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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Oct 09. 2021

건식 사료가 좋아요, 습식 사료가 좋아요?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27

여러분은 사료간식을 어떻게 구분하세요? 생김새? 급여 시간? 주는 양?

사전적인 정의는 아니지만 제 나름의 기준이 있어요. 바로 영양소 구성 비율이에요.

털북숭이들에겐 하루 필요한 열량의 몇 %를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로 채워야 할지, 그리고 비타민과 미네랄은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정해놓은 기준이 있어요. 이 기준에 맞춰져 있으면 해당 제품만 먹어도 특정 영양소의 결핍이 오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죠. 하지만 이러한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그것만 먹어서는 건강을 해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러한 기준에 맞게 영양소를 맞춰놓은 것은 사료, 그렇지 않은 것은 간식이라고 판단해요.


영양 성분을 맞춰놓은 료는 수분 함량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습식 사료(캔 사료)와 건식 사료(건사료)로요


습식 사료는 수분 함량이 60-70% 정도예요. 300g 습식 사료 하나엔 200ml의 물이 들어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죠. 그래서 평소 물을 잘 안 마시는 아이들에겐 습식 사료가 굉장히 큰 도움이 돼요.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물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나 만성 신장 질환이나 결석 관련 문제가 있을 경우 충분한 물 섭취가 매우 중요한데, 습식 사료를 제공함으로써 이를 도울 수 있어요.

게다가 기호성이 좋아요. 대부분의 털북숭이들은 건사료보다 습식 사료를 훨씬 좋아해요. 식에 수분이 증가하면 더 강해지고 풍미도 올라가기 때문이죠. 그래서 입이 짧은 아이들에겐 좋은 선택지가 돼요.

습식 사료는 은 무게로 비교해 보면 건식 사료에 비해 열량이 낮아요. 건식 사료와 습식 사료를 똑같이 100g 먹을 경우 건식 사료 대비 열량이 1/3 밖에 되지 않아요. 아무래도 수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동일량 대비 열량이 어요. 그래서 다이어트할 때 대식가들에겐 습식 사료가 포만감을 더 줄 수 있어요.  그 포만감은 금방 사라진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죠.

또한 구강 통증이나 발치 후 치아가 없어서 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습식 사료가 추천돼요. 일부 아이들은 건식 사료도 씹지 않고 삼켜버리기도 해요. 하지만 이럴 경우 사료의 위 내 정체 시간이 길어져 구토나 위염을 유발할 수 있거든요. 씹는다 하더라도 잇몸이나 치아에 통증을 주지 않는 습식 사료는 훌륭한 대체제가 되어요.


그런데 높은 수분 함유량으로 인해 습식 사료는 개봉 후 보관이 어려워요. 금방 상해버리기 때문에 먹고 남은 사료는 꼭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해야 돼요. 간혹 건사료와 섞어 먹이거나 약 먹일 때만 사용해서 1주일 넘게 냉장 보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되도록이면 48시간 이내로 소진하는 게 좋아요. 실제로 1주일 정도 냉장 보관된 습식 사료를 먹고 구토나 설사한다고 오는 아이들이 종종 있어요.

그리고 습식 사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치아 건강을 해친다는 거예요. 건사료만 오독오독 씹어먹을 경우 치아에 음식물이 많이 남지 않아요. 하지만 습식 사료의 경우 먹고 나면 치아에 전반적으로 음식물 찌꺼기가 남게 돼요. 그래서 습식 사료만 먹은 아이들과 건사료만 먹은 아이들의 구강 상태는 확연히 차이 나요. 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경우 '흡수성 치아 질환'이 습식 사료를 먹은 아이들에게서 높은 비율로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어요.(흡수성 치아 질환: 치아가 서서히 녹아서 없어지는 질환)

또 하나의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거예요. 를 들어 일한 브랜드의 소화기 처방용 습식 사료와 건식 사료를 비교했을 때 1 끼당 소요되는 비용이 대략 4배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나요. 장시간 급여할 것을 고려한다면 가볍게 무시할 순 없는 차이죠.


건식 사료에는 수분 함량이 10% 미만이에요. 그래서 습식 사료의 장단점을 뒤집으면 건식 사료의 장단점이 돼요.

습식 사료에 비해 기호성이 떨어지고 부피 대비 열량이 높아요. 치아가 안 좋을 경우 씹으면서 통증을 유발하여 사료를 거부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보관이 쉽죠. 지퍼백에 담아두면 한 달은 너끈히 버티니까요. 게다가 실온에 두어도 쉽게 상하지 않아서 언제든 털북숭이가 먹고 싶을 때 먹게끔 하는 자율 급여를 할 수도 있어요.  치아에도 습식 사료에 비해 나쁜 영향을 덜 끼쳐요. 건식 사료만 먹는 아이들은 대개 치아 상태가 양호해요. 그리고 같은 기간 급여 시 습식 사료에 비해 훨씬 저렴죠.


습식 사료와 건식 사료의 이러한 차이점을 잘 고려하여 털북숭이 가족에게 어떤 형태의 사료를 줄지 결정하시면 돼요. 물론 이 뿐만 아니라 보호자분의 생활 패턴과 집안 환경, 털북숭이의 식습관과 선호도 등도 고려해야겠죠. 제 아무리 좋은 사료라 한 들 내 털북숭이 가족은 그걸 먹고 변이 물러지거나 입도 대지 않는다면? 내 가족에겐 좋은 사료라고 말하기 어렵죠. 만성 신장 질환으로 입맛이 떨어진 아이에게 엄청난 고단백질의 사료를 주고선 잘 먹으니 좋은 사료라 해서도 안되고요.(신장 질환 환자는 저단백질 식이를 해야 하거든요.)

 

사료 선택에 어려움이 느껴지거나 조금 더 아이에게 적합한 사료를 제공해 주고 싶다면, 건강 검진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정밀히 파악한 뒤 현재 신체 상태에 가장 맞는 사료를 추천받아 보세요. 단순히 비싸고 맛 좋은 사료가 아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사료를 주는 것이 올바른 사료 선택의 기준이 아닐까 싶어요.



* 추가적으로 알면 좋은 사료 관련 지식


- 건식 사료를 냉동 보관할 때!

건식 사료를 간혹 소포장하여 냉동실에 보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데, 이땐 소량씩만 소포장해주세요. 냉동실 특성상 꺼내놓은 뒤 수분이 생기는데 사료 특성상 수분과 함께 오래 있으면 금방 곰팡이가 피게 돼요. 그래서 냉동실에 남은 건식 사료를 보관하실 경우엔 소량씩 지퍼백에 담아서 보관해 주시고, 해동 후엔 빠르게 소진해 주셔야 해요.


- 반건조 사료는 뭐지?

위에서 말씀드린 두 가지 사료 타입 이외에도 반건조 사료가 있어요. 수분 함량이 20-30% 내외인 제품들이죠. 두 사료의 장단점을 섞어놓은 제품이라 생각하시면 돼요.


- 캔 사료를 샀는데 바닥이 녹슬었어요!

간혹 캔에 보관되어 있는 습식사료 중 밑바닥 캔의 색깔이 갈색으로 변해있는 것들이 있어요. 녹슨 거라 많이들 오해하시는 데 이는 마이야르 반응이라 해요.(마이야르 반응 : 스테이크 좀 구워보신 분들은 바로 아는 단어로, 스테이크 구울 때 고기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 식빵 구울 때 겉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 등을 지칭함) 나무젓가락 같은 걸로 긁어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쉽게 긁혀서 사라진다면 마이야르 반응이 맞아요.


- 이 회사 사료는 튀겨서 만들었다면서요?

그 회사 사료는 튀겨서 만든 게 아니에요. 튀겨서 건강에 안 좋다는 소문이 도는 데 사실이 아니에요. 사료 만드는 마지막 공법에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서 동물성 단백질을 뿌려주는 데, 이게 미끈거리다 보니 튀겼다는 오해가 생긴 거 같아요.  이유로 해당 회사 제품을 거부하시는 분들이 꽤 계시더군요.


- 지금 있는 사료를 더 잘 먹게 만들려면?

건식 사료에 따뜻한 물을 부어주면 기호성이 더 좋아져요! 물 이외에 닭 육수나 황태 우린 물 등을 섞어주셔도 좋아요. 습식 사료는 부담스럽고 건식 사료는 잘 안 먹는다면 이 방법을 써보세요. 식 사료의 경우에도 짝 데워주면 더욱 기호성이 좋아져요.


- 식은 얼마나 줘도 돼요?

간혹 간식을 얼마나 줘도 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영양학적으로 하루 열량의 10% 까지만 간식으로 급여할 것을 추천해요. 예를 들어, 다이어트 중인 5kg 강아지는 하루 220kcal를 먹어야 하는데, 이 중 10%인 22kcal만 간식으로 대체하는 거예요. 이렇게 해야 영양 불균형이 오지 않으면서 과도한 열량을 공급하지 않게 돼요. (참고로 22kcal는 삶은 계란 1/3 정도밖에 안돼요. 그동안 줘왔던 간식 양을 생각해보면 충격과 공포죠?)


- 적절한 영양 성분은 어떻게 알 수 있어요?

AAFCO(미국사료관리협회)에서 발표하는 반려 동물 사료 성분 기준이 있어요. 이 기준보다 부족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의도적으로 일부 영양소를 이 기준치보다 낮게 설정해 놓은 사료들이 있어요. 대개 질병의 보조를 위한 처방 사료에서 보이는 특징이에요. 따라서 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하여 무조건 영양 불균형인 사료라 생각하시면 안 돼요.


강아지(좌)와 고양이(우)의 영양성분 구성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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