어서 이동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하이힐만 고집하던 친구가, 그곳에는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했다.

 

걸을 수 없는 거리

 

그런데 우리나라의 거리는 어떤가? 요즈음 여의도광장도 공원으로 바뀌고 경의선 철로도 경의선 숲길로, 골프장과 경마장이 있던 성수동도 서울숲공원으로 조성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들이 많이 보이긴 한다.

 

그러나 여기, 내가 사는 화성에서는 도로 옆에 인도도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아, 초등아이들이 갓길로 위험천만하게 통학하는 모습도 펼쳐진다. 현재는 통학버스가 운영중이긴 하나, 도로 확장공사로 도로 양옆을 뒤엎고 있는 상황이어서, 아이가 산책이라도 할라치면 그 위험천만한 길을 걸어야만 한다.

 

그 길을 산책하던 우리 아이를 보고는, 마을 주민이 나에게 알려주었고, 나도 아이에게 산책을 금지시킬 수 밖에 없었다. 성장호르몬 분비를 위해 충분한 햇빛을 쬐야 하고, 성장을 위해 바깥 활동을 늘려야 하는 시기에 산책 금지라니,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럽처럼 건축물을 화려하게 바꿀 수야 없겠지만, 거리를 안전하고 걷기 좋게 바꾸어 주면 어떨까? 내가 거리를 조성할 수는 없는 재력이니, 정부와 지자체가 국민들의 신체와 정서건강을 위해 노력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햇빛을 보자

 

검색엔진만 찾아봐도 햇빛의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비타민 D합성으로 칼슘흡수를 도와 골다공증을 예방해주는 것은 물론, 멜라토닌 분비 조절로 자연적 생체리듬을 조절해 숙면을 돕고,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 증가로 기분을 좋게 해준다. 

 

T세포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높여주고, 성호르몬 분비 조절로 갱년기 장애를 예방하며, 햇빛이 피부 속 질산화물을 자극하면 혈관속으로 방출돼 혈압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과 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등에 효과가 좋다.

 

또한 햇빛을 받지 못하면 수정체와 망막사이의 거리가 길어져 근시가 생길 확률을 높인다. 게다가 비만과도 연관이 있는데, 지방을 태워 열량소모를 원활하게 하는 갈색지방은 자외선에 노출될 때 활성화된다고 한다.

 

나의 지방을 태워준다니, 무엇보다도 햇빛을 쬐야 할 이유다. 햇빛만 보면 합성되는 비타민D부족이 한국인의 90%라니, 오늘부터 해가 있는 낮에 아파트 단지 벤치에서라도, 햇빛을 충분히 즐겨보자. 나의 뱃살이 타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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