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래닛타임즈 Jul 15. 2022

호주 시드니에 등장한 새로운 산호

위험한 침입자일까, 아니면 무해한 피난자일까?

전 세계에서 산호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산호는 주변 환경에 극도로 민감한 생물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의 상승과 산성화는 산호의 생존에 커다란 위협이 된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산호에 공생하고 있던 조류가 떠나고 산호는 색깔을 잃는다. 이것이 ‘백화 현상’이다. 공생 조류가 떠난다고 산호가 바로 죽는 것은 아니지만 그 기간이 길어지면 산호는 결국 죽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해수가 대기 중에 증가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산성화되면 산호의 외골격인 탄산칼슘의 형성을 방해한다. 


전 세계 해양생물의 약 25%가 의존하고 있는 산호 생태계의 존속은 매우 중요하다. 4,000종 이상의 어류를 포함하여 수많은 해양생물이 산호초에서 서식하고, 번식하고, 포식자를 피해 몸을 숨긴다. 그런데 최근 길이가 무려 2,000k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산호 지대인 호주 북동부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는 수온이 올라가면서 아열대 산호가 더 차가운 바다를 찾아 더 남쪽으로 내려가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호주 남동부의 시드니 주변 해안은 이러한 새로운 아열대 산호의 새로운 서식지가 된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아열대 산호는 위험한 침입자일까? 아니면 무해한 피난자일까?  


지난 6월 16일 학술 저널 Coral Reef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가 기후변화로 인해 서식지를 잃어가는 아열대 산호에게 일종의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원래 시드니에 서식하고 있던 산호에게는 달갑지 않은 현상일지도 모른다. 


시드니공과대학교의 산호 연구진은 시드니에 새로 등장한 산호(Pocillopora aliciae)와 기존에 시드니에 서식하던 산호(Plesiastrea versipora)를 대상으로 해수 온도의 상승 조건 아래 생리학적 특성과 행동적 특성을 연구했다. 이 대학의 미래 산호 프로그램(Future Reefs Program)의 연구 리더인 제니퍼 매튜스 박사에 따르면 새로운 산호 종에게는 더 큰 온도 변화를 견딜 수 있는 생리학적 기제가 있지만, 기존 종에게는 이러한 생리학적 기제가 관찰되지 않았다. 즉, 기존 종이 온도 변화에 더 취약하다는 이야기다. 연구진은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열대화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산호 종이 원래 종을 밀어낼 것으로 예측했다. 


시드니공과대학교의 연구진은 온대 기후대에 속하는 시드니 주변 해안에서 아열대 산호가 어떻게 최적이 아닌 환경에서 살아남고 번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며, 이러한 연구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산호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구 참여자인 브리짓 소머 박사 역시 갈수록 더워지는 바다에서 어떤 종의 산호가 어떻게 극지방을 향해 분포 범위를 이동할 수 있는지와 이들이 기존에 있던 종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이 역동적인 생태계를 보호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인간에 의한 기후위기는 수많은 종을 원래 서식지에서 밀어내고 갈 곳 없는 종은 멸종에 이르게 하고 있다. 호주의 두 산호 종이 보여 주는 것처럼,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에 서식하던 종과 새로 ‘피난 온’ 종 간의 새로운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누군가는 밀려나고, 누군가는 아예 사라질 것이다.  


찰스 다윈의 기념비적인 저서 『종의 기원』이 처음 출판된 지 16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종의 전쟁’이 나올 시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전쟁에서 누가 이기든 우리는 생물다양성을 상당히 잃어버린 훨씬 단순하고 취약해진 지구에서 살아가게 될 것임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존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리라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생물다양성이라는 말이 곧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너무 자주 잊곤 한다. 



참고문헌  

González-Pech, R. A., Hughes, D. J., Strudwick, P., Lewis, B. M., Booth, D. J., Figueira, W. F., ... Matthews, J. (2022). Physiological Factors Facilitating the Persistence of Pocillopora Aliciae and Plesiastrea Versipora in Temperate Reefs of South-Eastern Australia under Ocean Warming.

Coral Reefs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치킨을 먹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