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케니 Oct 25. 2021

까만 똥? 빨간 똥? 하얀 똥?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31

당신의 털북숭이 가족  색깔은 어떤가요?

매일 일정한 사료와 간식만 먹는 아이들은 변 색깔도 일정할 거예요. 대부분 황금 바나나 색에서 진한 갈색(이른바 똥색)에 이르 범위 내에 속할 거예요. 그런데 이 범위를 벗어나는 변 색깔이 보일 때가 있어요.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인데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중 특히나 중요한 까만 똥, 빨간 똥, 하얀 똥! 세 가지 색깔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우선 비정상적인 변의 색깔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정상 변 색깔이 왜 똥색인지 아세요?

그 특유의 똥색은 담즙 혹은 쓸개즙이라 불리는 액체 때문이에요.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져 담낭(쓸개)에 저장되어 있어요. 그러다 음식물이 소장으로 내려오면 장 내부로 담즙 분비요. 담즙은 지방을 소화시키는 역할을 하거든요. 간혹 공복토를 했는데 진한 갈색이나 초록색 액체를 토할 때 있죠? 담즙이 위로 역류해서 구토로 나오는 경우인데, 담즙 색이 진한 갈색 혹은 초록색이라 그래요. 이러한 담즙이 소장 내로 분비되어 장 내의 세균 및 음식물과 만나면서 특유의 똥색을 만들어 내 거예요.


그런데 만약 담즙이 없다면? 하얀 똥 혹은 회색 똥이 나와요. 간혹 뼈를 많이 갉아먹은 경우 뼈가루 때문에 하얗게 변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뼈를 갉아먹은 적이 없다면 담즙이 소장 내로 배출되지 않아서 그래요. 그래서 하얀색의 변은 담즙 분비에 이상이 있음을 의미하고, 이럴 경우 바로 병원에서 체크봐야 요. 담즙은 어쩌다 안 나올 수도 있는 그런 장기가 아니기에 심상치 않은 질병이 있을 수 있거든요. 담즙이 나오는 관을 담관이라 하는데 이 담관이 막힌 경우가 이에 속해요. 담관에 종양이나 결석, 염증으로 인한 폐색이 있는 경우이죠. 이때 빠른 치료가 동반되지 않으면 예후가 매우 불량해질 수 있어요. 그러니 좀 더 지켜볼게 아니라 바로 병원으로 가셔야 해요.


'어라? 우리 아이는 담낭 제거 수술을 했는데, 변이 일반 똥 색인데요? 담낭 제대로 안 뗀 건가요?'

충분히 오해하실 수 있어요. 담낭은 담즙을 만들어내는 장소가 아니라 임시 보관하는 주머니예요. 담낭의 역할은 담즙이 24시간 내내 흘러나오지 않고 주머니에 저장되어 있다가 필요한 시점에 다량이 분비되도록 하는 이죠. 그래서 담낭 제거 수술을 하면 필요한 적시에 나오는 게 아닌 간에서 만들어지는 즉시 졸졸 흘러나오는 상태가 돼요. 그래서 변 색깔이 여전히 똥 색인 거죠. 술을 잘 못 받은 게 아니니 걱정 마세요.


빨간 똥은 많이들 아실 거예요. 바로 피똥이죠. 변에 피가 묻어있다는 건 소장이나 대장 내부 어딘가에서 출혈이 있다는 걸 의미해요. 심한 장염으로 출혈이 있을 수도 있고 혈액을 응고시키는 복잡한 기전에 문제가 생겨 장 내 출혈이 있을 수도 있어요. 혹은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위에 궤양을 일으켰거나 소화기 어딘가에 종양이 있어도 피가 날 수 있어요. 

그런데 장 내부 온갖 종류의 세균들이 살고 있는 곳이며 이들이 뿜어내는 독소가 항상 존재해요.  내부 어딘가에서 피가 난다는 것은 그곳을 통해 세균이나 독소가 혈관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해요. 끔찍하죠. 그래서 가볍게 생각했던 장염인데도 염증 수치가 치솟고 심한 기력 저하와 혈압까지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나 나이 많은 아이들은 이로 인해 여러 장기들이 손상되기도 해요. 

그래서 변에 혈액이 보인다 싶으면 바로 병원에 데려가시거나 컨디션을 주의 깊게 살펴보셔야 해요. 물론 먹는 것과 스트레스만 조심해도 자연스레 나을 순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으니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까만 똥은 그럼 언제 나오는 걸까요? 바로 출혈이에요. 근데 이상하죠? 방금 위에서 장 내부에 출혈이 있다면 빨갛게 나온다고 했는데!? 네, 맞아요. 피가 장에서 흘러나와 항문으로 나오기까지 시간이 짧으면 빨간 똥이 나오죠. 하지만 피가 장 내부에서 소화될 정도로 오랜 시간을 머물게 되면 까맣게 변해서 나와요.

구강, 식도, 위, 상부 소장에서 출혈이 있으면 변이 마치 연필심처럼 까맣게 나와요. 에 들어있는 빨간 색소(헤모글로빈)가 장 내에서 소화 효소와 여러 미생물들을 만나 까맣게 변하거든요. 그래서 구강에 종양이 있어서 출혈이 계속 있을 경우, 식도가 이물질로 찢어졌을 때도 까만 똥이 나와요. 또한 장 내 출혈을 일으키는 장소가 소화기 상부에 국한되어 있다면 이 나오죠. 간혹 코 안쪽 구조물(비강)에 종양이나 외상으로 출혈이 생긴 경우에도 흘러나오는 피를 계속 삼켜서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질병으로 인한 것 이외에도 정상적인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까만 변이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대표적인 것으로는 철분 영양제나 블루베리, 비트 등을 먹었을 때예요. 이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색상 때문에도 까만 변이 나올 수 있어요. 그러니 털북숭이의 변이 까만 똥이라면 혹시 최근 먹은 것 중에 이러한 성분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해요.


위에서 설명한 변 색깔은 변의 형태와는 상관없어요. 아무리 형태가 정상변 일지라 해도 위와 같은 색깔이 나온다면 이상이 있는 거예요. 형태가 뭉개지지 않고 휴지로 싸서 집으면 이쁘게 들리는 그런 변이라 할 지라도 까만색이라면 병원부터 데리고 가셔야 해요. 실제로 형태가 정상이란 이유로 흑변임에도 불구하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극심한 빈혈로 수혈까지 진행한 아이도 있었어요. 그러니 이젠 변 색을 잘 보면서 우리 털북숭이 가족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주세요!



p.s.


색깔의 변화 이외에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은 바로 대변 속 투명한 점액질이 도대체 뭐냐는 거예요. 여러분은 보신 적 있으신가요?

털북숭이의 변을 치우다 보면 가끔 점액질의 끈끈한 것이 섞여 나올 때가 있어요. 이를 보고 어떤 한 보호자분은 아이가 젤리를 훔쳐먹은 거 같다고 하셨고, 또 다른 분은 우리가 먹는 곱창의 곱이 흘러나온 거라며 장벽이 깎여나가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셨죠.

투명한 콧물 같기도 하고, 젤리 같기도 한 이 물질은 정상적인 장에서 분비되는 물질이에요. 장 내부에 대변이 미끄럽게 빠져나오도록 분비하는 윤활액의 일종이라 생각하면 돼요. 그런데 가끔 이 윤활액이 뭉쳐있다 나오거나 어떠한 이상으로 과도하게 분비되는 경우 우리 눈에 띄게 되죠.

그래서 가끔 똥에 점액질이 묻어 나오는 건 괜찮아요. 정상적인 거니까요. 그런데 너무 과도하게 흘러나온다면? 장에 염증이 생겨 윤활액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것일 수 있으니 동물 병원을 방문해 보심이 좋을 듯 싶어요. 


작가의 이전글 털북숭이가 뒷다리를 절어요! 슬개골 탈구 수술해야 되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