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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지구의 너희들
12화
단풍
타버린 붉은색
by
트래거
Nov 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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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의 붉은색은 노란색보다 한참 늦게 다가온다.
여름의 늦더위가 사계절 중 색깔을 계절을 가져가 버린다.
늦은 나의 사랑이 혈액이 도는 심장을 가져간 것과 같아서
너무 늦게 물든 다섯 손가락의 나뭇잎이 야속하다.
여름에게 비난하고 욕설을 내뱉어버린다.
계절을 바꿔버린 사람들을 증오하며 메마른 눈가를 비빈다.
늦사랑의 심장을 어린아이 같은 붉은 손가락으로
할퀴고 간다. 심장은 약하디 약해서 보드랍고 작은 손으로도
상처를 입는다. 손가락 위에 살보다 짧은 손톱으로도 찢어지고 피가 흐른다.
나의 슬픈 마음을 숨기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발걸음은 물에 빠진 스펀지처럼
무거워지고 그 자리에 앉아서 모든 걸 포기하고 순리대로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욕망은 짐승들의 으르렁거림처럼
귓가에 선명하게 다가왔을 때 입술 깨물고 앞으로 나아간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주변에는 노란색, 초록색만이 내게 손짓한다.
"더 들어갈 거야."
그리고 다리를 질질 끌며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정면에 빨간색이 붉은색으로 붉은색이 빨간색으로 변한 단풍나무가 바람소리를 즐기며 서있었다.
다가가서 조심스레 붉은 작은 손을 잡으려 손을 뻗는다. 잡을 수 없었다.
이미 붉은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타버린 그 손은 내 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어둡게 말려 주먹을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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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미래 흐르는 시간을 표현하고 싶고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고 싶은 트래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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