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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행로

by 김경애
고흐 밤의 테라스.jpeg 빈센트 반 고흐 <밤의 카페테라스>

따뜻한 노란 불빛 가득한 카페테라스,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 밤하늘의 노란 별빛 색감이 강렬하다. 그 당시 화가들의 녹색요정이라 불리던 술, 압생트의 사토닌 중독으로 인한 황시증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고흐의 작품은 역시 아름답다. 거친 붓터치의 나무도 화폭의 색감을 한층 살려준다.

카페 안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카페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카페테라스의 한 구석에 앉아 스파클링 와인을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고흐는 저 사람들 가운데 자신을 어디쯤 놓았을까?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를 보면 이곳은 고흐가 방을 얻어 살고 있는 카페라고 한다. 저녁에 가스 불빛아래에서 밤새도록 열려있는 카페다. 돈이 없거나 너무 취해서 여관에서 받아주지 않는 '밤의 부랑자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고흐는 가족과 조국을 떠나 살아가는 자신이 어떤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나그네처럼 느껴진다 했다. 그러나 그 '목적지'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는 그림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도 한낱 꿈에 불과하고 우리도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알게 될 거라고 말한다. 장자의 '호접지몽'이 생각난다. 베트남에 그와 같은 설화가 있다. 판관이 되기 위해 과거를 보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서생은 피곤하고 허기가 져 어느 도인의 집에서 잠시 쉬어가길 청했다. 도인은 삶에 지쳐 기진맥진한 젊은이를 보고 "잠시나마 눈 좀 붙이시오. 좁쌀죽을 조금 끓이리다. 죽이 다 되면 드시구려."라고 했다. 젊은이는 바로 곯아떯어졌다. 꿈속에서 과거에 급제하고, 왕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부마가 되었으며, 법정최고의 판관이 되어 막대한 권력을 휘둘렀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외세의 침략을 받아 군대를 이끌고 나가 싸웠는데 군사전략에 능하지 못한 그는 참패했다. 그가 꿈속에서 소리를 지르자 도인이 그를 깨웠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여전히 오두막 안이었다. 도인이 말했다. "죽이 다 되었소. 일어나서 한 그릇 듭시다." 죽 한 그릇을 끓이는 시간 동안 서생은 온갖 풍상과 고락을 겪었다. 과거에 급제하고, 공주와 약혼하고, 높은 지위에 올랐다. 침략군에 맞서 싸웠으나 패배했다.

이 모든 일이 좁쌀죽 한 그릇을 끓이는 동안 일어난 것이다. 서생은 소스라치게 놀라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추구하는 꿈이 뭐지? 나는 무엇을 뒤쫓고 있는 걸까? 나를 붙잡는 게 무엇일까?"서생은 꿈을 자신의 인생행로를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았다.

고흐는 성공에도 행복에도 관심이 없다고 동생테오에게 말한다. 인상파 화가들의 열의 넘치는 기획을 오래 지속시키는 일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예술에 확실한 목표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내가 뒤쫓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무슨 꿈을 추구하는지, 무엇이 나를 붙잡는지 나의 인생행로에 대해 한 번 점검해 보자. 언젠가 맞이할 인생의 마지막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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