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 제로웨이스트숍 '요선당'
쓰레기 문제가 심화되면서 제로웨이스트숍을 비롯한 리필숍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 상점들은 플라스틱 프리(Plastic-free)와 비건(Vegan) 등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반영한 대안 가게다. 이 가게들은 대안 소비 창구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상점을 거점으로 멸균팩 모으기, 플라스틱 뚜껑 수거하기 등 다양한 환경 활동을 진행하며 교육의 기능도 수행하며 지역 사람들을 모으는 커뮤니티 구실을 하기도 한다.
서울시의 경우, 특정 구에 집중화된 경향이 있지만 대체로 각 구별로 제로웨이스트숍이나 리필 상점이 하나 정도는 있다. 반면 비수도권으로 갈수록 제로웨이스트숍의 수는 줄어든다.
제로웨이스트 춘천 플랫폼은 쓰레기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도를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한살림 매장을 제외하면, 방문객이 자유롭게 방문하여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형태의 제로웨이스트숍은 '요선당'이 유일하다(2021년 1월 23일 '제로웨이스트 춘천 플랫폼' 기준).
이번에 소개할 제로웨이스트숍은 춘천시에 있는 ‘요선당’이다. 요선당은 춘천시에 생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숍이다. 요선당은 2020년 2월 5일,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할 때쯤 운영이 시작되었다. 일상을 이야기하며 지속 가능한 변화를 창출하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요선당에서도 여느 제로웨이스트숍처럼 제로웨이스트 상품들을 판매한다. 유리 빨대, 실리콘 빨대, 빨대 세척 솔, 톤28 샴푸 바, 린스 바, 대나무 칫솔, 유기농 치약, 텀블러, 에코백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상점 중간 매대에는 쓰레기 관련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요선당에서 특별히 눈에 띄었던 상품은 클러치백이었다. 클러치백은 서핑이나 스쿠버 다이빙할 때 입는 ‘웻슈트’로 만들어졌다. 부산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B.BAG에서 버려지는 웻슈트의 조각들로 만든 상품이다.
요선당은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2일까지 이동식 리필트럭의 플래그쉽 스토어를 운영했다. ‘담아가게’와 ‘모아가게’를 운영했는데, 이를 통해 플라스틱 병뚜껑 1,887개, 플라스틱 빨대 1,175개, 아이스팩 102개를 수거했다. 수거된 재활용품들은 소재별(PP, PE, HDPE, 아이스팩)로 분류하여 재활용되었다.
제로웨이스트숍들은 비슷한 가치관을 지향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 안에서도 개성을 지니고 있다. 요선당은 ‘아나바다’ 가치를 지향한다. 그러고 보면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새롭게 생겨난 운동은 아닌 듯 하다. 아나바다 운동이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모태가 아니었을까?
방문 당시 눈길을 끄는 문장이 있었다.
요선당에서는 꼭 구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제로웨이스트 가치와 걸맞게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요선당의 정문을 열자마자 벽면에 적혀 있는 문장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물건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하는 짧은 글이었다. 방문 후에도 가슴 한편에 깊이 남은 물음이었다. “정말 필요한 물건인가?” 그렇다. 제로웨이스트의 본질은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많이 소비하는 데 있지 않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인데 또 구매하는 건 아닌지, 대체할 물건이 있는데도 새 물건을 사려고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3분이면 요선당의 공간을 둘러보기에 충분하다. 그만큼 작은 공간이다. 하지만 그 작은 공간에는 대형마트에 없는 위대한 가치들이 있다. 구매하지 않으셔도 좋다고 하니 춘천시민 혹은 춘천에 들를 예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요선당에 들러 ‘물건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 같다.
* 제로웨이스트 춘천 플랫폼은 쓰레기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도를 공유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