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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Sep 16. 2021

요즘 날이 덥지도 않은데 물을 많이 마시네?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 - 22

당신의 털북숭이 가족이 하루 평균 몇 ml의 물을 마시는지 아시나요?


제가 간혹 보호자분들께 이 질문을 던져요. 아직까진 아무도 몇 ml라고 정확하게 얘기하시는 분은 없었어요. 하지만 대부분 '물그릇을 절반 정도 채워서 하루 2번씩 줘요!'라는 식의 추상적인 양은 가늠하고 계셨어요. 여러분들도 이러한 추상적인 양은 알고 계시죠? 그렇다면 됐어요. 아주 훌륭하세요. 이제 남은 건 앞으로 계속 그 양의 변화를 감지하는 일이에요.


평소 물 마시는 양이 변화하는 건 두 가지 경우가 겠죠. 양이 줄거나 혹은 늘거나.


물의 양이 줄어드는 건 보통 사료에 변화가 생겼을 때 나타나요.

건사료만 먹던 아이가 습식 사료를 먹거나 수분이 많은 간식을 먹을 때 아이들은 '물'을 덜 마셔요. 그런데 이건 괜찮아요. 어차피 식사를 하면서 충분한 양의 물을 섭취했기 때문에 물을 덜 마시는 거거든요.


또 다른 이유로는 어딘가 아파서 구토를 하거나 기력이 매우 떨어지는 경우예요. 이럴 땐 병원에 가야 해요. 탈수가 생길 수 있거든요.

'몸의 70%가 물이다'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저는 꼬꼬마 시절에 이 말을 들었을 때 '아? 내가 슬라임도 아니고 무슨 내 몸에 물이 70%나 돼?'라고 생각했어요. (슬라임 :  젤리처럼 흐물흐물하게 생긴 캐릭터)

이후 수의사가 되어서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 몸에 '액체' 형태로 존재하는 피나 소변, 관절액, 뇌척수액뿐만 아니라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 하나하나에도 물 성분이 포함되어 있고 이 모든 것을 합쳐서 70%라는 것을요.

이건 강아지나 고양이도 마찬가지예요. 나이와 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신체의 대부분을 물이 차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물'이라는 게 몸에 굉장히 중요해요.

에서 물 성분이 줄어드는 것을 우리는 '탈수'라고 하는데, 이 '탈수'가 얼마나 많이 되었느냐에 따라 가벼운 어지러움증에서부터 심각하면 사망하게 될 수 있요. 그런데 털북숭이들은 사람에 비해 워낙 작다 보니 몸에 있는 물의 양도 매우 적어요. 그래서 소량의 탈수 만으로도 아이들에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물을 계속 못 먹는다면 꼭 병원에 데려가셔야 해요.


그렇다면 반대로 물을 너무 많이 마시는 건 왜 그럴까요?


평소 물그릇에 한 번만 가득 담아주면 하루 이틀 정도 갔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요즘엔 하루에 2그릇씩 담아줘도 물그릇을 싹 비운다면?

우선은 현재 먹고 있는 약이 있는지 혹은 사료가 바뀌진 않았는지 체크해 봐야겠죠. 예를 들어 심장약에는 대체적으로 이뇨제가 포함되어 있어요. 약으로 인해 소변을 많이 보니 자연스레 목이 말라져서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 거죠. 혹은 방광 결석용 사료의 경우 일부 회사에서는 충분한 물 섭취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나트륨의 양을 올려놓았어요. 사료를 짭짤하게 해 두어서 자연스레 물을 많이 마시고, 그를 통해 소변을 자주 많이 보게 해서 결석이 형성되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이죠.


그런데 이런 변화가 전혀 없이 나이가 들면서 점차 물 마시는 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면!?

보고 싶지만 자주 보고 싶지 않은 그 사람.... 털북숭이 주치의 선생님 만나러 가보셔야 해요.


이럴 때 우선적으로 의심되는 질병은 바로 신장 질환(만성 신부전), 호르몬 질환(고양이 갑상선-기능-항진증, 강아지는 부신-피질-기능-항진증;쿠싱 증후군), 당뇨 그리고 종양이에요. 이 모든 질환에 걸릴 경우 견생 묘생 평생 동안 치료가 필요해요. 아이들도 힘들고 여러분도 힘들죠. 그런데 이 질환들은 진단이 빠를수록 치료가 쉽고 예후도 좋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의 이상을 빨리 알아차려서 적절한 검사를 해보는 게 아요.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한다면 위 질환들을 바로 찾아낼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혹은 몇 개월 전 검사를 했지만 최근 들어 물 마시는 양이 증가했다면 꼭 관련 검사들을 다시 해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실제로 물 마시는 양이 증가한 걸 질병과 연관 짓는 보호자분들은 거의 안 계세요. 오히려 습식 사료 주시면서 물 먹는 양이 줄었다고 찾아오시는 분이 더 많죠.

위에서 말씀드린 질환들은 많이 진행되어서야 눈에 띄는 증상들이 나타나요. 초기에는 물 마시는 양이나 활동성, 수면 시간 등과 같은 작은 변화들이 먼저 생기죠. 그러니 이러한 변화를 눈치채고 털북숭이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최대한 빨리 찾아낼 수 있도록! 제가 이곳에서 열심히 도울게요! 힘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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