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7일
유명한 영화를 '나중에 봐야지, 나중에 봐야지'하면서 몇십 년이 지나도록 못 본 영화가 있다. 사실 안 본 영화라고 해야 더 맞는 말이겠지만. 지난 금요일 드디어 그런 영화 중 한 편을 봤다.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30년이 지난 영화인데 영화배우들의 스타일이나 대사,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지금의 나와 더 정확히 말하자면 2025년 11월을 사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멋있어 보였다.
유행은 돌고 돌기 때문에, 예뻐 보였을까?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주인공들의 대사와 인간관계가, 의식의 흐름이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 로맨스 영화는 항상 당시의 가장 세련된 모습 또는 가장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창이라고는 하지만, 그래서 세련됐다고 느껴졌다기보다는 그냥 사랑에 진심인 주인공들이 우연처럼 필연처럼 끌려 서로에게 닿는 모습이 과정이 대사가 나쁘지 않았다. 물론 그 과정의 모든 것이 다 이쁘게만 꾸며져서 여자의 변심에 의한 헤어짐조차 남자가 너무 매너 있게 받아들였지만 말이다.
10년 전의 내가, 20년 전의 내가 같은 영화를 봐도 같은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10년 후의 나와, 20년 후의 내가 어떻게 느낄지는 알겠는데, 과거의 나를 오히려 모르겠다.
지나오면 다 알 것 같았는데, 오히려 내가 과거의 나를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재밌어졌다.
잊지 않는다면,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내가 잊지 않는다면 10년 후에 같은 영화를 비슷한 시기에 볼 예정이다. 그리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감상평을 남기고, 나중에 비교해 봐야지. 어쩌면 더 다정하고 낭만적인 감정으로 영화를 볼지도. 그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