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슬개골 탈구는 미끄러운 바닥 때문일까?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02
바야흐로 1000만 반려인의 시대입니다. 요즘 고양이를 식구로 맞이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강아지와 함께 사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그 수많은 보호자분들이 한 번쯤은 하게 되는 걱정, 그것은 바로 슬개골 탈구입니다. 이러한 걱정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이를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끄럼 방지 패드가 아닐까 싶네요. 슬개골 탈구가 미끄러운 바닥 때문에 발생한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여기서 보호자분들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어 이 오해를 풀어볼까 합니다.
자, 그럼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어떤 가정에서 오랜 고심 끝에 비숑 프리제 한 마리를 막내 가족으로 맞이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입양 전부터 주변 반려인들이 슬개골 탈구 생기면 애도 고생하고 너도 고생하고 지갑도 고생하니 미리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놓으라고 하네요. 걱정되어 인터넷에 찾아보니 정말 많은 아이들이 슬개골 탈구로 고생을 하고 있어 큰 맘먹고 거실 전체 바닥에 매트를 깔기로 했어요. 자 그럼, 이 아이는 슬개골 탈구가 안 생길까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슬개골 탈구가 발생하는 이유를 '미끄러운 바닥'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그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어느 정도 기여하는 바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더 큰 원인이 존재해요. 바로 '유전자'예요. 슬개골 탈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부모견 중 누군가 슬개골 탈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실제 여러 수의학 서적들을 찾아보면 슬개골 탈구 자체를 유전성 질환으로 간주하고 있어요. 그중 일부만 '외상'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해요.(여기서 외상은 맞았다기 보단 교통사고, 미끄러짐, 점프 등으로 인한 외부 충격을 말해요.) 실제 저희 병원을 찾아오는 수많은 슬개골 탈구 환자들도 대부분은 유전적인 이유로 발생하였어요.(정확히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슬개골 탈구 환자 10마리 중 7-8 마리는 유전성 일 듯 싶어요.)
그럼 과연 유전성과 외상성은 어떻게 구분하는 걸까요?
바로 '증상이 심해지는 속도'와 '대칭성'을 가지고 판단해요. 유전성은 갑자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아요. 하지만 외상성은 외상이 발생된 시점으로부터 갑자기 심한 증상을 보이죠. 또한 대칭성도 중요해요. 유전성은 대개 양쪽에 비슷한 정도로 영향을 끼치기에 왼쪽이 3단계이면 오른쪽도 3단계이거나 2단계 정도예요.
하지만 외상성은 달라요. 왼쪽은 3단계 탈구인데 오른쪽은 탈구가 없다면? 원인은 외상성일 가능성이 높죠. 참고로 유전성과 외상성이 동시에 발생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유전성으로 양쪽 슬개골 탈구가 2단계로 진행되었는데 급작스런 외상으로 한쪽만 3 혹은 4단계로 진행되는 경우가 그렇죠.
이렇게 원인을 나누는 이유는 바로 치료 여부 때문이에요. 이 부분은 아마 각 동물 병원마다 수의사 선생님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을 듯싶네요. 저희 병원 외과 원장을 맡고 있는 저로서는 아래 3가지 요인일 때만 수술을 권유해드려요.
1. 어린 나이에 빠르게 진행되는 슬개골 탈구
2. 단계에 상관없이 임상 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
3.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3-4단계의 슬개골 탈구
위 세 가지 조건에 성립되지 않는다면 수술을 권유해드리지 않아요.(수의사 선생님들 마다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그런데 대개 외상성의 경우 발생 직후 2-3단계가 되고 이후부터 빠르게 3-4단계로 넘어가요. 게다가 약을 써도 증상이 오래가기 때문에 대개 수술을 권유해 드리고 있어요.
결국, 슬개골 탈구를 방지하기 위해 혹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끄럼 방지 패드를 까는 것은 추천드려요. 하지만 그로 인해 슬개골 탈구 자체를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안 돼요. 이미 유전적으로 타고났다면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진행은 되거든요. 그러니 조심 또 조심하는 수 밖엔 없고 평소 주치의 선생님과 정기적으로 만나며 체크해 주세요. 우리 아이 무릎 상태가 현재 어떤 지, 악화 되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빠르기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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