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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블럭스를 기다린 여름

손가락을 놓고 마음을 내민 다섯 살 우주의 용기

by 우주아빠

아이에게 한 달은 별처럼 멀고, 별처럼 또렷하다.

우주에게 그 별은 ‘넘버블럭스’ 공연이었다.

미사 거리에 걸린 현수막을 볼 때마다

“넘버블럭스다!” 소리치며 달려가던 아이.

거실 바닥에 블록을 늘어놓고,

유튜브 속 넘버들을 흉내 내며

작은 손으로 무대를 짓고,

작은 마음으로 꿈을 올렸다.

그 기다림은 장수탕 선녀님 공연 이후

처음 느껴보는 커다란 설렘이었다.

공연이 가까워질수록

우주는 달력도 없이 날을 셌다.

“이제 며칠 남았어?”

“아직도 멀었어?”

어느덧 일주일 전부터는

밤마다 옆구리에서 작은 숨결이 더 분주해졌다.


그리고 그 마음의 중심엔

작은 위기가 하나 있었다.

아빠는 말했지, “손가락 빠는 아이는 공연장에 못 들어갈 수도 있어.”

그 말은 우주의 마음에 작은 불을 켰다.

그날부터 자기 전에

“아빠, 매운 거 발라줘.”

손가락에 매운액체 바르며

울지도 않고, 물지도 않고

작은 버릇과 조용한 싸움을 시작했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보여준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용기였다.


공연 당일, 엄마는 새벽 근무를 나섰고

우리는 둘이서 아침을 먹었다.

빵과 과일, 요구르트와 웃음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우주는 콧노래를 부르며

넘버블럭스 유튜브를 한 편 더 보자고 했다.

햇살은 벌써 한여름의 어깨로 내려앉았고,

우린 뛰듯 걸어 버스를 탔다.

하남예술회관.

도착하자마자 사진을 찍고

스티커북과 퍼즐을 사니

우주의 흥분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1층과 2층을 열 번은 오르내렸고

“언제 시작해?”를 열두 번은 물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주스 한 모금, 초코송이 한 입.

방석을 챙겨 입장할 땐

벌써 아이의 눈은 무대에 가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아이들의 세상은 열렸다.

이름을 부르고, 박수를 치고,

환호성과 질문이 엉켜 웃음꽃이 피었다.

우주는 조용했다.

엉덩이는 들썩이고 눈은 반짝였지만

박수는 여전히 어색했는지

두 손을 무릎 위에 얌전히 올려놓았다.

75분의 공연이 끝난 뒤,

불이 켜졌을 때

우주는 묻고 또 물었다.

“진짜 끝난 거야?”

무대를 향해 서서,

무언가 아쉬운 듯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돌아서며 말했다.

“다음에도 또 보러 오자.”

손가락을 내밀었고,

우린 조용히 약속을 걸었다.


집에 돌아오자

엄마 품으로 뛰어들며

“진짜 진짜 재미있었어!”

우주는 공연 이야기를

조각조각 쏟아냈다.

그리고 그날 밤,

작은 손가락은 입으로 가지 않았다.

버릇보다 더 큰 기쁨이

오늘 우주의 마음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우주는 넘버블럭스를 기다렸고, 나는 그 기다림 속에서 아이가 자라나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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