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응급실에서 살아남는 법

마음의 구급상자 사용 설명서

by 카미노

[기분을 즉시 나아지게 하는 방법]


1. 피곤하면 낮잠을 자라

2. 번아웃 땐 책을 읽어라

3. 속상하면 친구에게 털어놔라

4. 안절부절하면 명상을 해라

5. 스트레스 땐 깊게 호흡하라

6. 집중이 안 되면 잠깐 쉬어라

7. 압박감이 크면 산책하라

8. 짜증날 땐 음악을 들어라

9. 의욕이 없을 땐 작은 목표를 세워라


현대인의 감정 상태는 날씨보다 변덕스럽다. 아침에 의욕 만땅으로 일어났다가 점심때쯤 되면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오후에는 번아웃을 느끼며 저녁에는 다시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이런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에게는 즉석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감정 응급처치 키트가 필요하다.


피곤할 때 커피를 들이키며 버티는 것은 마치 구멍 난 배로 바다를 건너려는 것과 같다. 낮잠은 단순히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뇌를 재부팅하는 과정이다. 2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은 우리의 인지 능력을 40%까지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낮잠의 최대 적은 '일어날 때의 찝찝함'이다. 하지만 이는 낮잠을 30분 이상 자서 깊은 잠에 빠졌기 때문이다. 20분 타이머를 맞춰두고 자면, 마치 컴퓨터를 껐다 켠 것처럼 상쾌해진다. 직장에서 화장실 칸막이에서라도 5분만 눈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단, 동료들이 이상하게 쳐다볼 수 있으니 주의하자.


번아웃은 현대인의 직업병이다. 하루 종일 화면만 보다가 집에 와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 뇌는 쉬지 못하고 계속 돌아간다. 이때 책은 마치 뇌의 스파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소설을 읽으면 우리는 잠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 해리포터가 되어 마법 세계에서 모험을 하거나, 셜록 홈즈가 되어 추리를 하는 동안 우리의 일상적 스트레스는 잠시 휴전을 선언한다. 자기계발서도 좋지만, 번아웃 상태에서는 '또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만 더해질 수 있다. 그냥 순수하게 재미있는 책을 읽자. 만화책이라도 상관없다.


속상한 일을 혼자 곱씹는 것은 독을 마시고 상대방이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감정은 배설물과 비슷해서, 배출하지 않으면 몸 안에서 썩는다. 친구에게 하소연하는 것은 단순히 위로받기 위함이 아니다. 말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게 된다. 물론 매번 같은 친구에게만 하소연하면 그 친구도 지친다.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돌아가며 해주는 것이 우정을 지키는 비결이다. 혹은 반려동물에게 하소연하는 것도 의외로 효과가 있다. 고양이는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최고의 청취자다. 단지 중간중간 하품을 할 뿐이다.


불안할 때 우리의 마음은 마치 정리되지 않은 서랍 같다. 온갖 생각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된다. 명상은 이런 마음의 서랍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명상이라고 해서 반드시 연꽃 자세로 앉아서 '옴'을 외칠 필요는 없다. 그냥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처음엔 5분도 길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면 10분이 금세 지나간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면 더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다만 명상 중에 알림이 와서 집중이 깨지지 않도록 방해 금지 모드를 켜두자.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원시시대 모드로 돌아간다. 심장은 빨리 뛰고, 근육은 긴장하며, 호흡은 얕아진다. 이는 사자로부터 도망칠 때는 유용하지만, 상사의 잔소리를 들을 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깊은 호흡은 우리 몸에게 '지금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4초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4초 동안 참았다가, 6초 동안 천천히 내뱉는다. 이것을 몇 번 반복하면 마치 마법처럼 마음이 가라앉는다. 화장실에서도, 엘리베이터에서도, 지하철에서도 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집중력은 근육과 같아서 계속 쓰면 피로해진다. 집중이 안 될 때 억지로 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다. 이때는 과감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현명하다. 5분이라도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창밖을 바라보거나,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뇌는 새로워진다. 포모도로 기법(25분 집중, 5분 휴식)이 효과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라톤을 뛸 때도 중간중간 물을 마시듯, 정신적 마라톤을 뛸 때도 휴식이 필요하다.


압박감은 마치 꽉 조이는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숨이 막히고 답답하다. 이럴 때는 물리적으로 공간을 바꾸는 것이 도움된다. 산책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걸으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발걸음의 리듬이 뇌파를 안정시키고, 바뀌는 풍경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또한 가벼운 운동으로 엔돌핀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목적지 없이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길을 잃어도 괜찮다. 어차피 휴대폰에 GPS가 있으니까.


짜증은 마치 불협화음 같다. 모든 것이 거슬리고 신경에 거슬린다. 이때 음악은 우리 감정의 사운드트랙을 바꿔준다. 클래식을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신나는 팝송을 들으면 기분이 업된다. 특히 헤드폰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에 몰입하면, 잠시나마 다른 세계로 떠날 수 있다. 음악은 시간여행도 가능하게 한다. 학창시절 좋아했던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순수했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다만 실연당했을 때 들었던 노래는 피하자. 괜히 더 우울해진다.


의욕 없는 날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기분이다. 이럴 때는 거창한 목표 대신 아주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자. '양치하기', '물 한 컵 마시기', '책 한 페이지 읽기' 같은 것들 말이다. 작은 목표라도 달성하면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성취감은 다음 행동의 동력이 된다. 마치 도미노가 하나씩 쓰러지듯, 작은 성취가 쌓이면 어느새 큰 일도 해낼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너무 크게 잡지 않는 것이다. '오늘 운동하기' 대신 '운동복 입기'부터 시작하자.


기분을 조절하는 것은 마치 악기를 다루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서툴지만, 연습하면 할수록 능숙해진다. 위의 9가지 방법은 그 연습을 위한 기본기다. 모든 방법을 다 써볼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맞는 것 몇 가지만 골라서 꾸준히 사용해보자. 감정은 날씨와 같아서 통제할 수는 없지만, 대처할 수는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추우면 코트를 입듯이,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적절한 대처법을 사용하면 된다.


완벽한 하루는 없지만, 조금 더 나은 하루는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하루들이 모이면 조금 더 나은 인생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방법도 소용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오늘 하루는 망했다고 인정하고 내일을 기다리자. 내일의 태양은 분명히 떠오를 것이고, 그때 다시 시도해보면 된다. 인생은 마라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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