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모험기

나는 누구인가?

by 카미노

[나를 찾아주는 질문들]


1. 최애 영화나 노래는?

2. 내 기분이 좋아지는 일은?

3. 화가 날 때 어떻게 행동을 하는가?

4.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5. 살면서 어떤 도전을 했나?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마치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어 나 자신에게 다섯 가지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물론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들이 꽤나 흥미로웠다.


최애 영화나 노래는?

이 질문을 받고 나서 약 3시간 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최애? 가장 좋아하는 거? 아니면 가장 많이 본 거? 아니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거?" 결국 내 뇌는 오버히트되어 "아, 그냥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라고 외쳤다. 왜냐하면 안전한 선택이니까. 하지만 잠깐, 정말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내 최애일까? 밤늦게 혼자 볼 때는 호러영화를 보는데? 와이프와 함께할 때는 액션 영화를 선호하는데? 가족과 함께할 때는 애니메이션을 고르는데? 결국 나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카멜레온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노래는 더 가관이었다. 샤워할 때 부르는 노래와 운동할 때 듣는 노래, 그리고 우울할 때 듣는 노래가 모두 달랐다. 나는 마치 음악적 다중인격자처럼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내 기분이 좋아지는 일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일주일간 '기분 좋음 탐지기'가 되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첫 번째 발견: 자주가는 스타벅스에서 내가 평소 앉던 자리가 비어있을 때의 그 희열!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특히 그 자리에 충전기까지 있다면? 그건 진짜 대박이었다.

두 번째 발견: 냉장고를 열었을 때 내가 먹고 싶어했던 음식이 아직 남아있을 때의 그 안도감. 특히 밤늦게 피자를 시켜놨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냉장고에 한 조각이라도 남아있으면, 그건 진짜 기적이었다.

세 번째 발견: 길에서 냥냥이를 만났을 때의 무조건적 행복감. 나는 냥냥이만 봐도 자동으로 베이비 토크로 전환되는 사람이었다. "아이구, 어떻게 이렇게 예쁘니~" 하면서 완전히 바보가 되어버렸다.

가장 중요한 발견은 작은 일들이 생각보다 훨씬 큰 기쁨을 준다는 것이었다.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나를 웃게 만들었다.


화가 날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

이건 정말 민망한 자기 발견의 시간이었다. 나는 화가 날 때 단계별로 진화하는 것을 발견했다.

1단계: 조용한 분노 - 입술을 꽉 다물고 콧구멍이 벌름거린다. 이때 주변 사람들은 "왜 그래?"라고 물어보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냐"라고 대답한다. 물론 거짓말이다.

2단계: 중얼거림의 시작 - 혼자서 중얼중얼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아놔 진짜 ㅆㅂ... 정말... 말이 안 되지 않나..." 이때 냥냥이가 있다면 냥냥이에게 하소연을 한다.

3단계: 물건과의 전쟁 - 물건들이 갑자기 내 편이 아니게 된다. 문은 더 세게 닫히고, 서랍은 더 세게 밀리고, 키보드는 더 세게 눌린다.

4단계: 먹방의 시작 - 화나면 먹는다. 삼겹살부터 시작해서 소주까지. 감정을 음식으로 달래려고 한다.

5단계: 현자 타임 - 배가 부르면 갑자기 냉정해진다. "아, 내가 너무 예민했나?" 하면서 후회의 시간을 가진다.

이 패턴을 발견하고 나서는 화가 날 때마다 "아, 지금 몇 단계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 질문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당연히 가족이라고 답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상황에 따라 달랐다.

어릴 때는 어머니가 가장 소중했다. 다만 감기에 걸렸을 때 "약 먹고 좀 쉬어"라고 말해주는 그 분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힘들 때는 친구들이 가장 소중했다. 특히 내 하소연을 3시간 동안 들어주면서 "맞아, 진짜 그 사람 이상해"라고 맞장구쳐주는 친구들.

새로운 도전을 할 때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했다. "너라면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사람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결국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었다. 한 명으로 한정할 수 없는 소중함이었다.


살면서 어떤 도전을 했나?

이 질문을 받고 나는 처음에 "음... 별로 도전한 게 없는데?"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번지점프를 하거나, 마라톤을 완주하거나, 외국에서 혼자 여행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한 도전들이 의외로 많았다.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본 것도 도전이었다. "혼자 영화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면서 극장에 갔는데, 막상 가보니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본 것도 도전이었다. 20분 동안 헤매다가 용기를 내어 "저기요, 실례합니다..."라고 말을 꺼냈을 때의 그 떨림.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시도한 것도 도전이었다. 미용사에게 "여름이니 좀 더 시원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할 때의 그 두려움. 결과는... 음, 모자를 한 달 동안 쓰고 다녔다.

가장 큰 도전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인정하는 것. 이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는 여전히 미스터리

이 질문들을 통해 나는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나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상황에 따라, 시간에 따라, 기분에 따라 계속 변하는 존재라는 것. 내 최애 영화는 기분에 따라 바뀌고, 기분 좋아지는 일은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화내는 방식도 진화하고, 소중한 사람들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고, 도전의 크기도 내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결국 "나를 찾는다"는 것은 나라는 사람의 완전한 지도를 그리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새로운 나를 발견해가는 여행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가 조금씩 다르고,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발견은 이거였다: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용기 있는 일이라는 것. 왜냐하면 답을 모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질문을 던지는 것이니까.

지금도 나는 계속 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 다섯 가지 질문을 다시 던져볼 것이다. 아마 매번 다른 답이 나올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여전히 나 자신에게 미스터리한 존재이고, 그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걸 다 알면 재미가 없지 않을까?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계속 발견해갈 거리가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살아가는 재미 아닐까?


자, 이제 여러분도 이 다섯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시길. 아마 예상치 못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웃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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