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많은 치킨을 먹을까?
치느님, 치맥, 1일 1치킨. 치킨을 부르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신조어다. 최근에는 치킨과 맥주를 먹는 축제인 ‘치맥 페스티벌’까지 열리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일상적으로 치킨을 먹고 있으며 복날에는 더 많이 먹는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치킨을 먹고 있을까?
우리가 치킨으로 먹는 닭(육계)은 매년 10억 마리 정도가 도축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20배에 달하는 닭들이 매년 죽고 있는 것이다. 월별로는 평균 8천만 마리의 닭이 도축되고 있는 것인데, 복날이 있는 7월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1억 마리의 닭이 도축된다. 우리나라 인구 5천만명도 이렇게 많게 느껴지는데, 10억 마리의 닭은 다 어디서 살고 있는 걸까?
생명이 아닌 기계부품
현대사회로 들어서며 ‘공장식 축산’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경제 논리에 따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축산물을 생산하는 방식인데 그 모습이 공장과 같다고 하여 ‘공장식 축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장식 축산에서는 좁은 공간에 수만 마리의 동물들이 길러진다. 닭(육계)의 경우 평당 60마리 정도가 사육된다. 10평짜리 원룸으로 생각하면 600마리 정도가 한 공간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이다. 10억 마리에 달하는 닭을 일상에서 보기 힘든 이유도 이것이다. 좁은 실내에 수많은 닭들 가두어 기르다 보니 일반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서의 사육은 동물의 복지를 심하게 저해 시킨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좁은 공간에서는 먹고 자고 싸는 것 외에는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 약한 닭은 다른 닭들에게 밟혀 죽기도 한다. 닭은 본래 일정한 공간에서 무리를 지어 다니는 종이다.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거나 흙을 파서 먹이를 찾기도 하고, 때로는 모래목욕도 즐긴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에서 길러지는 닭들은 본연의 행동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
닭을 무리하게 개량시킨 것도 큰 고통을 유발한다. 짧은 기간에 많은 고기를 생산해야하다보니 닭은 급속도로 크게 성장하게끔 바뀌었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같은 기간 동안 4배가량 더 크게 성장한다. 너무 빠른 속도로 무겁게 크다 보니 자기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다리가 부러진다. 비대해진 닭의 가슴살은 심장을 무리하게 압박한다. 실제로 육계는 심장질환과 골다공증을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먹는 치킨은 대부분 30일 정도 길러진 닭이다. 사실 닭이라기보다는 병아리에 가깝다. 개량되지 않은 닭이 5개월이 지난 뒤에 성체가 되고 10년 이상 사는 것과 비교해보면 공장식 축산의 닭은 찰나의 순간을 고통스럽게 살다가 죽는다.
일주일 뒤면 초복이다. 살을 찌우는 것보다 살을 빼는 것이 관건인 현대 사회에 복날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닭을 먹어야만 하는걸까? 올해도 어김없이 수억마리의 닭이 30일 동안의 삶을 마치고 치킨으로, 삼계탕으로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