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러분은 방문한 동물 병원에서 과잉 진료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신 적 있으신가요? 만약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면, 왜 과잉 진료라고 생각하셨나요?
사람 병원의 경우 두 가지 형태의 과잉 진료가 있어요. 보험 관련 문제로 혹은 인터넷 상의 잘못된 정보로 환자가 과한 검사나 치료를 요청하는 경우와 의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나 처치를 권하는 것을 의미해요. 동물 병원에서는 후자가 대부분이죠. 몇 해 전부터 동물 보험이 활성화되는 듯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실제로 가입한 사람의 수는 매우 적어요. 그래서 보험금 낸 돈이 아까워서 과한 검사나 처치를 받으려는 과잉 진료는 잘 없어요. 그래서 동물 병원에서 발생하는 과잉 진료라 함은 대개 수의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불필요한 검사나 처치를 하는 것을 의미하죠. 그런데 혹시 과잉 진료라는 것이 어떤 기준을 근거로 판단하는 건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몇 가지 예를 들어 볼게요. 17살의 말티즈가 반복되는 피부병으로 고생하고 있어요. 아직은 밥도 잘 먹고 산책도 곧 잘 다녀서 눈이 하얗게 변한 것 이외에는 매우 동안인 아이예요. 이를 본수의사가 혈액 검사와 복부 초음파, 소변 검사를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과잉 진료일까요?
전날 밤 야식으로 시켜먹은 치킨 뼈를 깜빡하고 제 때 치우지 않았더니 밤 사이 10살 푸들이 다 먹어버렸어요. 닭뼈는 뾰족하게 부러지기에 뱃속에서 위장을 뚫고 나와 사망하게 될 수도 있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나서 혹시나 아이가 잘못될까 봐 너무 걱정이 돼요. 동물 병원에 갔더니 위 절개 수술로 닭뼈를 꺼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과잉 진료일까요?
8살 페르시안 고양이가 언젠가부터 밥도 잘 안 먹고 기력이 없어 보이더니 구토를 몇 차례 한 이후로는 아예 밥도 안 먹고 돌아다니지도 않아요. 검사를 해보니 콩팥에 물주머니가 많이 생기며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는 다낭성 신장병이 확인되었어요. 유산균, 인 흡착제, 철분약, 고혈압약, 피하 수액 등 수많은 처방을 받고 각종 검사까지 하느라 많은 돈을 썼는데, 매주 혈액 검사와 혈압을 체크해가며 약을 조절해야 한다고 해요. 과잉 진료일까요?
불필요한 행위를 판단하려면 반대로 무엇이 필요한 행위인지를 파악해야 돼요. 그런데 털북숭이가 보이는 특정 증상에 과연 어디까지가 필요한 검사이며 처치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수의사만이 가능하죠. 그래서 비전문가가 과잉 진료이다 아니다를 판단하는 기준은 주관적인 성향을 띄게 돼요. 그래서 똑같은 진료를 보아도 누군가에겐 과잉 진료로 느껴질 것이고 누군가에겐 꼼꼼하게 잘 봐준다는 느낌을 줄 거예요. 물론 수의학 교과서에는 특정 증상을 보일 경우 어떤 검사를 할 것인지 추천해놓은 항목들이 있지만, 장담컨대 그대로 검사를 다 진행할 경우 과잉 진료 극심한 병원이라는 소문이 돌 거예요. 검사 원칙상 MDB(Minimum Data Base)라 불리는 최소 검사 단위가 종합 혈액 검사와 뇨검사, 영상검사 즉 기본적인 건강 검진 수준의 검사를 요구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응급 상황일 경우 하루에도 수 차례 동일한 검사를 반복 진행하며 관찰하게끔 되어 있기에 정석대로 진행하면 정말 많은 비용이 청구돼요. 이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정석 진료도 보호자분에겐 과잉 진료가 될 수 있어요.
위에서 예시로 든 17살의 말티즈에게 폭넓은 검사를 추천드리는 이유는 아마도 호르몬 질환이 예상돼서 일 거예요. 게다가 17살의 나이라면 종양이나 다른 문제가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예요. 전반적인 체크를 하여 반복되는 피부병도 개선시키고 혹시 있을지 모를 중대한 질병을 빨리 발견하게 될 수도 있어요. 이런 검사를 통해 피부가 개선되어 기뻐하는 보호자 분도 계실 거고, 죽을 때 다 된 아이한테 무슨 이런 비싼 검사를 추천하냐고 얼굴 찌푸리시는 분도 계실 거예요. 즉 보호자의 가치관에 따라 과잉 진료다 아니다가 나뉘어요.
게다가 치료라는 것이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지 칼로 무 베듯이 명확히 나뉘지 않아요. 닭뼈를 잔뜩 먹은 10살 푸들을 데리고 병원을 방문하니 위험성이 잠재한다는 설명과 함께 수술을 권유받았어요. 아무래도 내키지 않아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소화제 처방과 함께 한나절 정도의 금식을 추천받았어요. 아무런 문제 없이 뼈를 다 소화시키고 그 어떤 증상도 없다면 수술하자고 제의한 수의사는 과잉 진료한 수의사가 될 거예요. 하지만 과한 닭뼈를 미처 소화시키지 못하고 구토하다 뾰족하게 부러진 뼈가 식도를 뚫고 나와 아이가 사망할 경우 소화제를 처방한 수의사는 부적절한 치료를 한 수의사가 되겠죠. 이렇게 똑같은 상황에 서로 다른 처치를 해도 결과에 따라 과잉 진료이냐 아니냐가 나뉘어요.
다낭성 신장병처럼 완치라는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병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다낭성 신장병뿐만 아니라 심장 질환, 당뇨, 만성 췌장염 등 만성적인 관리를 하다 보면 위기 상황, 즉 급성 손상이 추가로 발생할 때가 있어요. 이때 이를 얼마나 신속하게 넘기느냐에 따라 장기의 손상 정도, 즉 예후가 달라져요. 그런데 이런 급성 손상을 빨리 알아차리려면 꾸준한 추적 검사가 요구되죠. 그럼 추적 검사의 기간을 얼마로 두는 게 적당할까요? 1주일이 될 수도 있고 3개월 혹은 6개월이 될 수도 있어요. 이는 환자의 상태와 치료 반응 그리고 주치의의 판단에 근거하죠. 그런데 어디서는 다낭성 신장병을 1주일 간격으로 체크하고 어디는 3개월 간격으로 체크한다는 단순 비교를 통해 1주일 간격 체크하는 병원이 과잉 진료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과잉 진료라는 것은 대개 서로의 가치관과 성향, 현재로선 알 수 없는 결과 등과 같이 매우 주관적이고 불확실한 것들에 의해 판단되는 문제예요. 그렇기에 과잉 진료를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수의사도 보호자의 입장에서는 과잉 진료하는 수의사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요. 반대의 입장도 마찬가지고요. 보호자는 걱정되어 검사를 요청하지만 수의사가 보았을 땐 과잉 진료일 수도 있는 거죠. 이런 문제는 대개 걱정하는 정도의 간극에서 발생해요. 수의사의 걱정이 보호자의 걱정보다 클 경우 보호자의 예상보다 많은 검사나 치료를 권유하게 되고 이때 과잉 진료의 문제가 발생하죠. 보호자보다 털북숭이를 더 걱정한다는 게 아니라, 동물 병원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아픈 아이들을 보다 보니, 비슷한 증상을 보일 경우 심각한 질환의 가능성을 의심하게 된다는 뜻이에요.
그럼 과잉 진료를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입장을 전달하는 거예요. 서로 갖고 있는 생각의 차이에서 발생되는 오해이기에 각자의 판단 근거와 자신의 성향과 상황 등을 충분히 전달한다면 이러한 간극을 좁혀 과잉 진료에 대한 오해를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주치의 선생님의 권유가 너무 과하다 생각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밝혀주세요.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수의사와 최종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보호자가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치료 방향을 결정해 나간다면 분명 털북숭이의 건강과 보호자의 감정, 그리고 수의사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