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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글쓰기 - 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by 얄미운 하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말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어찌 사람이 이리 가벼울 수가 있을까. 더 부끄러운 것은 내가 가볍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속이 텅텅 비어 깡통 소리가 나는데 애써 숨기려고 했다. 마치 속이 꽉 찬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싶었다. 오래 속일 수는 없다. 결국 다른 사람은 고사하고 나에게마저 들통나고 말았다.


몇 해 전 가깝게 지내던 지인분이 내게 말했었다.


"자네는 책을 좀 읽어보는 게 어때?"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책들을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충고의 말을 들으니 '이게 뭐지?' 참 잘 나신 분인가 봐. 삐딱한 마음이 들었다. 나름대로 잘난 나는 다른 사람의 충고나 조언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시간이 흘러 요즘 들어 그분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나에게마저 미안해진다. 비어 있는 내 안을 채워주지 못했으니까. 그러고도 뭐가 그리 잘났다고 요란하게 떠들어대었는지. 옛말에 '빈 수레가 요란하다.'라고 했던가.


요즘 글쓰기를 하면서 텅 빈 나의 내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먼저 채워야 쓸 수 있겠구나 싶어 읽기에 관심이 생겼다. 관심이 가는 책들을 몇 달에 걸쳐 신중하게 고르고 주문을 해서 읽는 중이다. 되도록이면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쓰기를 하고 있으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책은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다. 은유 작가의 글쓰기 책들을 여러 권 재미있게 읽었다. 읽다 보니 은유 작가가 소개해 놓은 다른 작가들이 눈에 들어와 점점 세상에 있는 더 많은 작가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지경이 넓어져 가는 건가 보다.


느린 사람이라 천천히 읽어가는 중이다. 오래도록 독서머리를 쓰지 않아 잘 안 읽어질 때는 소리 내어 읽어 본다. 가끔씩 잃어버린 감성이 되살아나 울컥하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차갑게 식어버린 나의 마음이 미미하게나마 움직이고 있다.


책을 좀 읽어보라고 하셨던 분의 말이 요즘 들어 내 귓가를 두드리는 것은 결국 나를 알아차렸다는 것일 게다. 육십이 되어 가는 이 시점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알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다. 가벼운 나에게서 나온 말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내면의 비어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고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초보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지만 읽고 또 읽어 내 안이 채워져 흘러넘치고 내면이 꽉 찬 사람의 말이, 글들이 쏟아져 나오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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