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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Oct 07. 2022

오빠 회사 힘들지? 주재원 한번 갔다 와서 관두자!

유럽 주재원 생활 prologue

"오빠, 내 소원은 주재원 와이프가 되는 거야"

"오빠, 회사 다니기 싫지? 그럼 주재원 한 번만 갔다 와서 관두자!"


와이프가 회사 10년 차인 내게 입버릇처럼 내내 하던 말이다.

그런 그녀의 염원이 이루어진 탓일까, 21년 9월 전혀 기대치 않던 내게 주재원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도 바로 중국, 동남아, 중남미도 아닌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 할 수도 있는 그런 유럽에 말이다.


"자기야, 나 네덜란드로 주재원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라고 내뱉은 나의 첫말에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뻐하며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와이프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로부터 일사천리로 사내 면접 등 회사에서 빠르게 절차가 이루어졌고 2주 정도 후에 실질적인 부임 확정을 받았다.


정식 부임일은 현시점으로부터 11개월 후인 이듬해 8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들에 비해 주재원 부임 일자를 엄청 빠르게 공지해 주는 편이라고 들었다. 와이프는 그때부터 마치 로또라도 당첨된 듯 한동안 고 텐션과 더불어 들뜬 모습을 보였고, 온갖 정보 및 맘 카페를 탐방하며 당장 다음 달이라도 나갈 것처럼 정보 수집에 매진하였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 및 변화 등 어떠한 현실적인 문제가 다가올지는 꿈에도 모른 체 그동안 살면서 바라왔던 꿈을 이루었다는 그 기쁨 하나만으로 그녀는 너무 행복해 보였다.


우리에겐 한국 나이로 4살, 만 3세가 넘은 딸아이가 하나 있다. 주위 환경에 예민하고 낯가림도 심하며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전형적인 소심한 성격의 여자 아이, 하지만 누구보다도 사랑스럽고 영특하며 눈에 넣어도 전혀 아플 것 같지 않은 너무 이쁜 딸아이이다. 그리고 이제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지만 29주에 1.21kg로 태어난 조산아에 얼마 전까지 대학병원 진료를 받았던 정말 소중한 딸아이이다. 이것도 나중에 안 사실인데, 와이프는 그토록 자신이 염원하던 주재원 와이프가 되고 싶은 삶에서 이 아이를 빼놓은 것이었다. 오롯이 주재원 와이프의 신분으로 외국에서 자신이 원하는 여유로운 삶을 살고 못했던 공부도 하면서 여유롭게 삶을 즐기고 싶었던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즉시하고 어린 아이랑 타국에서 새로 시작하는 삶이란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걱정들과 더불어 준비해야 될 것도 무지막지하게 많음을 차차 알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나의 부임지가 회사 내부의 사정에 의해 변동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우선 얘기가 나온 곳은 폴란드였다. 폴란드란 나라 자체를 낮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기대치가 네덜란드에 있다 보니 실망감이 들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남들보다 면역력이 약하고 아프게 태어난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의료 지원이 쉽지 않을 수 있는 곳에 가기가 망설여졌던 것 같다. 아직은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고 몇 주 후 부임지가 최종 확정되었다.


독일 함부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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