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치로 타카기_나는 빛에 대해 증언하는 목격자다, 2024
소리괴물
지난 7월 그림책을 사랑하는 교사들의 모임(그사모)에서 진행하는 '그림책 교육 나눔 콘서트' 온라인 강의를 들었다. 배움이 있어야 나눠줄 것도 생기는 법, 여덟 번의 저녁 강의는 밖으로 쏟아내며 지내는 내 삶 속의 단비 같은 시간이었다. 세 번째 시간에 만난 이범재 작가는 처음으로 출판한 <소리 괴물> 그림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 장에 등장하는 엄마와 아이 그리고 알록달록한 글씨들이 내 현실과 맞닿아 '우리 집과 똑같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엄마 입에서 나온 소리는 아이의 귓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그대로 반사되어 공중으로 날아간다. '나 누구한테 얘기하는 거지?' 혼잣말을 하며 헛웃음을 지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작가님이 직접 겪은 상황이 담긴 첫 장면으로 시작한 <소리괴물> 이후로 배려와 나눔, 감사하는 삶, 지혜로운 삶, 꿈을 꾸는 삶, 자신을 사랑하는 삶에 대한 그림책을 출판했다.
동상이몽
다음 날 디 뮤지엄 《취향 가옥 2: Art in Life, Life in Art 》전시를 보고 난 후 굿즈샵에 들렸다가 내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 엽서 앞에 섰다. 누가 봐도 육식동물의 최강자 '호랑이'가 열심히 이야기하는데 초식동물 '양'이 무릎 꿇고 손을 모으며 듣는 척하며 '메롱'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호랑이와 양의 탈만 썼지 우리 삶의 모습이었다. 넥타이 차림 덕분에 회사라는 장소가 먼저 떠올렸다. 회사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라떼는 말이야'로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하자 부하직원은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네, 네.' 하며 속으로는 딴생각을 한다. 다음으로 한참 성장하는 아이들이 있는 집이 생각났다. 바르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엄마와 아빠의 마음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듣는 척하며 '또 잔소리네. 내가 좋아하는 게임 생각해야지.' 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동상이몽 같은 대화 속에서 살고 있다.
강자약자
<소리 괴물> 그림책의 첫 장면과 오버랩되는 이 작품은 코이치로 타카기의 <나는 빛에 대해 증언하는 목격자다, 2024>라는 작품이다. 작가는 의인화된 동물을 표현함으로써 익명성 상징하며 친밀함과 낯선 감정을 뒤섞으며 기묘하고도 불편한 분위기를 그림에 담고 있다. 그림 속 호랑이와 양의 모습에 나와 아이들을 투영해 보았다. 사춘기 남매와 하루에도 몇 번씩 뒤통수가 뜨끈해지는 요즘, 엄마인 나는 엄마라는 이유로 반짝이는 핑크빛 바위처럼 내 삶을 즐기면서 아이들의 마음은 듣지도 않고 내 할 말만 하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았다.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호랑이고 내가 양인 듯하다.
영어 프린트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아이에게 "누구 그렸어?" 하고 슬쩍 말을 걸어보았다. "친구." 아주 짧은 대답만 돌아왔다. "친구도 안경 썼네." 하며 말을 이으려고 할 때 아이가 선수를 쳤다. "엄마, 밥 먹을 때는 밥만 먹게 해 줘." 입속에서 맴도는 말은 수첩에 끄적거리는 걸로 만족했다.
'엄마는 너의 흔적 속에서라도 너를 알아가고 싶은 거야.'
아이들과 어떻게 대화를 해 볼까? 고민하는 난 언제나 약자. 튕겨나가는 말들이 아이들 주변을 맴돌다가 마음으로 들어가는 날을 기대하며 속상한 마음도 잠시 접어두는 엄마는 자식 앞에 약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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