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처럼 판매되고 생산되는 강아지들
날씨가 좋아진 요즘, 산책을 하다 보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호텔, 유치원 등 다양한 반려동물 복지가 늘어난다는 뉴스도 종종 접하게 된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유튜브에 반려동물을 위한 전용 채널이 등장하고 SNS에는 수많은 강아지, 고양이의 귀여운 사진과 영상이 넘쳐나고 있다.
미국 반려견 등록단체 아메리칸켄넬클럽(AKC)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래브라도 레트리버가 31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려견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그에 비해 한국은 선호하는 반려견의 품종이 3~5년에 한 번 바뀐다.
대표적 사례로 2008년 KBS에서 방영된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 등장한 ‘상근이’를 들 수 있다. ‘상근이’는 그레이트페리니즈 견종으로, 해당 프로그램에 마스코트로 등장하였고 ‘국민견’이라 불리며 각종 CF, 드라마에 출현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상근이’가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인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의 그레이트페리니즈 입양관련 글은 약 30개인 반면 프로그램 출연 후인 2007년부터 2008년 사이의 관련 글은 약 90개에 달한다. 유행을 끌면서 상근이의 분양가는 1년만에 50만 원 대에서 100만 원 대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하지만 몇 년 후 ‘상근이’를 닮은 대형견들이 대거 버려지고 안락사 되었다.
지난 2016년, 서울 동대문구의 한 동물병원에서는 “’삼시세끼’가 방영될 땐 장모치와와를 분양받고 싶다는 사람이 꽤 있었고 지금은 ‘개밥 주는 남자’에 나오는 웰시코기에 대한 입양 문의 가 많다’ 고 한다.
유행하는 품종 견이 생기면 전국 펫샵에서는 해당 견종의 판매량이 급증한다. 펫샵에서 판매되는 강아지들은 대부분 개농장에서 온다. 개농장에서는 유행견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주사기를 통해 임신을 시키고 엄마개는 자기 몸집만 한 뜬장(바닥에 일정 간격을 띄우고 설치된 철제 우리, 분뇨가 철망을 통과해 바닥으로 떨어져 사육자 입장에서 처리가 수월함)에서 새끼를 낳는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란 새끼들은 병에 취약하고 개농장 내부가 어두운 탓에 시력도 발달하지 못한다. 이렇게 낳은 새끼들은 2개월 안에 경매장으로 가 펫숍 주인에게 입찰된다. 입찰되지 못한 강아지들은 버려지거나 식용으로 쓰이거나 개농장의 어미견으로 쓰여 평생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간다.
혜전대학교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선호 견종을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 중 50.6%가 귀엽고 애교가 많아서, 25.3%는 얼굴이 예뻐서, 6.5%는 크기가 작아서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이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그저 ‘귀여워서’ 덜컥 입양을 결정하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인형이 아니다.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합한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하며 질병에 걸렸을 때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지난 5월 각종 펫샵에서는 ‘우리 아이에게 동생을 만들어주세요’, ‘어린이날 할인 이벤트’ 와 같은 문구로 분양을 홍보했다. 광고 문구에 현혹되거나 그저 귀엽다는 이유로 충동 분양을 하지 말아야 한다. 수요가 없다면 공급도 없다.
인천광역시 수의사회 유기동물보호소 관계자는 ‘유행했던 강아지들이 유기센터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한 종이 유행하면 2~3년 뒤에는 유기견으로 발견되곤 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 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따르면, 2010년 포메라니안종 유기견 수는 399건에 불과했지만 인기가 급증 한 후 2018년에는 포메라니안종 유기견 수가 2217건으로 늘어났다. 2018년 비숑 프리제의 유기는 348건이었지만, 인기를 얻기 전인 2010년에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반려견이 유기되면 대부분 안락사된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사람은 귀엽다는 이유로 무턱되고 입양을 결정하면 안 된다. 반려견의 평균 수명은 15년이다. 15년동안 책임지고 잘 키울 수 있는지 15년동안 키울 여건이 되는지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반려동물 입양을 결정해야 한다.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닌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