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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원하는 ‘밤의 카페’는 어떤 모습인가요?

빈센트 반 고흐<밤의 카페 테라스>

by 유승희
빈센트 반 고흐<밤의 카페 테라스(Café Terrace at Night)> 1888


당신이 원하는 ‘밤의 카페’는 어떤 모습인가요?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 그림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이 그림을 선정한 이유가 있다. 잘 알려진 그림이기에 자세히 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글을 쓰기 위해 가만히 살펴보는 시간을 들이면, 전에는 보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자세히 보는 기회는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일까. 오늘 글은 고흐의 그림을 보며 나 자신이 원하는 ‘밤의 카페’의 모습을 글로 남겨본다.


밤 카페를 좋아했다. 밤이 되면 조용해지고 차분해지는 사람들만 모이는 곳이다. 신기하리만큼 조용 조용한 사람들 사이로 단체 손님이 웅성거려도 괜찮다. 이내 그들은 술집으로 사라지고 말 테다. 밤 카페 나들이를 가는 날이 일주일 몇 번이 되는 날은 카페인으로 숙면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해보지만, 나에겐 별문제 되지 않는다. 가끔은 내 집 주위에 이런 카페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그리는 카페를 적어 보면 대략 이렇다.


인테리어는 우드톤이면 좋겠다. 나무가 주는 따듯함과 때론 시원함이 머리를 식히는 기분이 들게 한다. 카페에서의 낮과 오후 저녁이 선사하는 형태가 다양할 텐데 밤 카페는 와인 한두 잔을 사 먹을 수 있게 해주면 또 좋겠다. 뱅쇼라던가 딱 한 두잔. 다이어트가 걱정되는 사람들에게 집에서는 먹기 그렇고 집 밖에서 조용히 홀로 한두 잔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카페 같은 곳이면 해서다. 외국에는 그런 곳이 더러 있었던 것 같다. 안주가 팔지 않는 오직 음료로 조용히 홀짝일 수 있는 곳 그런 곳. 혼자여도 괜찮은 곳 하지만 너무 바(bar)나 펍(pub)같지 않고 그냥 카페 같은 곳에서 와인 한두 잔이 얼마나 좋을지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주인의 손맛이 격하게 들어가지 않는 주인이 추구하는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이 몇 가지 소량의 선택으로 한 두잔 즐기는 시간을 걷고 나면, 오히려 시음의 기회도 가질 수 있는 그런 곳. 서촌의 작은 책방 겸 카페에서 와인을 웰컴 드링크로 받은 적이 있는데 그 시간을 잊지 못한다. 조용한 사람들이 모인 조용한 모임은 출간한 작가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카페 주인의 조용한 입맛이 화이트 와인으로 풍성해졌다. 마시면서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니 “괜찮죠? 제가 좋아하는 와인이에요.” 하신다. 맛있는 와인 한잔이 이리도 거리를 가깝게 할 수 있나 느낀 날이었다.


카페 업종으로 주류를 팔 수 있는지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걸 보면 나는 꽤 진심으로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그만한 수입으로 카페가 계속 운영되는지에 대한 생각도 든다. 내가 상상한 카페가 빚더미에 앉거나 경영난으로 힘든 건 생각하고 싶지 않다. ‘돈’에 대한 생각은 어른이 된 후 늘 따라다니는 질문이다. 서글퍼지지 말자.


카페는 시야가 확 트이게 앞문이 유리문으로 되어있길 바란다. 나무 색깔 느낌의 내부와 바깥의 외부를 연결하는 이음이 자유롭도록. 그리고 꽤 중요한 곳은 바로 테라스 부분이다. 테라스 바닥이 울퉁불퉁한 벽돌이나 돌로 된 유럽 한 거리의 모습과 같으면 좋겠다. 고흐의 <밤의 카페> 그림이 내가 생각하는 곳이다. 집 가까이 저런 카페 겸 와인 한잔할 공간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바리스타가 오전과 오후 교대로 이어지면서 피로감을 주지 않을 정도로만 메뉴가 있으려면 역시나 와인 아닐까, 싶다.


거리 사람들의 발걸음과 어우러져 울려 퍼지는 캐럴과 재즈의 소리가 나면 좋겠다. 12월의 캐럴은 늘 내 마음을 행복하게 한다.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행복을 주는 음악이다. 가족과 의가 상한 날 같이 한잔 가볍게 걸치고 머리 식힐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남편들의 귀가에 한 두잔 음악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취할 곳이 있다면 좋겠다. 때론 아이를 맡기고 잠시 나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카페 공간에 와인 한잔이라니 낭만이지 않은가. 분위기에 약한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 형성돼 있으면 그곳은 언제나 평화가 쉽게 찾아올 수 있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탄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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