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만날 때는 뇌를 버리고 온다는
사람은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로 보이는
핸드폰을 내 차에 두고 내렸다
한참을 웃었다
좋았다
가장 소중한 걸 놓고 내려줘서
다시 가져간다고 노트북으로
연락하는 그녀의 다급함에
무의식적으로 주름지는 나의 눈매를 매만진다
차의 창문으로 돌려줄 때는
그녀의 마음을 왠지 붙잡아 두고, 간직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마음과는 달리 창문 너머로 조심스레 건넨다.
설렘과 아쉬움이 진득하게 얽혔다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의 핸드폰을 바꿀 때 전에 쓰시던
자주색 핸드폰을 내가 물려받았다
마냥 행복했고, 문자로 멀리 있는 상대와 이야기하는 그 물건이
나에게는 세상과 소통하는 문이었다.
소중한 이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그것을
엄마에게 물려받은 소중한 그것을 버스에 놓고 내렸을 때
택시비도 없어서 버스 종착역까지 뛰어가서 피 맛 나는 침을 뱉어가며
찾으러 갔을 때
무심히 핸드폰을 주는 버스기사에게
90도 인사를 하며
등에서 흘러내리는 땀이 나의 골짜기들에 스며들며,
심장이 비명을 질러도
핸드폰에 마냥 행복하게 웃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곤
한참을 웃었다
좋았다
가장 소중한 걸 놓고 내려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