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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찬 Nov 28. 2023

민생

솥정 과 민생

#Jam있는중국이야기-962 “  정과 민생중국,중국인


물과 불은 상극이다.

불이 났을 때 물을 끼얹어

불길을 잡는다.


그런 물과 불이

서로 어울리는 경우가 있으니,

물이 솥에 담겨있을 때가 그렇다.


불은 솥의 물을 끓인다.

불이 셀수록

물의 양을 늘려야 하고,


물이 많다 싶으면

불을 더 지펴야 한다.

바로 상응(相應)이다.


끓는 물은 음식을 익게 하고,

우리는 그 음식을 먹고 산다.

먹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있던가.


그래서 솥은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다.


고대 왕은 하늘의 명(天命)을 받아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이었다.

천자(天子)라고도 했다.


글자 '王'이 그러하듯,

그는 하늘과 땅과 인간을 연결한다.

천자는 하늘에 제사라는 걸 지낸다.


희생(犧牲)을 바치고,

술을 따른다.


제사 음식을 만드는 것

역시 솥이다.

고대에는 그걸 '鼎(정)'이라고 했다.


그러기에 '鼎'은 왕권을 상징한다.

하(夏), 상(商), 주(周) 시대 때

왕이 바뀌어도 '鼎'은 대를 이어 보존됐다.


이를 '구정(九鼎)'이라 했다.

‘鼎'은 정권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기물이었던 셈이다.


진시황이 스스로 황제에 오른 후

가장 먼저 찾은 게

바로 구정이었다.


그러나 전국시대에

혼란기를 거치면서

소실됐던 鼎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정통성에 흠결이 생긴 것이다.

통일 진나라가

단명에 그친 이유다.


옛날 정통성이 '하늘'에서 왔다면,

지금은 국민의 표에서 나온다.

그 차이일 뿐,

예나 지금이나 정통성은

통치의 기본이다.

대선이 전쟁처럼

치열하게 전개되는 이유다.


鼎을 확보했다고 치자.

그다음 중요한 게

바로 민생이다.

백성들을 배부르게 먹게 하는 것,

정치에서 그 이상 중요한 건 없다.

정통성과 민생, '鼎'은

정치의 처음이자 끝을

상징하는 기물이다.


문화는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며

느끼는 만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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