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교회 예배
러시아정교회 교인의 가정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집안의 가장 잘 보이는 곳, 대개 동쪽 모퉁이에 마련된 이콘 코너이다. 러시아어로 ‘크라스니 우골’(아름다운 모퉁이)이라 불리는 이 공간은 단순한 종교적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가정 전체의 영적 중심이며, 하나님과 만나는 성소와 같은 곳이다.
전통적인 러시아정교회 가정에서는 이 이콘 코너에 최소한 세 개의 이콘이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이콘, 테오토코스(하나님의 어머니, 마리아) 이콘, 그리고 가족의 수호성인 이콘이다. 특히 러시아인들이 공경하는 성 니콜라스의 이콘은 거의 모든 가정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콘 앞에는 람파다(Lampada)라 불리우는 기름 램프가 걸려 있었는데, 이 램프의 불을 꺼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은 단순한 의례가 아니다. 그것은 매일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상징한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이 공간을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이다. 집에 처음 들어설 때, 정교회 그리스도인은 가족에게 인사하기 전에 먼저 이콘 앞에 서서 경배한다. 이것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삶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고백이다. 하나님이 먼저고, 그 다음이 가족이다.
가정, 작은 교회
러시아 정교회는 가정을 '작은 교회'로 이해한다. 이것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신학적 확신이다. 부모는 이 가정 교회의 '성직자'이다. 결혼식은 서품식에 비유되고, 집은 교회 봉헌식과 같은 예식으로 축복받는다. 이러한 신학적 이해는 일상의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졌다. 매일 아침과 저녁, 온 가족이 이콘 코너 앞에 모여 함께 기도한다. 기도가 끝날 때면 가장이 손 향로를 들고 이콘과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향을 피운다. 교회의 예배가 가정으로 연장되었고, 가정의 기도가 교회의 예배와 하나가 된다. 정교회 영성 전통에서 “예배와 개인 기도 사이에 구분이 없다”는 칼리스토스 웨어 주교의 말처럼, 정교회 그리스도인은 끊임없이 기도할 것을 기대 받았다.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니라, 성전처럼 봉헌된 거룩한 장소였다. 이콘 코너는 방문객에게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집에 들어온 손님은 이콘 코너를 보는 순간 이 가정은 믿음의 가정, 그리스도인 가정, 신실한 가정임을 알 수 있다. 이콘 코너는 말없는 ‘증언’이다. 그것은 이 가정이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지, 누구를 주인으로 섬기는지를 선포하는 침묵의 고백이다.
텔레비전이 차지한 자리
그러나 오늘날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현대 러시아 가정 그리고 전 세계 정교회 그리스도인 가정에서 이콘 코너가 있던 자리를 무엇이 차지하고 있는가? 텔레비전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대형 TV, 컴퓨터, 스마트폰이다. 텔레비전은 이콘이 차지했던 그 자리, 집안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을 차지했다. 가족들은 이콘 앞에 모이는 대신 TV 앞에 모인다. 함께 기도하는 대신 함께 드라마를 본다. 하나님과의 대화는 뉴스와 오락 프로그램에 밀려났다. 텔레비전도 일종의 창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영원을 향한 창문이 아니라 인간의 열정과 세속적 문제의 세계로 향하는 창문이다. 이 교체와 함께 가족 기도의 전통도, 가정을 ‘작은 교회’로 여기는 의식도 함께 사라졌다.
한 러시아 정교회 신학자는 이렇게 질문했다.
“이콘이 다시 한 번 하나님이 보시는 대로 현실을 보는 원천이 된다면 어떨까요? 이콘이 휴대전화가 아니라 하나님과 소통하는 수단이 된다면 어떨까요? 이콘이 모바일 기기가 아니라 가족 기도에서 서로 소통하는 수단이 된다면 어떨까요?”
이 질문들은 우리 모두에게 날카로운 도전이 된다. 우리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무엇이 있는가? 우리 가족이 매일 함께 모이는 곳은 어디인가? 우리는 무엇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