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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닛타임즈 Jun 07. 2022

봉지를 들고 떠나는 플로깅 세계 여행자, 배신행




  © 배신행

최근 환경과 건강을 챙기는 '플로깅'이 유행이다. 플로깅은 '이삭 줍기'를 뜻하는 스웨덴어 플로카 우프(Plocka upp)와 '달리기'를 뜻하는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우리 말로는 '쓰담 달리기'로 불린다. 최근 마라톤이나 트레킹, 둘레길 걷기 등에 '플로깅'을 접목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플로깅을 향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범 지구적인 플로깅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개인의 활동이다.


SNS를 통해 활발히 활동 중인 배신행은 현재 세계를 다니며 플로깅 활동을 하고 있다. 산티아고, 영국 등 세계 곳곳을 다니는 배신행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배신행



Q. 안녕하세요 배신행님! 우연한 기회로 의미 있는 만남을 하게 되어 기쁩니다.


A. 안녕하세요. 배우며 신나게 여행하는 배신행입니다. 지금은 1년 동안 갭이어(GAPYEAR)를 가지며 세계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직업은 없지만 여행을 하면서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영상을 통해 제 삶을 기록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제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폭넓은 경험과 수많은 시도를 통해 알아가는 것이죠.


Q. 배신행, “배우며 신나게 삶을 여행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여행을 통해 혹은 플로깅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우고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요.


A.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때 진정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닌 용기다.”


제가 세계여행을 하면서 “예산은 얼마 정도인가요?” “지금 그 정도 돈으로 여행을 계속할 수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어요. 저는 1,200만 원을 가지고 여행을 떠났어요. 1년을 여행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돈이죠.


막상 여행을 해보니 한 달 여행경비가 제가 서울에 살았을 때 머물렀던 원룸 월세보다 적게 들 때도 있었어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제가 원하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경비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사용내역을 본 후 “아… 세계여행을 떠나려면 돈이 아니라 용기가 필요했던 것이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플로깅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제가 플로깅 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플로깅 하려면 어떤 게 필요한가요?”라고 묻습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답해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쓰레기를 주울 수 있는 용기와 자신이 하는 일을 당당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 배신행


Q. 세계여행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이 용기가 필요할 텐데 여행 준비와 경제적인 부담은 어떻게 해결하고 계세요?


A. 저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세계여행을 준비했어요. 처음 세계여행이라는 꿈이 생겼을 당시 대한민국 최전방을 지키는 GOP 소대장이었는데, 24시간 삼엄한 경비가 계속되는 곳에서 저의 시간을 갖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죠.


그래서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제 여행에 필요한 준비들을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침 좋은 문장을 필사하고, 러닝을 하고 영어 공부를 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 모든 것이 제가 여행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한 최고의 준비이자 많은 용기를 심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죠.


지속적인 수입이 없어 장기여행을 하는 것에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담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유튜브를 통해 수익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만약 수중에 있는 자금이 바닥이 나기 전까지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다면 여행을 끝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행은 삶에 필요한 태도를 배우기 위해 떠난 여행인만큼 제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저를 응원해 주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 또한 배워보려 합니다. 29살이 된 청년이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이 사실 부끄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도움과 응원을 토대로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여 나중에 가족들이 제게 도움을 요청할 때 기꺼이 제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저는 “저를 응원해 주는 가족들의 도움” 을 통해 경제적인 부담을 극복해 나가려 합니다.



  © 배신행


Q. 여행 중에 플로깅을 한다는 건 배신행 님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A. 제게는 ‘감사함’입니다. 한때 여행객들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쓰레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해외 관광지에 대한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저기서 플로깅을 한다면 아름다운 장소를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세계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즐거움을 주는 장소에 제가 할 수 있는 감사함의 표시가 플로깅이라고 했죠.


Q. 한국에서부터 플로깅 활동을 꾸준히 하셨던 것 같아요. 플로깅을 시작할 수 있던 계기와 지속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A. 세계여행과 취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선 순간이 있었어요. 그때 도림천을 한 바퀴 걸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했습니다. 당시에 자존감이 한없이 떨어진 터라 바닥을 보고 걸었는데, 널브러진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때 ‘나는 아직 내 자리를 찾지 못했지만 이곳이라도 제자리를 찾아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주위에 있는 쓰레기들을 주웠어요. 그러고 나니까 기분도 좋아지고 머리도 맑아졌습니다.


‘바닥이 아닌 쓰레기통에 들어간 쓰레기처럼 나도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으로 하자'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제자리인 세계여행의 꿈을 다시 한번 이어가게 됐습니다.


플로깅을 시작한 후부터 세계여행의 동기도 다시 생겨나고 자존감도 생겼어요. SNS를 통해 그 내용들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환경단체 와이퍼스에서 활동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뜻을 같이 하다 보니 오랜 시간 동안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 배신행


Q. 국내에서는 플로깅을 그룹으로 많이 하는 편인데, 해외에서는 어떻게 플로깅을 진행하나요? 


A. 영국에서는 <Meetup> 앱에 간혹 플로깅 모임이 올라옵니다. 그래서 그때 한번 외국인 친구와 플로깅을 함께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은 제가 여행 중에 만나는 친구들에게 제 인스타그램을 보여주고 흥미를 갖는 친구들과 함께 플로깅을 진행합니다.


Q. 혼자 플로깅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그 모습을 본 해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대부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는 것 같아요. 외국에서 플로깅할 때는 신기하다는 반응을 많이 보입니다. 제 모습을 보고 자신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하면 저는 조용히 제 쓰레기봉투를 들이밀어요. 그럼 웃으며 옆에 있는 쓰레기를 제 봉투에 담아주죠. 다른 어떤 것은 묻지 않고 그냥 함께 실천해 줍니다. 한국에서도 대부분 같은 반응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플로깅 할 때 쓰레기를 같이 주워주시는 분도 계셨고, 심지어 끝나면 목을 축이라며 용돈을 주시고 가신 분도 계셨어요. 간혹 봉사 시간을 위해 하고 있냐는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땐 활동에 대해 설명을 하고 단체를 소개해 줍니다. 플로깅에 대한 반응은 한국이나 세계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 배신행



Q. 지형(바다, 산, 평지, 도시)에 따라 플로깅 팁이 있을까요?


A. 일단 플로깅 자체가 모든 쓰레기를 줍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굉장히 부담됩니다. 예전에 제가 산에서 쓰레기를 주운 적이 있었는데, 위험한 곳에 있는 쓰레기까지 주우려다 크게 다칠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안전한 길에 놓여있는 쓰레기를 줍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산이나 도로가에서는 긴 집게를 사용해 플로깅을 하는 것이 좋은 팁인 것 같습니다.


Q. 만국공통으로 가장 많았던 쓰레기는 무엇인가요? 또, 특정 나라나 지역에서 유독 많았던 쓰레기 종류도 궁금합니다.


A. 저는 지금 영국, 프랑스, 스페인에서만 플로깅을 진행했는데요. 가장 많았던 쓰레기는 담배꽁초였습니다. 세 국가 모두 길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길 위에 담배꽁초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쓰레기가 많았던 특정지역보다는 유독 쓰레기가 적었던 산티아고 순례길만 기억이 납니다. 순례길은 중간중간 숙소에서 쓰레기를 담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백을 비치해놓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작은 배려가 길을 더 깨끗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 배신행

Q. 세계여행의 종료 시점이나 목표가 있을까요? 이 여행의 끝에 무엇이 있길 바라시나요?


A.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30대가 되는 2023년 전까지는 여행을 끝내고 싶습니다. 세계여행의 목표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일을 찾는 것이에요. 이는 제 삶의 목표와도 같은데요. 지금의 여행이 제 삶이기 때문에 목표 또한 같습니다.


저는 제 여행의 끝에 새로운 꿈이 있길 바라요. 20대 중반부터 세계여행이라는 꿈만 바라보고 살아왔어요. 그래서 이 여행이 끝나면 왠지 허무함이 들 것 같은데 여행을 하면서도 계속 또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제가 꿈을 꾸며 살 수 있도록 새로운 꿈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A. 좋아하는 것이 없었던 20대를 보냈습니다. 그렇기에 더 많은 것을 시도해 보고 실패해보고 슬퍼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해도 본인이 좋다면 최소 6개월은 꾸준히 해보세요. 저는 아무도 들어와주지 않는 아침 라이브 방송을 6개월 동안 진행한 적도 있고 친구들이 청소부냐며 비웃던 플로깅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그랬더니 미라클모닝을 대표하는 MZ세대로 뉴스에도 나가보고 이렇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플로깅을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하려는 것이 그 무엇이든 간에 여러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이라면 믿고(신) 실천(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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