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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Aug 11. 2021

선생님, 저희 방아깨비가 방아를 안 찧어요!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15

혹시 독자분들의 지인 중에 수의사가 있나요?


아무래도 털북숭이와 함께 살아가다 보면 주변에 아는 수의사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순간들이 있죠. 물어보기 약간 부끄러운 질문들도 할 수 있고 정말 믿을 수 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저도 동물 병원에서 근무한 지 오래된 수의사이다 보니 주변에서 이것저것 많이들 물어봐요. 간혹 자기 필요할 때만 연락한다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괜찮아요. 다들 바쁜 데 그럴 수 있죠. 그렇게라도 오랜만에 안부 서로 전하게 돼서 저는 오히려 좋아요.


그런데 간혹 시에서 근무하는 동물 병원 수의사의 업무 범위를 오해하고 질문을 하는 '애들'이 있어요. (이런 질문 하는 사람은 보통 '애들'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들이에요.)


야 너 그럼 금붕어도 진료 보냐? (꼭 물고기 안 키우는 애들이 물어봄)

삼촌, 장수풍뎅이는 몇 살 까지 살아요? (조카가 곤충에 푹 빠진 시절, 너무 힘들었음)

오오, 수의사면 고기도 맛있는 거 잘 고르겠다! (건 등급 판정사분이 하시는 일. 그런데 학창 시절에 얼핏 등급 판정에 대해 배운 기억이 있음)


제가 수의학과를 졸업한 지 오래되어 금과 다를 순 있지만 안타깝게도 수의대에서 곤충의 질병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아요. 조류 질병학(아픈 새)이나 수생동물 질병학(아픈 물고기), 야생 동물학(사슴, 토끼 등)이라는 학문을 배우기는 하나 너무 짧게 배워 기억에 남는 건 하나도 없고요. 대동물(소, 돼지, 말 등)은 그래도 꽤 배우는 편인데 대학시절 이후 손 놓다 보니 역시나 제 머릿속엔 남아있지 않아요.

그래요, 대부분의 도심 병원에서 근무하는 수의사들은 개 고양이 말곤 아무것도 몰라요. 


그럼 동물원 수의사 선생님들은 도대체 어떻게 코끼리, 사자, 기린의 진료를 보시는 거예요!?


졸업 후 엄청 공부하세요. 의 어마 무시한 동물들 말고도 뱀, 새, 고슴도치, 관상어 등 '특수 동물'들 역시 졸업 후 많은 공부를 통해 질병을 치료해요. 물론 대학 6년 동안 동물 의학의 기초에 대해 열심히 배워두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이렇듯 같은 수의사라 하더라도 각자 볼 수 있는 동물이 달라요. 졸업 이후 각자의 진로를 정하여 그에 매진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혹시 당신이 포큐파인을 키운다면, 집 근처 동물병원에 데려가지 말아 주세요. 부탁이에요. 무서워요.

(동물원 근무 경력의 수의사분을 찾아가시는 게 정답일 듯 싶네요.)


포큐파인

          


p.s.


언젠가 이런 상상을 해본 적 있어요. 한 초등학생이 병원에 뛰어 들어와 엉엉 울며 이렇게 얘길 하는 거죠.


선생님, 우리 방아깨비가 방아를 안 찧어요. 어떡하죠?


....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아깨비와 여치도 구분 못하는 저인데...

그래도 일단 최선을 다해야겠죠. 일단 의식은 있는지, 혹시 다리가 부러졌는지 확인해 봐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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