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털북숭이와 함께 살아가다 보면 주변에 아는 수의사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죠. 물어보기 약간 부끄러운 질문들도 할 수 있고 정말 믿을 수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저도 동물 병원에서 근무한 지 오래된 수의사이다 보니 주변에서 이것저것 많이들 물어봐요. 간혹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한다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괜찮아요. 다들 바쁜 데 그럴 수 있죠. 그렇게라도 오랜만에 안부를 서로 전하게 돼서 저는 오히려 좋아요.
그런데 간혹 도시에서 근무하는 동물 병원 수의사의 업무 범위를 오해하고 질문을 하는 '애들'이 있어요. (이런 질문 하는 사람은 보통 '애들'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들이에요.)
야 너 그럼 금붕어도 진료 보냐? (꼭 물고기 안 키우는 애들이 물어봄)
삼촌, 장수풍뎅이는 몇 살 까지 살아요? (조카가 곤충에 푹 빠진 시절, 너무 힘들었음)
오오, 수의사면 고기도 맛있는 거 잘 고르겠다!(이건 등급 판정사분이 하시는 일. 그런데 학창 시절에 얼핏 등급 판정에 대해 배운 기억이 있음)
제가 수의학과를 졸업한 지 오래되어 지금과 다를 순 있지만안타깝게도 수의대에서 곤충의 질병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아요. 조류질병학(아픈 새)이나 수생동물 질병학(아픈 물고기), 야생 동물학(사슴, 토끼 등)이라는 학문을 배우기는 하나 너무 짧게 배워 기억에 남는 건 하나도 없고요. 대동물(소, 돼지, 말 등)은 그래도 꽤 배우는 편인데 대학시절 이후 손 놓다 보니 역시나 제 머릿속엔 남아있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