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분은 구름 같아서”
나는 아이를 돌보는 아빠다.
영화일을 하지만 스케줄은 유동적이고, 덕분에 우주와 보내는 시간이 유독 많다. 엄마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나는 아이의 하굣길을 맞이하는 사람이다.
우주의 인생에서 ‘늘 기다려주는 어른’이 있다는 건, 어쩌면 꽤 중요한 일이겠지.
우주는 다섯 살이다.
귀여움과 고집, 호기심과 감정의 폭풍이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간다.
어느 순간엔 햇살처럼 빛나지만, 또 어느 순간엔
먹구름처럼 진하게 쏟아진다.
생떼도 부린다. 시도 때도 없다.
장난감이 마음대로 안 될 때, 간식이 더 먹고 싶을 때, 아니면 그냥 오늘 기분이 별로일 때.
목소리는 높아지고, 몸은 바닥을 향해 흐느적거린다.
그럴 때 나는 ‘혼내는’ 대신, ‘참는’ 연습을 한다.
물론 어느 순간엔 나도 무너져,
“우주야, 그만!”
소리를 치기도 한다.
그 순간, 아이의 눈엔 슬픔보다 놀라움이
더 크게 번진다.
그럼 또 후회가 밀려온다. ‘아, 좀 더 기다려줄걸.’
아이를 키운다는 건
사랑을 가르치는 동시에, 나의 부족함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래도 매일 저녁이 되면, 아이는 잊은 듯 내 옆에
찰싹 붙는다.
“아빠, 사랑해요 “
그 말 한마디면 다 녹는다.
바닥에 깔린 짜증도, 참지 못한 내 성격도.
오늘은 미팅이 있어 아이를 할머니 댁에 맡기고
나왔다.
정신없이 나오는 길에 감기약을 깜빡했다.
약 기운이 다 빠졌을 시간이었는데.
그러고도 마음을 다잡으려 이동 중인데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우주가 많이 울어 “
작은 울음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따뜻한 물에 간장을 몇 방울 떨어뜨린 것 같은 감정.
맑은 하루에 짭짤한 맛이 번져버린 느낌이었다.
우주의 울음엔 약간의 서운함과 많은 그리움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다짐했다.
내일은 감기약을 잊지 않고,
산책도 더 길게,
생떼도 더 천천히 기다려줄 수 있게.
아이의 감정도, 몸도, 기억도
내 품에서 따뜻하길 바란다.
“우주의 기분은 구름 같아서”
우주의 하루는
맑다가 흐렸다가,
웃다가 생떼를 부렸다가
갑자기 내 품에 안긴다.
바닥에 눕고,
발을 굴리고,
세상을 다 가진 듯 울 때도 있다.
나는 그 작은 폭풍을
말없이 맞는 우산처럼 선다.
가끔은 젖고, 가끔은 흔들린다.
오늘은 감기약을 빼먹고,
우주는 할머니 품에서 울었다.
그 울음은
내 마음에 조용히 스며든 간장물 같았다.
투명한 감정 속에
짠한 그리움이 퍼졌다.
내일은
우주의 기분이 흐려져도
나는 더 오래 기다리는
따뜻한 바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