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 아이 발에 꿀을 발랐을까?

털북숭이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흔한 오해-06

촵촵촵

깊은 밤 잠결에 들리는 왠지 모를 축축한 소리

촵촵촵촵

끊이지 않는 그 소리를 따라 도착한 곳에서,
그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발바닥에 발린 꿀을 핥는 털북숭이였다.

- 도대체 누가 우리 털북숭이 발에 꿀을 발라 두었을까!?

 동물 병원에서 일하며 수많은 털북숭이들과 보호자분들을 만나 알게 된 점이 있어요.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신체 언어를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분이 많다는 거예요. 그중에 특히나 '발을 핥는 행동'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진료실에서 한 분 한 분 만나며 이런 여러 오해를 풀어드리기보단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자 이렇게 '털북숭이 가족들에 대한 오해'에 관하여 글을 쓰게 되었죠.

 시도 때도 없이 발을 핥는 모습에 대개 병원에 방문하신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우리 아이는 발 핥는 습관이 있어요."

"우리 아이는 심심하면 발을 핥아요."

정말일까요? 정말 털북숭이들이 습관으로 혹은 심심해서 발등 혹은 발바닥을 핥을까요?

우선 털북숭이들은 어떨 때 자신의 몸을 핥을까요? (고양이 그루밍 빼고!)

바로 가렵거나 아플 때예요. 그래서 수의 피부학 교과서에 이런 말이 있어요.

'가려움증은 통증(PAIN)이다. Parasites (기생충), Allergy(알레르기), Inflammation (염증), Neoplastic or Neurogenic(종양 혹은 신경 문제).'

가려움증의 원인으로 기생충이나 아토피, 염증, 종양 등이 있다는 이야기예요. 실제로 발을 자주 핥는 아이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생활 및 식습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왜 발을 핥는지 알 수 있어요.

 우선 기생충이나 감염의 경우 피부의 변화가 명확해요. 노란 딱지나 각질이 생기기도 하고 피부가 빨갛게 부어있기도 해요. 털이 쉽게 뽑혀 탈모가 생길 수도 있어요. 셀프 체크 시 한 가지 팁은 발가락 사이와 발바닥만 보지 말고 발톱주위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거예요. 발톱과 닿는 피부에 염증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발톱주위 피부염)

 아토피나 알레르기는 대개 특정 조건이 만족되면 유독 심하게 핥는 인과 관계가 있어요. 특정 코스 산책 후 혹은 특정 계절에 더 심하게 핥거나 닭고기와 같은 특정 음식을 먹은 후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가능성이 높겠죠.

종양은, 딱 보면 알 수 있겠죠?

.....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염증같이 생긴 종양도 있어요. 실제 다른 병원에서 발가락 부위 피부염인 줄 알고 치료받던 아이가 있었어요. 치료를 받아도 계속 악화되어 저희 병원을 찾아오셨고 결국 종양으로 진단되어 항암치료를 한 적도 있죠. 그래서 일부 검사를 통해 이를 알아보는 것이 추천돼요.

신경원성의 예로는 털북숭이에게 목디스크(경추의 추간판 사이 디스크 탈출증)가 있을 때 유독 목을 긁는 것을 들 수 있어요. 그 외에 사람에선 신경 세포 자체의 문제로 나타난다고도 해요. 하지만 털북숭이들에선 현실적으로 이를 찾기가 힘들어요. 혹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과도하게 몸을 핥는 아이들이 있어요. 특히 고양이나 진도, 아키타, 시바 품종 혹은 이와 비슷한 생김새의 강아지에서 자주 나타나요.

 털북숭이들이 신체 어딘가를 집착적으로 핥거나 긁는 다면 해당 부위에 대한 충분한 관찰과 검사가 필요해요. 그래야만 털북숭이 가족을 가려움이라는 통증에서 해결해 줄 수 있어요. 이 과정에서 보호자분이 해주셔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상 행동을 평소에 찾아내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평소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해요. '내 몸이 너무 불편하니 이것 좀 해결해 주세요!'라는 절실한 몸짓, 즉 바디 랭귀지를 빨리 알아차리고 해석하여 해결해 주어야겠죠. 내 아이의 어떠한 행동이 일반적인 건지 아닌지 판단이 어려울 땐 주변에 경험 많은 반려인이나 주치의 선생님께 도움을 받아 보세요.

이를 통해 우리는 털북숭이들에게 좀 더 높은 차원의 사랑 표현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