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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Jun 19. 2021

심장약 먹으면 콩팥이 망가진대! 절대 안 먹일 거야!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 03

 동물 병원에서 마주치는 여러 보호자분들과 얘기하다 보면 가끔 '약'에 대한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요.

'저는 우리 애 스테로이드 절대 안 먹일 거예요.'

'항생제 오래 먹으면 간 나빠진다면서요? 최대한 짧게 써주세요.'

이런 여러 오해에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오늘의 주제입니다


'심장약 먹으면 콩팥 다 망가진다면서요? 저는 심장약 안 먹이고 싶어요.'


 자, 일단 심장약이 콩팥을 망가트린다는 건 사실일까요? 

안타깝게도 사실에 가까워요. 심장약은 사실 여러 종류의 약들을 혼합해서 만들어요. 그런데 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뇨제'인데요, 이걸 사용해서 의도적으로 소변 양을 늘리는 거예요. 그런데 이 이뇨제를 많이 쓰거나 오래 쓰면 콩팥이 손상을 입게 돼요. 그래서 심장약을 먹으면 콩팥이 망가진다는 이야기가 는 거예요.


 심장약에서 이뇨제를 꼭 써야 할까요?

 아지 고양이 주심장병으로 인해 내에 물 성분이 너무 많아져서 몸에 이상이 나타나요. 몸에 과도하게 저류 된 물을 제거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것은 바로 이뇨제이죠. 그래서 심장약으로 인해 증상이 나타나는 아이들에게 이뇨제는 꼭 필요한 성분이라 쓸 수밖에 없어요. (단, 심장병 초기의 경우 이뇨제 없이도 심장약을 쓰기 때문에 이런 경우 콩팥에 주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에요.)


 그럼 우린 심장과 콩팥 중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요?

 그건 주저 없이 심장이에요. 심장약이 콩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건 모든 수의사들이 알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뇨제를 쓰는 이유는 심장이 콩팥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이에요. 심장병으로 폐수종이 생겼을 때 이뇨제를 쓰지 않으면 얼마 못 가 아이를 다시는 못 보게 돼요.(폐수종 : 몸 안에 물이 과도하게 저류 되어 폐에 물이 차는 상태) 하지만 콩팥이 망가지면 내과적 처치를 통해 손상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건 꼭 필요한 시점에 적정량의 약을 써서 피해를 최소화하며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에요.


이 외에도 여러 질환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하필 동시에 치료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죠. 심장과 콩팥처럼 심장은 몸에서 물을 빼야 하고 콩팥은 몸에 물을 충분히 넣어줘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요. 결국 이럴 때 선택 기준은 바로 '우선순위'예요. 누구 편을 들어주는 것이 털북숭이 가족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하는 거죠.


관절염으로 다리를 저는 아이가 있어요. 그런데 이 아이는 만성 신부전인 상태예요.(만성신부전 : 콩팥이 망가져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 관절염을 위한 진통소염제는 대개 콩팥을 더 망가트려요. 이럴 때 여러분이 수의사라면 진통 소염제를 쓰시겠어요? 아니면 콩팥을 위해 약을 쓰지 않으시겠어요?

중요한 건 바로 우선순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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