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영화, 외국 카페 vs 한국 카페, 테라스에서 와인 한 잔
라라랜드 영화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별이 총총히 뜬 밤하늘을 배경’으로 했다고 한 부분과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는 카페 외부 전경’이라고 설명한 부분에서 문득 영화 <라라랜드>가 떠 올랐다.
별들이 총총히 빛나는 아를의 밤하늘과 라라랜드의 반짝이는 로스앤젤레스의 밤하늘은 어딘가 닮았다. 노란 불빛을 내는 카페의 가스등과 영화 속 한쪽 구석에 불빛을 내는 가로등도 닮아 있다. 카페의 외벽과 어닝의 노란색은 영화에서 미아(엠마 스톤)가 입었던 노란 드레스를 떠 올린다.
완연한 가을을 느끼는 요즘 라라랜드의 재즈 선율이 입혀지면 금상첨화겠다. 부분 부분 보이는 요소들이 영화 속 장면을 기억하게 하듯, 미아와 세바스찬이 로스앤젤레스의 별빛 아래에서 춤추는 장면은 마치 고흐의 캔버스 속에서 걸어나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외국 카페 vs 한국 카페
외국의 카페와 우리 카페는 단순한 공간의 차이라기보다 문화와 생활방식의 차이 같다. 유럽의 카페는 ‘머무름의 문화’다. 커피 한 잔으로 몇 시간을 보내며 책을 읽거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테라스 문화여서 밖에 앉아 거리 풍경을 즐기며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고흐의 그림처럼 어닝이나 파라솔이 드리워진 실외 테이블에 앉아 여유로움을 즐기는 문화였다. 개인의 사색이 허락되는 공간인양 혼자여도 어색하지 않아 보였다. 작가, 예술가, 철학자들이 카페를 사색의 공간으로 즐겼던 만큼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사회적 광장(public space)이었음을 짐작한다. 유럽의 카페는 커피 맛보다 ‘머무는 시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중시해서다.
반면, 우리나라의 카페는 ‘머문다’라는 시간의 느낌보다 ‘찍는다’란 공간의 느낌이 강하다. 한국 카페는 실내장식, 디저트, 인증사진 등 ‘비주얼 중심‘의 문화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SNS에 올릴 만한 분위기나 콘셉트를 가진 곳이 인기 장소가 된 것을 보면 말이다.
효율 중심으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인기 카페는 머무르는 시간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카공족’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공부, 작업 등 ‘목적이 있는 방문’이 많다. 커피를 기본으로 한 메뉴가 훨씬 다양하다. 유럽에서는 '아아'라고 부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는 카페도 많다. 메뉴가 다양성 면에서는 바닐라라테, 카페모카, 말차라테, 흑임자라테, 쑥라테등 개인 취향이 세분화되어 있다.
오늘날 카페는 소비공간을 넘어 감정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한다. 카페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친구와의 수다 장소, 혼자 힐링하는 공간 등 ‘삶의 작은 위로’를 얻는 정서적 공간으로 발전했다. 나 역시 우울한 날 친한 친구와 함께 맛있는 디저트와 커피 한 잔에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며 훌훌 털면 살아갈 힘을 얻곤 한다.
테라스에서 와인 한 잔
아를은 프랑스의 남동부 프로방스지방에 위치하며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다. 북쪽으로 위치한 론 밸리라는 와인 산지와 가깝다. 이 지역은 그르나슈(Grenache), 쉬라(Syrah), 무르베드르(Mourvèdre), 쌩소(Cinsault)가 대표적인 레드와인 품종이다.
<밤의 카페테라스> 그림처럼 편안하게 즐기기 좋은 부담 없는 데일리 와인이 어울린다. 아를과 인접한 남부 론의 코트 뒤 론 (Côtes du Rhône)& 코트 뒤 론 (Côtes du Rhône) 빌라주 (Côtes du Rhône Villages)의 와인 정도면 충분하다. 가격이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와인이라는 편견은 버리자. 조금 싼 와인으로 조건을 맞추면 맛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 산소와 온도다.
와인 셀러에 보관된 와인은 무조건 맛있다? 그렇지 않다. 와인 셀러는 보관을 위한 온도이지 최적의 맛을 내주는 온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레드 와인의 경우라면 와인을 따르고 돌려주는 스월링(Swirling) 작업을 하며 산소를 접촉해 향을 피워내고 맛을 부드럽게 한다. 셀러에서 꺼내두고 실온에 두거나 겨울엔 워머를 씌워 주면 좋다.
스위트 와인은 그냥도 좋고 크래커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안주가 된다. 조금 더 근사하게 즐기고 싶다면 치즈 플레터를 준비하자. 플레터라고 어렵게 생각 말자. 접시에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개별 포장된 치즈와 올리브, 견과류, 건과일을 올리자. 얇게 썬 바게트나 크래커도 한쪽에 올려주고 꿀이나 잼을 곁들인다. 멜론을 자르고 스페인산 생햄을 말아 후추와 약간의 꿀을 뿌리고 그라다 파다노 치즈를 그라인더에 갈아 올리면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