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문틈을 비집고
작은 우주가 튀어나옵니다.
두 손에 품은 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것들,
하지만 그 안엔 하루라는 별이 알알이 박혀
있었지요.
“아빠, 이거 다 선물이야. 전부 아빠 거야.”
그 순간 나는,
세상의 중심으로 스르르 끌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단추처럼 반짝이는 색종이 조각,
사탕 껍질 안에 남은 마지막 빛,
주워온 들꽃 한 송이.
그건 사물이라기보다는 마음의 파편,
말로 꺼내기 전의 말,
세상에 고백되기 직전의 고요였습니다.
우주의 선물은 언제나 그런 식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나를 끌어당기는 것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리켜
모든 것이라 말할 수 있는 힘.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장면.
영어 알파벳을 주머니에 가득 넣고 나온 우주가
고깃집 간판을 가리킵니다.
“아빠, 고기 먹자!”
그 말 한마디에,
길 위로 연기 대신 봄이 피어났습니다.
찬 기운은 아직 남아 있었지만
우주의 말은 따뜻한 저녁 같아서
우리는 버스 대신 걷기를 택했지요.
걷다 보니,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하나, 둘, 열, 셀 수 없이 많은 마음들.
우주는 묻고 또 물었습니다.
“이건 무슨 꽃이야?”
나는 대답 대신 렌즈를 들었습니다.
렌즈는 꽃의 이름을 알려줬지만,
나는 알았어요.
우주가 진짜 알고 싶었던 건
그 꽃의 이름이 아니라,
그걸 함께 바라보는 이 순간의 온도였다는 걸요.
우주의 질문은 언제나 정답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건 함께 걷자는 초대고,
같은 풍경을 사랑하자는 암호입니다.
오늘도 나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포장지도, 리본도 없이
조용히 가슴속에 내려앉는 선물.
그건 우주라는 작은 존재가
매일 새로 짓는 시,
한 편의 계절,
그리고 내가 매일 처음처럼 사랑하게 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