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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Oct 13. 2021

연고 바르면 다 핥아먹는데, 효과가 있나요?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28

피부병이나 눈병이 있어 동물 병원에 가면 연고나 안약을 처방받을 때가 있죠. 그런데 털북숭이들은 피부병이 있는 곳에 연고만 발랐다 하면 일단 혀로 열심히 닦아내요. 안약을 넣어주면 넣자마자 한 방울 또로록 흘러나와버려요. 과연 이러면 효과가 있나 싶어 다시 바르거나 한 방울 더 넣죠. 그래도 마찬가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동물 병원에서 처방받아 아이 몸에 바르는 것을 흔히 연고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크림, 에멀젼, 연고 등 여러 종류로 나뉘어요. 이들은 오일과 물의 구성비와 사용된 오일의 녹는점 서로 달라요. 그래서 바르고 난 뒤 수분이 증발하면 남는 느낌이 다르죠. 털북숭이들은 털이 북숭하다보니 오일 성분이 많은 연고를 바르고 나면 털이 엄청 뭉쳐요. 소위 떡진다고 하죠. 그래서 오일 성분이 적은 크림을 쓰면 덜 뭉쳐서 적용하기 수월해요. 이러한 크림이나 연고의 일반적인 적용 방법은 비슷하기에 편의상 연고로 통일해서 지칭하도록 할게요.


털북숭이들에게 연고를 바르면 대부분 바로 핥아버려요. 그래서 심장사상충이나 외부기생충 예방을 위해 바르는 예방약목 뒤에 바르죠. 목 뒤는 핥을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피부병이 목 뒤에만 생기지 않으니 여길 제외한 대부분의 장소는 연고를 바르고 나면 아이들이 핥을 수 있어요.


피부병 부위를 소독하거나 연고를 바른 뒤 핥으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부병이나 상처를 핥는 행동 자체가 좋지 않아요. 어렸을 적에 TV에서 동물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다 이런 장면을 본 적 있어요. 식 동물에게 쫓기다 상처 난 가젤이 열심히 핥고 있으니 감미로운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왔죠. '이렇게 열심히 핥는 가젤의 침엔 상처를 소독해주는 성분이 들어있어, 감염으로 부터 가젤을 보호해 줍니다. 이 또한 자연의 위대함이겠죠.' 뭔가 이런 식의 내용이었던 거 같아요. 

실제 침에는 일부 항균 작용을 하는 물질이 들어있어요. 그런데 그와 함께 수많은 세균들도 들어있죠. 동물 병원을 찾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은 어쩔 수 없이 핥기라도 해야겠지만, 털북숭이 가족들이 상처를 핥는 걸 내버려 두면 안 돼요. 오히려 상처를 덧나게 하거나 감염시킬 수 있거든요.


게다가 소독약이나 연고가 작용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바로 핥아 버리면 효과를 볼 수 없어 치료가 늦어지겠죠. 그래서 연고를 바르면 일정 시간 동안 핥지 못하도록 유지시켜줄 필요가 있어요.

15분! 물론 연고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연고는 바른 뒤 15분의 시간이 지나면 필요한 성분들은 흡수가 요. 그래서 연고를 바른 뒤 털북숭이들이 열심히 핥으려고 할 때 15분 정도만 잠시 시선을 끌어주세요. 산책을 나가거나 간식을 주셔도 괜찮아요. 잠깐 놀이를 해도 괜찮고요. 하다 못해 넥칼라라도 씌워서 15분의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도 연고의 이물감에 적응하여 덜 핥으려고 할 거예요.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연고를 바르는 양이예요. 연고는 상처 부위에 얇게 펴 바르는 것이 원칙이에요. 간혹 화가 반 고흐의 작품처럼 연고로 입체감을 표현해 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반 고흐의 작품처럼 관리하지 않는 이상 그 연고는 다른 곳에 다 묻어나게 될 거예요. 그리고 많이 바른다고 빨리 낫는 것도 아니고요. 그러니 주치의 선생님께서 두껍게 바르라고 하시지 않는 이상, 연고는 얇게 펴 발라 주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계속 넥칼라를 씌워 주세요. 꾀가 많은 아이들은 보호자분 앞에서는 안 핥다가 밤에 보호자분이 잠들거나 외출한 후에 느긋하게 앉아 촵촵촵 핥기도 해요. 그러니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받아하지 않는다면 피부병이 나을 때 까진 넥칼라를 씌워주시는 게 좋아요. 만약 뒷발로 긁는다면? 소독이나 연고를 바른 뒤 옷을 입혀 주세요. 여러 세균이 묻어있는 발톱으로 피부병 부위를 긁는 것보단 옷으로 덮어두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거예요.


안약은 어떨까요?


안약을 한 방울 넣을 때 통장에 월급이 들어는 느낌이에요. 들어오자마자 바로 빠져나가죠. 안약 한 방울을 눈에 넣자마자 주르륵 바로 흘러나와 버려요. 이럴 때 역시 의문이 들죠. 이거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 그래서 두 세 방울 더 넣어도 마찬가지예요. 안약은 눈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걸로 보일 뿐이죠.


우선 안약은 한 번에 한 방울만 넣는 거예요. 안약을 넣으면 대부분 빠져나가 일부만 내안각 쪽의 작은 공간에 남아있게 돼요.(내안각 ; 앞 트임 하는 곳, 보통 눈곱이 가장 많이 끼는 곳) 원래 그런 거예요. 그래서 한 방울 넣으나 열 방울 넣으나 결국 눈에 남는 약물의 양은 같아요. 그래서 안약은 한쪽 눈에 한 방울씩만 넣어주셔도 충분해요.

이렇게 눈에 일부 남은 안약은 그마저도 5분 뒤면 대부분 눈에서 사라지게 돼요. 반적으로 눈 주변에 위치한 눈물샘에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려보내고 이 눈물들은 비루관을 통해서 빠져나가요.(비루관; 눈에서 코로 뚫려있는 얇은 관) 그래서 눈에 일부 남은 안약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물에 희석되어 비루관을 통해 빠져나가죠.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여러 안약을 넣어야 할 땐 적어도 5분에서 10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넣어야 해요. 예를 들어 A, B 두 안약을 처방받았다면 A 안약을 먼저 한 방울 넣은 뒤 10분 후에 B 안약을 넣어야 하죠. 급하다고 A 넣고 바로 B를 넣으면 A 안약은 흡수될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다 흘러나와버릴 거예요. 그러니 바쁘시더라도 시간 간격은 지켜주시는 게 좋아요.


간혹 초소형견의 경우 내안각 부위 공간이 거의 없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땐 아이의 고개를 위로 들어서 눈 표면이 땅과 수평이 되게 해 주세요. 그다음 내안각 부위에 안약을 떨어트리고 비루관이 지나가는 곳을 지그시 눌러주세요. 비루관을 막아버려서 안약이 조금 더 오래 눈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이에요. 이렇게 해서 5분 정도 유지해 주시면 좋겠지만 털북숭이가 많이 힘들어할 테니 잠시만이라도 유지해 주세요.

빨간원 : 비루관을 막는 곳의 위치 (출처:https://vcahospitals.com/know-your-pet/lacrimal-duct-obstruction-in-dogs)


또 하나의 팁은 아이가 안약을 넣기 두려워할 때! 그냥 눈을 감기고 안약을 넣어주세요. 마찬가지로 눈 표면이 땅과 수평이 되게끔 고개를 약간 들어준 뒤 눈에 손가락을 살짝 올려보세요.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있을 거예요. 그때 내안각 부위에 안약을 한 방울 떨어트리고 손가락을 떼면 눈을 뜨면서 자연스레 안약이 눈에 들어가게 돼요. 눈앞에 낯선 물체가 왔다 갔다 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없애줄 수 있어서 겁 많은 아이들에겐 이런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피부나 눈에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주사를 맞거나 내복약을 먹여도 되고 피부 연고나 안약을 써도 되죠. 주사나 내복약은 약물이 온몸에 퍼지면서 아픈 곳에도 전달되는  형식이라 연고나 안약에 비해 다른 장기로의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즉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연고나 안약은 해당 부위에만 적용하기에 전신 부작용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올바른 적용 방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치료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또한 피부병의 경우 연고만으로는 다른 곳에 퍼져서 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아주지 못하죠. 리고 온몸에 퍼져있고 털이 많은 경우 모든 병소에 연고를 발라주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수의사들은 이런 전신 치료제(주사, 내복약)와 국소 치료제(연고, 안약 등)를 질병의 상태와 환자의 성향, 보호자분의 스케줄 등을 고려해서 처방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연고나 안약을 넣기 힘들다면 차라리 주사나 약을 먹이는 것도 가능해요. 치료 과정상 어려움이 있다면 얼마든지 주치의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 보세요. 털북숭이를 위한 다른 방법의 치료를 권해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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