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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Oct 05. 2021

털북숭이 양치 방법을 점검해 봅시다!(feat. 꿀팁)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반려동물 TMI - 양치의 정석

지난번 목욕을 교과서적으로 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렸어요. 그래서 이번엔 양치질을 교과서적으로 시키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 볼게요. 이에 앞서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은, 꼭 이대로 해야 하다는 게 아니에요. 정석대로 하면 좋긴 하지만 이 방법을 다 받아줄 털북숭이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에요. 그러니 각자 털북숭이의 취향과 순응도, 보호자분의 스케줄과 스킬, 그리고 가지고 있는 도구들을 바탕으로 알맞게 변형하시면 돼요.


사람에서 '건치'라고 하죠? 치아가 굉장히 건강하여 별다른 치과 진료를 받지 않은 사람을 의미하죠. 제 주변에도 그런 지인이 있습니다. 엄청 공들여 치아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저 양치질하는 수준? 그런데 지금껏 나이 40이 넘도록 충치 한 번 없었다고 해요.

털북숭이들 사이에서도 건치는 존재하는 거 같아요. 집에서 홈케어 전혀 안 하셨다고 하는데, 털북숭이의 치아를 보는 순간 눈이 멀 것 같은 빛 반사로 마치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하는 이병헌 씨의 건치 미소가 떠오르는 그런 아이들이 있어요. 개 이런 아이들은 식습관이 잘 잡혀 있어요. 건사료만 먹는다거나 간식도 치아에 묻지 않을 만한 것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어요. 습식 사료나 촉촉한 간식을 많이 먹으며 관리 못 받는 아이들은 대개 심각한 구강 질환을 앓고 있어요.


치아가 관리되지 않으면 털북숭이들은 충치보다는 치석이 더 잘 생겨요.(털북숭이들은 왜 충치가 없을까? 편 참조) 그래서 제 때 관리가 되지 않으면 충치 치료처럼 치아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치료하는 방법이 불가능해져요. 잇몸이 녹아버려 다른 방도 없이 발치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죠. 런 이유로 어금니가 빠지면 아이들은 씹어먹지 못하게 되고, 송곳니가 빠지면 평상시에 혀가 입 밖으로 나와있거나 입술을 깨물어서 상처가 나게 돼요. 게다가 그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잇몸과 치아에 통증으로 고통받게 되니 평상시에 잘 관리해야겠죠.


그러니 털북숭이 가족에게 칫솔질을 안 해 주시던 분은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번 시작해 보시고, 기존에 관리해 주시던 분들은 자신의 방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1. 준비물

우선 털북숭이에게 적합한 칫솔과 치약을 선택 주세요.

칫솔은 손가락에 끼워 사용하는 손가락 칫솔과 일반 칫솔로 나뉘어요. 손가락 칫솔은 양치 교육 초반에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만 사용해야 해요. 특유의 짧고 굵은 칫솔모로는 제대로 된 양치질을 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자칫 잘못하단 손가락을 물릴 수도 있니 조심해야 해요.

일반 칫솔은 털북숭이의 크기에 맞춰 준비하는 게 좋아요. 고양이나 소형견은 칫솔 머리 작은 걸로, 대형견은 큰 걸로 하는 게 효과적이죠. 중요한 것은 바로 칫솔모가 부드러워야 한다는 것! 털북숭이들은 대개 잇몸에 염증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억센 칫솔모를 쓸 경우 피가 나거나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요. 그럼 털북숭이들은 양치질을 거부하게 되어 관리가 더 어려워져요. 그러니 최대한 부드러운 칫솔모를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치약은 무조건 잘 먹는 로 골라주세요. 치약의 목적은 구강 내 세균을 없애서 프라그를 억제하고 칼슘을 없애서 치석 형성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높은 기호성으로 아이들에게 양치질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만약 맛이 없다면? 안 쓰니만 못 한 효과를 가져오겠죠. 그러니 치약은 여러 종류를 사용해 가며 아이의 기호성이 가장 좋은 것으로 선택해 주세요. 단, 구강 치료용으로 치약을 사용할 경우 주치의 선생님의 판단을 따라주세요. 


2. 양치질

처음 양치질을 시도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은 바로 털북숭이의 입을 어떻게 벌려서 양치를 시키냐예요. 털북숭이의 양치질은 입을 다문 상태에서 실시해요. 다행히도 우리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가장 쉽게 치석이 쌓여 손상되는 부위는 입을 다문 상태에서도 접근이 가능해요. 그래서 억지로 입을 벌리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입을 다문 상태에서 입술만 들어 올려 주세요. 손을 'C'자 모양으로 만들어서 입을 다물도록 유지한 채 손가락으로 입술만 들어 올리는 거예요. 그래야 여러분의 손가락을 보호하며 안전하게 양치질을 할 수 있어요.

털북숭이 양치할 때 손의 모양 (출처 : BSAVA Manual of Canine and Feline Dentistry and Oral Surgery)

양치질은 위턱 안쪽 깊숙이 있는 가장 큰 치아부터 해요. 그다음은 송곳니, 앞니 그리고 작은 어금니 순으로 해주세요. 양치 시간이 길어질수록 털북숭이가 양치를 거부할 수 있어요. 그러니 가장 중요한 곳을 먼저 해야 하죠. 가장 큰 어금니들에 주로 프라그와 치석이 많이 끼기에 이 부분을 먼저 공략하는 거예요. 만약 털북숭이가 너무나 협조적이라서 한동안 입도 벌려 준다면 치아의 안쪽면도 해주세요.

고양이(좌)와 강아지(우)의 양치질 하는 순서(출처 : BSAVA Manual of Canine and Feline Dentistry and Oral Surgery)


칫솔질할 칫솔모를 45도 잇몸 경계면 방향으로 기울이는 게 좋아요. 그렇게 해야 칫솔모의 일부가 잇몸과 치아 경계 사이로 들어갈 수 있거든요. 약간의 힘을 가해서 앞뒤로 짧게 움직이며 5~10초가량 문질러 주세요. 그다음에 다른 치아로 넘어가서 진행해 주시면 돼요.

치솔질 할 때 칫솔의 각도 (출처 : BSAVA Manual of Canine and Feline Dentistry and Oral Surgery)


3. 정기 검진

아무리 양치질을 잘했다 하더라도, 6개월에 한 번은 주치의 선생님께 아이의 치아를 보여주세요.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일종의 성적표도 받을 겸, 필요하다면 스케일링이 필요한 지 진료을 겸 말이에요. 아무래도 모든 치아의 바깥면과 안쪽면을 꼼꼼히 양치하긴 힘들다 보니 어딘가 문제가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다고 모든 치아를 꼼꼼히 하려고 강요하지 마세요. 그러다간 중요한 치아들도 손 못 대게 할지도 모르니까요.


이 외에도 깨알 같은 정보들을 좀 적어보자면....


- 양치질은 언제부터 하는 게 좋아요?

양치질은 영구치가 나기 전에 시작하는 게 좋아요. 대개 생후 8-12 주령 사이에 시작할 것을 추천해요. 그래야 매일 집에서 양치질하는 데 익숙해지기 쉽거든요. 하지만 이미 늦었다면? 상관없어요. 지금부터라도 시작해 보세요.


- 음 양치질시키는데 위 방법대로 하나요?

처음부터 치약을 묻힌 칫솔로 치카치카할 수 있는 아이들은 별로 없어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양치질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한 스텝 씩 천천히 진행해 주세요.

1) 주둥이를 손으로 가볍게 잡고 반대 손이나 칫솔에 치약을 묻혀 먹이기만 한다.

2) 잘 먹으면 슬슬 치아와 잇몸에 치약을 가볍게 묻혀주기 시작한다.

3) 적응이 되면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며 전반적인 치아에, 칫솔의 반복 운동을 적용한다.

각 과정을 1-2주 정도의 시간 동안 진행해 주세요. 총 1-2달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생각하고 해 주시는 게 좋아요. 그런데 만약 어느 단계에서 아이가 거부하기 시작한다면, 이전 단계로 돌아가 더 천천히 진행해 주세요.


- 그럼 하루 2번 양치질해야 하나요?

털북숭이의 양치는 하루 한 번으로 족해요. 몸 질환으로 특별 관리가 필요한 경우 하루 2 회 구강 관리가 지시될 수 있어요.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하루 한 번 규칙적인 양치질이 좋아요. 실제 하루 한 번에서 일주일에 한 번에 이르기까지 횟수를 달리하며 실험한 결과 하루 한 번 양치질이 가장 뛰어난 관리 능력을 보였어요.


- 치약을 너무 좋아해서 치약 먹으려고 애가 얌전히 안 있어요. 어떡하죠?

혹 칫솔에 바른 치약 때문에 털북숭이의 양치가 더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바로 기호성 높은 맛 때문에 얌전히 양치를 하는 게 아니라 치약을 먹기 위해서 난리 치는 경우죠. 그럴 땐 그냥 물에 적신 칫솔로 양치를 한 후에 치약을 잇몸과 치아에 발라줘 보세요. 마치 칫솔에 대한 보상처럼 말이에요.


- 밥 먹고 난 뒤 양치질해야겠죠?

사람은 대개 밥 먹고 난 뒤 양치질을 해요. 물론 털북숭이들도 밥을 먹고 난 뒤 양치를 하면 좋지만 필수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사람은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서죠. 그래서 식 후 바로 양치질을 하는 게 좋아요. 하지만 털북숭이는 충치가 아닌 치주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예요.(치주 질환 : 잇몸과 치아를 잡아주는 뼈, 인대 등 치아 주변 조직의 질환) 그래서 식사 전 양치질도 충분히 효과가 있어요. 사 전 후 타이밍보다 중요한 건 바로 아이들이 순조롭게 양치질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예요. 이를 위해서 양치 후 간식이나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어요. 그러니 너무 식 후에 하는 것을 고집하지 마세요.



치아 관리가 전혀 안 되어 노년에 대부분의 치아를 잃는 털북숭이들이 많아요. 입 주변에 손만 대도 하악 거리거나 으르렁 거린다면 어쩔 수 없겠죠. 이런 아이들은 자주 동물 병원에 가서 체크받고 필요하면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받아야 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치아를 잘 보여주는 아이라면! 매일 하루 한 번의 양치질을 꼭 지켜주세요.

아무리 귀찮고 바빠도, 내 자식의 양치질은 당연히 내가 해줘야 하는 거니까요!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점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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