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다

매일 걷는다

by 우주아빠

걷기는 내 하루의 시작이다.

별다른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끼고,

애플워치를 차고, 트레킹화를 신고,

그저 문을 열고 나서면 된다.

그 순간부터 나는 세상의 속도를 잠시 미뤄두고,

나만의 속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걷는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운동이고

누군가에게는 취미일 테지만

나에게 걷는 일은 조금 다르다.

나는 내 아이를 위해 걷는다.

우주. 다섯 살짜리 작은 존재.

나의 걷기는, 결국 그 아이와 더 오래, 더 많이 함께 있기 위한 시간이다.


아침 등원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

나는 다시 걸음을 시작한다.

오전 내내 이어지는 걸음은 어떤 목표를 위한

훈련이 아니다.

그저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내가 조금 더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우주의 커가는 하루하루에 내가 뒤처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요즘 우주는 예전처럼 쉽게 걷지 않는다.

예전엔 만보쯤은 거뜬히 걸었지만

이제는 중간중간 안아달라고 말한다.

이젠 낮잠도 안 자고 하루를 버텨야 하니까.

아직은 작은 어깨지만 그 안에 담긴 세상은

제법 무겁다.

그래도 나는 기꺼이 안는다.

팔에 아이의 무게가 느껴질 때,

나는 걷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나는 또 한 사람을 떠올린다.

나의 아내.

늘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가족의 중심을 지키는 사람.

나는 걷는다.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지치지 않으려고 애쓰고,

스스로를 돌보며 버티고 있다고.

그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다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이 걷기 속에 있다.


하남 미사의 뚝방길과 경정공원은

이제 내 몸에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

길을 따라 걷는 노부부의 발걸음.

그 모든 풍경이 나를 다독인다.

때로는 울컥하게 하고,

어떤 날은 괜찮다고 말해준다.

걷다 보면 생각도 정리된다.

오늘 아이가 웃던 순간,

아내가 내게 건넨 말 한마디,

미처 다 듣지 못했던 마음들이

한 걸음, 한 걸음에 묻어 나온다.


걷는다는 건

하루를 내게 다시 들려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나는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 되고 싶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고,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낸 사람이고 싶다.

나는 오늘도 걷는다.

우주가 자라는 이 시간 속에서

나도 조금씩 더 나은 어른이 되어가고 싶어서.

내 사랑이,

걸음이라는 언어로 전해질 수 있다면,

나는 끝없이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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