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손가락, 그리고 어금니

잠들기 전 습관과 오후의 작은 충치

by 우주아빠


우주는 잘 때 손가락을 빤다.

공갈젖꼭지를 오래 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끝은 아니었다. 잠이 오는 순간, 본능처럼 엄지손가락이 입으로 향한다.

어릴 적엔 장갑을 씌우기도 했고, 매운 로션을 발라보기도 했고, ‘문어가 된 엄지손가락’ 동화책을 보여주며 설득도 해봤다. 효과는 잠깐이었다.


문제는 치아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는 것.

말로 해도, 타일러도, 아이는 이불속에만 들어가면 조용히 손가락을 물고 잠든다. 잔소리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가도, 또 말이 새어 나온다.

그러다 오늘 같은 날이 온다.


엔진오일을 갈아야 해서, 유치원 하원 후엔 아내와 아이 단둘이 치과에 다녀왔다.

별일 없었으면 했는데, 어금니에 충치가 생겼단다. 치료는 다행히 간단했지만, 아이는 많이 울었다고 한다. 긴장한 채 치료 의자에 앉아 울음을 참아보려 애쓰던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 한쪽이 아려왔다.


사실 병원에서 추천해 준 ‘웃음 가스’ 치료가

있었지만, 너무 이른 선택일까 싶어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아이가 아프고 두려웠다면,

다음에는 꼭 그 방법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치료보다 더 중요한 건 ‘기억’이니까. 병원이

무섭기만 한 곳이 되지 않기를, 다음 진료는

덜 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


아이용 치실을 바로 주문했다.

택배를 신청하며 아이가 돌아오길 기다린다.

작은 어금니 하나가 알려준 건 충치만이 아니다.

내가 조금 더 세심했어야 했다는 것,

그리고 아이의 작고 조용한 변화에도

귀를 기울였어야 한다는 것을.


오늘은 다행히 아내가 쉬는 날이었다.

아이에겐 엄마와 함께하는 치과길도 하나의 ‘소풍’이었을지 모른다.

무섭고 낯선 진료실에서도,

엄마 손만 놓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아이를 보고 배운다.

무언가를 고치는 건 꼭 치료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란 걸.

작은 습관을 꺾는 일,

사랑을 더 조용히 전하는 법,

그리고 아주 작은 틈에도 햇살처럼 스며드는

신호들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것.


오늘도 아이는 평소처럼 잠들 것이다.

손가락이 입에 닿을지, 아닐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늘 하루,

그 손가락과 어금니 사이에

조용히 다녀온 사랑의 마음을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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