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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by 김경애
이대원 <배꽃>

오산시립미술관에서 한국 근현대미술 명작전이 열렸다. 박수근, 이중섭, 김창렬등 주옥같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가득했다. 모두가 훌륭한 명작이었지만 특히 내 눈길을 끈 건 몽환적인 느낌의 이대원의 작품이었다. 아름다운 색채들이 점점이 흩뿌려진 듯, 춤추는 듯 캔버스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캔버스 위의 색점들처럼 인생이라는 캔버스위에 갖가지 색의 순간순간 색점들이 채워져간다. 어린시절 친구와 비누방울 놀이를 하며 즐거워 하던 순간, 곤충채집을 하다가 나비날개가 가루가 되어 장례를 치뤄주던 순간, 부모님께 꾸지람듣고 숨죽여 훌쩍이던 순간, 짝사랑으로 가슴 설레고 아파하던 순간, 신의 사랑에 감사하던 순간, 인생에 대한 의문을 신께 묻던 순간, 여름수련회의 촉촉한 새벽공기, 입시의 부담감, 합격의 기쁨, 큰 기대만큼이나 실망스러웠던 첫 미팅, 힘들었던 아르바이트와 일, 설레고 가슴아픈 연애, 축복받은 결혼, 선물같은 아이와의 만남, 영아산통으로 밤새 우는 아이 달래기, 걸음마떼기, 어린이집 보내기, 말썽부리는 아이 훈육하기, 아픈아이안고 응급실로 뛰기, 아이와 함께 한 여행, 놀이, 일상 모든 순간 순간의 색점들이 내 인생의 캔버스를 가득 채운다.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힘들고 아프고 화나고 불안하고 미워하면서 사랑하고 감사한다. 그 모든 순간에 나와 함께 있어 준 이들에게 감사하고 그 모든 순간을 살아낸 나에게 감사하며 그 모든 순간을 품어준 우주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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