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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Oct 17. 2021

귀에 물 들어가면 안 돼요. 귓병 생긴대요.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29

털북숭이(특히 강아지)와 함께 살며 가장 지긋지긋한 질환이 무엇일까요? 아마도 귓병이 아닐까 싶어요.

고양이는 귓병이 흔하 않아요. 간혹 어린아이들이 귀진드기에 감염되어 오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 성묘가 되어서는 귓병을 잘 앓지 않아요. 연골 이상으로 귀가 선천적으로 닫혀있는 폴드 아이들과 폴립이라는 종괴가 자라나는 경우를 제외하곤 귓병이 잘 없죠. 하지만 강아지는 달라요. 많은 아이들이 지긋지긋한 귓병에 시달리고 있어요.

미국의 한 동물 보험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가장 청구가 많은 질환이 바로 귓병이라고 해요.(고양이 질병으론 귓병이 8번째고 합니다.) 이렇게 귓병이 많은 이유가 도대체 뭘까요? 그리고 얘네는 왜 한 번 생기면 금세 또 재발하는 걸까요?


우리가 편의상 귓병이라 부르는 질환은 대개 외이도염을 의미해요. 외이도는 귓구멍에서부터 고막까지의 긴 터널인데 여기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우리는 외이도염이라고 하죠. 

외이도염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해요. 음식 알레르기, 아토피, 지루성 피부염, 기생충, 이물질(주로 풀씨), 접촉성 피부염 등 여러 이유로 귀에 염증이 생겨요. 그런데 이렇게 귀에 염증이 생기면 외이도 내부의 환경이 변 그로 인해 세균이나 곰팡이의 감염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죠. 이런 걸 이차 감염이라고 해요.  어디선가 나쁜 세균이나 곰팡이가 귀로 들어가서 귓병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기생충을 제외한 다른 감염은 어디까지나 이차적인 문제예요.

외이도에는 평소에도 여러 세균과 곰팡이들이 평화롭고 소소하게 살고 있어요. 그러다 귀에 염증이 생기거나 습하고 따뜻한 환경으로 바뀌면 세균과 곰팡이가 무럭무럭 자라나게 되죠. 이로 인해 귀를 가려워하거나 붓고 귀지가 증가하는 변화가 나타나요. 간혹 외부에서 옮겨와서 감염되는 세균들도 있어요. 아마도 염증이 생겨 발로 귀를 긁다가 세균이 전파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이 세균들도 정상적인 귀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요. 다른 일차적인 원인으로 귀 상태가 불량할 경우에 문제를 심화시키는 거죠


문제는 귓병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원인이 대개 평생 달고 살아가는 질병이라는 거예요. 음식 알레르기, 아토피, 지루성 피부염 등 하나같이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들이다 보니, 조금만 관리가 안 돼도 금방 외이도염과 감염이 재발하는 거죠. 그래서 엄밀히 얘기하자면 귓병이 지긋지긋한 게 아니라 아토피, 알레르기, 지루성 피부염 등이 지긋지긋한 거예요.

그래서 귓병을 치료할 때 감염 치료와 함께 빼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원발 요인을 제거 혹은 치료하는 거예요. 만약 기생충이 있다면 구충제를 쓰고, 이물질이 들어갔다면 이물질을 제거해 주어야죠. 외이도 어딘가의 종괴로 인해 귓구멍이 막혔다면 그 종괴를 제거해야 공기가 순환되고 귀지가 배출되어 귓병을 막아줄 거예요. 마찬가지로 음식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를 관리하고, 아토피가 있다면 이를 치료해야죠.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 않기에 빈번한 재발이 일어나요


귀가 안 좋을 때는 당연히 동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겠죠.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원발 요인이 쉽게 치료되지 않기 때문에 금세 재발하기 쉬워요. 그렇다면 귓병이 다시 재발하기 전에 집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귀가 습하지 않고 환기가 잘 되게 해 주세요. 귀가 길어서 덮여있는 아이들은 스누드나 고무줄을 이용하여 귀를 열어두시면 좋요. 주의하실 점은 고무줄을 사용할 때 절대 귀 끝이 함께 묶이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는 거예요! 종종 귀 끝이 고무줄에 묶여 괴사 되어 오는 아이들이 있어요. 귀 끝 털을 무줄로 묶기 전 후귀 끝이 함께 묶이지 않았는지 확인해 주셔야 해요. 리고 수영을 자주 하거나 목욕을 한 뒤엔 귀를 말려주시는 게 좋아요.


그리고 외이도나 귓구멍 입구에 털이 너무 많이 자라나는 아이들은 털을 정리 해 주세요. 이건 수의사마다 의견이 다른데 저는 귓병이 있으면 치료할 때 귀털을 정리해주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귀털이 있으면 귀가 잘 마르지도 않고 귀지도 깨끗이 씻어내질 못하거든요. 귀지가 털에 덕지덕지 엉켜있어 아무리 씻어내도 귀지가 많이 남아요. 래서 치료받는 아이들 이외에도 귓병이 자주 반복되는 아이들은 평소에도 귀 털을 정리 해주어요. 하지만 간혹 귀 털을 뽑는 걸 매우 아파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뽑고 난 뒤 귀를 심하게 긁거나 터는 아이들도 있고요. 그래서 조심해서 귀털 정리 여부를 결정해야 돼요.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평소 귀를 세척해 주는 거예요. 

단순히 화장솜이나 티슈로 귀 겉을 닦아주는 수준이 아닌 외이도 내부의 귀지를 제거해 세요. 그런데 이를 위해 면봉으로 귀지를 파내는 분들이 계세요. 털북숭이 귀 청소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병원에서 검이경으로 외이도 내부를 확인해 보면 고막 근처에만 유독 귀지가 꽉 차있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런 아이들은 대개 집에서 면봉으로 귀 청소를 받는 털북숭이들이에요. 사람에 비해 귀가 훨씬 깊고 'ㄴ'자로 꺾여있기 때문에 오히려 귀지를 안으로 밀어 넣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귀 청소할 땐 면봉을 쓰지 마시고 세정제를 귀에 흘려 넣어 주세요.

세정제를 충분히 흘려 넣은 뒤 귀 외이도의 연골을 마사지하여 내부에 있는 귀지들을 빼내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에요. 외이도를 마사지하기 힘들다면 그냥 액체를 넣기만 해 주세요. 털북숭이들은 귀에 액체가 있으면 귀를 털어서 빼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부 귀지가 빠져나올 거예요. 흘러나온 귀지와 귀 세정제만 부드럽게 닦아주고 나머지는 자연 건조 혹은 드라이기 바람으로 말려주세요.


이러한 귀 세척은 굉장히 장점이 많아요.

귀지에 있는 세균들이 내뿜는 독성 물질도 제거해주고, 세균이나 곰팡이의 개체 수도 줄여주죠. 그리고 약을 쓰는 경우 귀지로 인해 일부 약 성분의 효과가 떨어지는데, 귀지를 제거하여 약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게 해 줘요. 게다가 만성적인 외이염이 있는 경우 귀의 정상적인 정화 작용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귀는 한쪽 끝이 막힌 동굴 같은 구조라 이를 보호하기 위해 고막 주위에서 귀 바깥으로 상피세포가 이동하면서 귀지를 밀어내요.(상피세포 : 피부 가장 바깥층에 존재하는 세포) 일종의 자연산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되어 있는 셈이죠. 그런데 외이도의 염증이 만성화될 경우 이 컨베이어 벨트가 고장 나요. 이로 인해 계속 귀지가 외이도 내부에 쌓이는 상황이 벌어지죠. 이럴 경우 귀 세척 말고는 내부에 쌓이는 귀지를 없애줄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귀가 안 좋은 아이들일수록 귀 세척이 꼭 필요해요.


귀 세척을 할 땐 되도록이면 털북숭이 전용 귀 세정제를 써주세요. 귀 세정제엔 대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성분들과 알코올이 들어가 있어 일반 물보다 훨씬 빨리 마르고 감염도 일부 예방해 주어요. 그래서 목욕이나 수영 후에도 물에 젖은 귀 속을 무작정 드라이기로 말리기보단 귀 세정제로 씻어낸 뒤 말리는 게 더 좋아요.

심한 감염성 외이염을 지니고 있는 아이들도 약 사용 없이 전용 귀 세정제로 귀 세척을 하루 두 번씩 2주만 해도 대부분 나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그만큼 귀 세정의 힘은 대단하죠. 그래서 외이염이 자주 재발하는 아이들에게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이유로 화장솜에 살짝 묻혀서 겉에만 닦는 식으로 관리해선 안 돼요. 귀 내부에 쌓인 귀지와 거기에서 자라난 세균, 곰팡이들을 적극적인 자세로 제거해 주어야 해요.


하지만 이런 귀 세척은 집에선 당연히 어려울 수 있어요. 귀 청소를 피해  도망가고 숨고 물려고 할 수도 있어요. 특히나 염증이 심할 땐 귀를 건드리면 많이 아파하거든요. 그럴 땐 정기적으로 귀 청소를 받으러 동물 병원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한 달에 한 번 혹은 귀지가 늘어나거나 날씨가 습해질 때, 혹은 수영장을 다녀온 뒤엔 병원에 잠시 들려 보세요. 귀 속을 체크하고 청소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외이염 발병 횟수를 줄이고 귓병이 생긴다 하더라도 치료 기간이 훨씬 짧아져요.


지금껏 평생을 귓병 없이 잘 지내온 털북숭이는 정말 효자 효녀예요. 그래도 언제 갑자기 외이염이 생길지 모르니 항상 주의 깊게 관찰해 주세요. 평소보다 자주 귀를 긁거나 머리를 흔들, 귀에서 평소 안 나던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귓구멍 주변에 귀지가 잔뜩 묻어있거나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라 있다면! 주치의 선생님과 인사할 시간이에요.



p.s.


귀 청소를 위해 귀 세정제를 추천해달라는 분들이 많으세요. 요즘 워낙 많은 종류의 귀 세정제가 나오다 보니 선택이 힘들죠. 그런데 귀 상태에 따라 추천되는 귀 세정제가 달라서 아이 상태를 알아야 좀 더 적합한 추천이 가능해요.

평소 귓병이 없는 아이들은 사실 어떤 제품을 써도 상관없어요. 자극 없이 순한 제품이면 다 괜찮아요. 그런데 감염이 잦다면 곰팡이냐 세균이냐에 따라 처방용 귀 세정제를 쓰는 게 좋아요. 감염 없이 단순히 귀지만 많이 생기는 아이라면 귀지를 잘 녹여주는 제품을 써주세요. 여러 종류의 귀 세정제를 써보았는데 거품이 나는 형태가 확실히 깊숙이 쌓인 귀지도 잘 빼주는 거 같아요. 대신 저는 거품이 남는 게 찝찝해서 귀지를 다 제거한 뒤에는 거품이 나지 않는 다른 제품이나 깨끗한 물로 씻어주고 있어요. 조금 번거로울 순 있지만 왠지 모를 찝찝함을 남기는 것보단 낫겠죠?


그리고 귀 세척의 빈도는 귀지 생성 정도에 따라 달라요. 귓병이 잘 없는 아이라면 목욕 후에 겉에만 가볍게 닦아 주셔도 돼요. 하지만 귓병이 잦고 귀지가 많이 생기는 아이라면 1주일에 한 번씩은 해주시는 게 좋아요. 귀 세척을 할수록 귀지 양이 감소한다면 기간을 점차 늘려주세요. 하지만 장마철처럼 날씨가 덥고 습할 때엔 귀 청소 횟수를 다시 늘려주시는 게 좋아요. 저희 수의사들은 장마철을 이렇게 불러요. '귓병의 계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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