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나무그늘에서 함께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 혼자있는 사람, 널브러져 있는 사람이 보인다. 그림 속에서는 다른사람들이지만 모두 나의 모습같다. 나 역시 일도 하고 타인과 함께하기도 하고, 혼자있기도 하고, 널브러져 있기도 하다.
얼마 전 옥탑방의 문제아들이라는 티비예능프로그램에서 정일우배우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떤 점이 좋았느냐는 패널들의 질문에 일, 사람, 어떤 디지털환경도 없이 오롯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는 답을 했다. 티비프로그램에서 일반인이나 연예인들이 부모님께 영상편지를 보내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면 남편은 "영상편지 보내며 눈물 흘리지 말고 평소에나 잘하지"라며 혀를 끌끌차곤 한다. 나도 정일우 배우의 답을 들으며 같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자신을 좀 돌아보지. 그 먼데까지 가서 800km 넘게 걸으면서 꼭 그 고생을 해야 자신을 돌아보는 걸까? 하지만 나 역시도 평소에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체구조상 눈이 밖을 향하고 있어 나의 밖은 볼 수 있지만 막상 내 자신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대게 시선을 사로잡는 것에 내 마음을 두니 그것이 나자신이 아님은 물론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요원해진다. 그럼 모두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라야만 자신과 마주할 수 있을까? 내 시야로는 거울을 봐야만 나를 볼 수 있지만 우리에겐 육감이라는 것이 있으니 나를 느낄 수는 있다. 지금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의 마음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고 싶은지 나를 돌아보아 주자. 밖으로만 향하던 시선을 잠시 나에게로 가져와 나와 연결되는 시간을 가져보자. 매일 하루에 한번 만이라도 나를 돌아보아 준다면 반드시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지 않더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