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제이

유리병

by 트래거

제이야 안녕?

윽 너에게 편지라니 조금 닭살이 돋는 건 어쩔 수 없네. 우리 사이에 편지보다는 전화가 더 잘 어울릴지 모르겠어. 아니다. 전화보다는 "잠깐 나와" 해서 근처 치킨집에서 맥주 한잔 나누며 이야기하는 게 나을 수 있겠지.


그런데 편지를 쓰는 게 더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네 앞에서는 이런 이야기 못하겠더라.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난 날 너의 별명은 '애기', 나의 별명은 '말'이었지. 고등학교 선배들이 작은 키와 귀여운 외모를 가진 너에게는 애기라고, 처음 선배들과 축구를 했을 때 말처럼 빠른 발을 가진 괴물 같다고 해서 난 말몬(말 같은 몬스터)이 되었어.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기도 하고 서로에게 사과할 때는 이름으로 부르며 고등학교 생활을 이어 나갔지.


우리들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각기 달랐는데 난 운동이었고, 넌 노래를 부르러 코인노래방에 가는 거였어.

빠따의 '모의고사'가 끝나면 어김없이 서로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러 갔지. 지금도 생각하면 참 무식한 모의고사였어. 이전 점수보다 낮으면 그 점수만큼 엎드려서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를 맞아야 했으니.

그 당시는 그런 불합리함에 대해서 아무도 반발을 못했지.


그냥 뒤에서 우리끼리 욕하고 말았지. '미친개' 저걸로 스트레스 푼다고.

우리를 때리던 그 선생님은 교장선생님이 되셨더라. 뭐 인간적으로 싫지는 않았어. 사실 그 방법이 어느 정도 효과도 있었잖아. 강한 동기부여는 아니더라도 짐승 같은 동기 부여는 되었으니..


너와 오래방에 갈 때면 난 어깨가 으쓱해졌어. 저런 작은 체구에서 나올 거라고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가창력에 박수를 치고는 했지. 제이 네가 좋아했던 SG워너비의 노래들이 아직도 나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어. 회색의 SUV를 타고 가다가 하늘이 너무 파란색이면 그 노래를 틀어. 파란색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바다가 떠오르고 바다가 떠오르면 네가 그리워지거든.


고등학교 1학년이 지나고 나는 이과로 너는 문과로 진학하면서 서로 거리가 조금 생겼지만 어김없이 우리는 시험이 끝나고 운동하고 오락실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냈지. 그 시간들이 그리워지긴 시작하는 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와 함께 풋살을 하고 노래방을 갔던 친구들 모두 그리워할 거야.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그 과거란 거울이 이미 깨져버려서 억지로라도 깨진 유리 파편을 피를 흘리며 손으로 잡고 있는..

나니깐.. 우리니깐..


풋살이 끝난 후 높고 파란 하늘을 보며 한 이야기니깐,

아마 가을이었던 것 같아. 우리가 바다 같은 파란 하늘을 보며 하얀색 제복을 입고 전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다니자고 했던 이야기들이 마치 지금 내 앞의 거울을 들여다보듯 생생히 기억이 나.


그 이야기 대로 살았으면 달랐을까? 하는 후회가 들어.


용기 없는 나 자신이 미워하는 시간들이

그런 시간들을 자책하는 나날들이 지나가고 있어.


보고 싶은 제이야


너에게 전하고픈 말을 못 하고 과거만 추억하다가 첫 번째 편지가 끝났네.


다음 편지에서는 너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


너에게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살다가..


지금은 나의 18번 곡이 되어버린 노래를 같이 실어서 보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래

너 없는 하늘에 창 없는 감옥 같아서

웃어도 웃는 게 아니래

초라해 보이고 우는 것 같아 보인데

사랑해도 말 못 했던 나 내색조차 할 수 없던 나

나 잠이 드는 순간조차 그리웠었지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너 힘들 때

나로 인한 슬픔으로 후련할 때까지

울다가 울다가 울다가 너 지칠 때

정 힘들면 단 한 번만 기억하겠니 살다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래

초라해 보이고 우는 것 같아 보인데

사랑해도 말 못 했던 나 내색조차 할 수 없던 나

나 잠이 드는 순간조차 그리웠었지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너 힘들 때

나로 인한 슬픔으로 후련할 때까지

울다가 울다가 울다가 너 지칠 때

정 힘들면 단 한 번만 기억하겠니

우리 마지못해 웃는 거겠지

우리 마지못해 살아가겠지

내 곁에 있어도 나의 곁에

있어도 눈물 나니까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너 힘들 때

나로 인한 슬픔으로 후련할 때까지

태워도 태워도 태워도 남았다면

남김없이 태워도 돼 후련할 때까지

나 살다가

나 살다가




https://www.youtube.com/watch?v=PhBi_fZkj98

-살다가 sg워너비-





고이 접어서 유리병 속에 넣는다. 그리고 마개를 꽉 채운 후 제주도 앞바다에 던진다.

전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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