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0. 엄마는 누구 편일까

말하면 내가 혼날까 봐

by 유쾌한 후추통

일요일 저녁,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갑자기 꺼냈다.


선생님이 어떤 노래를 들려주셨다고 했다.

그리고 그 노래가 너무 좋아서 친구에게 말했다고 했다.


“이 노래 너무 좋지 않냐?”


그런데 친구는 아이의 말을 이렇게 들었다고 했다.


“미쳤냐?”


우리 아이는 평소에 욕을 잘하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가 그렇게 들었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렇게 들렸으면 미안해.

그런데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 친구는

다른 친구들에게 우리 아이가

일진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금요일에 있었던 일인데

아이는 이틀이 지난 일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나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아이와 함께

그 상황을 하나씩 짚어보았다.

친구가 왜 그렇게 들었을 수도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그리고 물었다.


“근데 이걸 왜 이제 말했어?”


아이는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


“말하면 내가 혼날까 봐.”

그리고는 눈물을 흘렸다.


나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말했다.


“이게 뭐가 혼날 일이야.”

“내가 내 애 놔두고 친구 편을 들겠니?”

“나는 그 애 얼굴도 몰라.”


아이는 울다가

자기 스스로도 웃긴 상황이었는지

같이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해도

아이는 여전히

‘말하면 혼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마음속에 남겨 두고 있다는 것.


어쩌면 아이 스스로

‘내가 잘못했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아이도 한 번쯤은

우물쭈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준비물은 말하지 않아도,

숙제는 가끔 까먹어도,

마음이 힘들 때는

결국 엄마에게 와서 말한다는 것.


그거면 됐다.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엄마에게 말해주어 고맙다고.



… 그래도

욕을 얼마나 하는지는

조금 지켜봐야겠다.


정말 일진일지도 모르니까.





심리학적 해설

이 장면은 아이의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과 관련이 있다.

아이는 자신의 실수가 비난이나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 때, 비로소 솔직해질 수 있다.

이틀을 망설인 것은 스스로를 판단한 '내면의 검열'이었고, 엄마가 안아준 것은 안전 기지를 재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부모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때, 아이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다.





여운 한 문장

아이의 망설임을 이긴 건 엄마는 내 편이라는 마음이었다.


with 냉철한 소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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