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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Jul 24. 2021

가수 분해 단백질 사료 vs. 단일 단백질 사료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반려 동물 TMI - 알레르기 사료

우리 집 털북숭이는 닭고기 들어간 걸 먹으면 온 몸에 트러블이 생겨요!
우리 애는 가수 분해 사료를 먹는 데 영 효과가 없어요.
곤충 사료가 음식 알레르기에 좋다는 데 사실인가요?


영국에서 진행된 한 보고에 따르면 피부병이 있는 강아지 고양이 중 음식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비율은 5%가량 된다고 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우리나라에선 더 높은 비율이 확인될 거 같아요. 특정 음식을 먹으면 바로 피부가 뒤집어지는 아이들이 은근히 많이 있거든요.


이런 아이들은 특정 음식물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것이다 보니 항상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해요. 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료!

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수 분해 단백질'과 '단일 단백질원'을 사용한 사료예요. 지만 대다수의 보호자 분들은 이 사료들의 차이를 모르세요. 그래서 오늘 그 개념을 아주 쉽고 간단히 설명을 해볼까 하는데......... 일단 동화를 하나 들려드릴게요.


(갑분동.... 갑자기 분위기 동화)


옛날 아주 먼 옛날, 진격의 거인이 살고 있었어요. 이 거인은 느릿느릿 어슬렁거리며 여러 색깔바위들을 주워 먹고살았어요. 빨간 바위, 노란 바위, 파란 바위 등등 다양한 색깔의 바위를 우걱우걱 씹어 먹었죠. 거인이 씹어먹은 커다란 바위는 수많은 조약돌로 쪼개져 거인의 배 속으로 들어갔어요. 빨간 바위 빨간 조약돌이 되어, 파란 바위 파란 조약돌이 되어 배 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런데 이 거인의 배 속에는 아주 못된 난쟁이들이 살고 있었어요. 이 난쟁이들은 조약돌을 잡기 딱 좋은 크기의 손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의 조약돌이 들어오면 그 조약돌을 손으로 꼭 잡고 거인의 배를 마구 때려댔어. 쟁이들이 거인의 배 속에서 배를 때리면 거인은 배가 아파 조약설사를 하거나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곤 했죠. 


이 광경을 지켜본 한 착한 소녀는 거인들을 도와주고 싶었어요. '논리적 사고'가 부족한 진격의 거인들은 자기의 배가 왜 아픈지, 왜 피부 트러블이 계속 생기는지 알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소녀는 거인을 위해 꾀를 내었어요.


첫 번째 방법은 바로 난쟁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색의 바위만 먹게끔 하는 거였어요. 빨강 파랑을 좋아하는 난쟁이를 배 속에 담고 사는 거인에겐 까만 바위를, 깜장 노랑 바위를 좋아하는 난쟁이를 담고 사는 거인에겐 황금 바위를 주는 것이었죠.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었어요! 거인의 배 속에 사는 난쟁이들이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몰라도, 옛날부터 거인들은 주로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의 흔한 색의 바위들을 먹다 보니 낯선 색의 바위는 대부분 성공적이었죠. 하지만 일부 거인들의 배 속에는 이런 특이한 색의 조약돌을 좋아하는 난쟁이가 있어서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리고 가끔 난쟁이들이 취향을 바꾸기도 하여 과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었.


두 번째 방법 바로 난쟁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조약돌을 쪼개 주는 였어요. 이 특수 바위를 씹어 먹으니 조약돌보다 크기가 작은 모래가 되어 배 속으로 들어갔고 난쟁이의 손으로는 모래를 잡을 수 없어 거인을 괴롭힐 수 없었죠. 이 방법도 매우 효과적이었어요! 하지만 단점이 있었죠. 바로 맛이 없다는 것과 모래 설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요.


결국 소녀는 거인들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았지만 '정답'이라고 할 만한 방법을 찾아낼 수 없었어요. 하지만 두 방법을 시도해 보며 각각의 거인들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거인들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소녀는 알 수 있었어요.




'단일 단백질 사료', '곤충 단백질 사료'는 모두 난쟁이들이 싫어하는 색의 바위를 쓰는 방법이에요. 그래서 그동안 흔히 사료에 써 왔던 닭고기, 돼지고기 등은 제외하고 대중적으로 쓰지 않는 생선, 곤충, 사슴 등의 고기를 쓰면 알레르기가 일어날 확률이 낮죠. 하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이러한 특수한 동물 기원의 단백질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레르기 성향을 띠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로 식이 알레르기가 심한 제 환자는 곤충 단백질 사료가 처음 나온 뒤 시도해보았지만 극심한 가려움증과 세균성 피부염이 발생하였어요.ㅠㅠ)


'가수 분해 단백질 사료'는 조약돌을 쪼개어 모래로 만드는 방법이에요. 단백질의 기본 구조가 조약돌 정도의 크기라면, 그리고 이를 인식하는 소화기관의 면역 세포가 난쟁이의 손이라면 난쟁이의 손이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작게 쪼개어진 단백질 입자로 만들어진 사료를 제공하는 거죠. 그럼 모래 크기의 단백질을 난쟁이가 잡을 수 없으니 알레르기가 발생되지 않겠죠. 하지만 마찬가지로 너무나 작아진 단백질 때문에 삼투성 설사를 일으키거나 기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한 이러한 이론에도 불구하고 알레르기가 생기기도 하고요.


이 중 뭐가 더 나은 방법이라는 건 없어요. 기호성, 설사 유무,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단백질을 찾을 수 있는지 유무 등에 따라 그에 맞는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 해요. 그래서 저는 가수 분해 단백질 사료로 2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급여하며 반응을 보고 그 후 적응 정도에 따라 단일 단백질 사료를 시도해 보아요. 이때 어디 유래 단백질을 쓸지는 혈액 검사(식이 알러젠 검사)를 통해 추천받을 수 있어요. 런데 각보다 적합한 사료를 찾는 데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 마음 비우시고 천천히 진행해 주세요.


음식 알레르기를 관리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터져요. 하지만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남은 치킨 뜯어먹고 온 몸에 농포가 잡혀서 오는 아이도, 산책 나갔다 남이 버린 음식물 주워 먹고 밤새 벅벅 긁는 아이도 죄가 없어요. 의 없이 하는 행동에 무슨 죄가 있겠어요.

그렇다고 리를 못 했다고 자책을 할 필요도 없어요. 털북숭이들과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그저 좀 더 관심 갖고 지켜보며 너무 늦지 않게 대처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계시는 거예요.  

오늘도 수고 많은 당신들을 위해 저는 이렇게 글을 통해서라도 도움을 드릴게요. 우리 모두 힘내요!



p.s.

화식 예찬론자분들께는 조금 이해할 수 없는 결과일 수도 있으나, 가수분해 사료와 화식 사료 간에는 효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그러니 무조건 화식이 좋은 건 아니니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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