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쓴다. 브런치에서 글쓰기를 시작한 지 육 개월쯤 되었다. 그동안 글쓰기를 하면서 생긴 작은 변화들을 글로 남기고 싶다.
우선, 글쓰기가 매일의 습관이 되었다. 자투리 시간이 나면 컴퓨터를 켜는 습관이 생겼다. 뭐 하지? 하며 괜스레 전화기를 보며 만날 사람 없나 했던 내가 이제는 글을 쓰는 시간을 먼저 챙겨 두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도착했을 때에도 컴퓨터를 켜고 짧은 글 하나라도 완성하려고 노력한다.
다음은 생각이 전보다 정리되었다. 기뻐도, 슬퍼도, 화가 나도, 섭섭해도 글을 쓴다. 쓰다 보면 공중에 떠다니던 생각들이 백지 위로, 혹은 컴퓨터 속의 빈 화면 위로 내려앉아 안착을 하는 느낌이다.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 안에 숨어있는 기쁨을 발견하기도 하고, 따뜻한 기억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슬픔이 느껴져 뒤늦은 눈물을 쏟기도 한다.
또한, 대화를 할 때 횡설수설이 줄어들었다. 말을 하다가 무슨 말하려고 했더라 하며 삼천포로 빠지는 일이 많았는데 생각이 정리되어 그런지 조리 있게 말을 하게 되었다. 늘 이걸 어떻게 글로 쓸까를 고민하다 보니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필요한 말들을 머릿속에 담게 되니 혼란스럽다가도 맞는 답을 찾게 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전에는 내 말하느라 바빴는데, 싱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폭도 조금은 넓어져 쉽게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
어젯밤부터 상담학 교수님의 과제인 나의 ‘Life Story’를 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기억이 나는 시간부터 써 내려가는데 예기치 못한 대목에서 울컥해 화장실에 들어가 울었다. 슬픈 기억이 아니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그 시절의 내가 그리 안쓰러울 수가 없다. 그 얘기를 둘째 딸과 나누었더니 딸의 어린 시절 이야기까지 덧붙여져 밤늦게까지 웃고 울고 했다.
딸들과의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진 것도 또 하나의 변화이다. 딸들은 엄마의 글쓰기가 어느새 일상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산 증인들이다.
나의 글쓰기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아직은 모른다. 오 년 내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꾸며 시작했었다. 지금은? 글쎄. 글쓰기를 하면서 얻게 된 선물들 덕분에 꼭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괜찮지 싶다. 책을 꼭 내지 않아도 글쓰기를 하며 행복을 찾았으니 무얼 더 바라겠는가.
그냥 계속 쓰자. 내 눈이 보이고, 타이핑을 할 수 있는 손이 멀쩡하다면 계속 쓰자. 쓰다 보면 어딘가에 도착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