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래닛타임즈 Jul 20. 2022

카리브해의 멸종위기 앵무새 지키기

생태관광이 해답일까?



▲ 도미니카연방의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인 붉은목앵무새 세 마리가 날아가고 있다. Photo by Peter Kleinhenz on Mongabay.

기사 요약

 1. 카리브해 소앤틸리스 제도에는 멸종위기의 앵무새가 서식한다.

 2. 이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앵무새를 보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이 있다.

 3. 생태관광은 멸종위기 앵무새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사회 개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앤틸리스 제도는 카리브해의 동쪽에 있는 여러 작은 나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엄청난 규모의 허리케인이나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소식을 듣기가 어려운 머나먼 작은 섬나라들이다.

지난 6월 29일 환경운동가인 피터 클라인헨즈가 비영리 환경 전문 매체인 몽가베이(Mongabay)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소앤틸리스 제도에는 오직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앵무새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세인트빈센트앵무새(Amazona guildingii)는 오직 세인트빈센트 섬에, 세인트루시아앵무새(Amazona versicolor)는 오직 세인트루시아 섬에 서식하며, 붉은목앵무새(Amazona arausiaca)와 황제앵무새(Amazona imperialis)는 도미니카연방에서만 관찰된다.


지리적으로 한정된 지역에만 분포하여 서식하는 이러한 고유종은 이 지역에서 사라지는 즉시 전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보전 가치가 매우 높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는 세인트빈센트앵무새, 세인트루시아앵무새, 붉은목앵무새는 ‘취약종’, 황제앵무새는 ‘위급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모두 멸종이 우려되는 상태다.

▲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 세인트빈센트앵무새, 세인트루시아앵무새, 붉은목앵무새는 ‘취약종’, 황제앵무새는 멸종 위험도가 더 높은 ‘위급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대륙으로부터 고립되어 있고 면적이 작은 데다 허리케인과 화산 폭발이 잦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앵무새는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2017년 5등급 허리케인 ‘마리아’는 도미니카연방에서 마치 거대한 잔디 깎는 기계처럼 수천 그루의 나무를 잘라냈고, 2021년 라 수프리에르 화산 폭발은 세인트빈센트 섬을 화산재로 뒤덮었다. 더구나 앵무새에게는 생존에 불리한 조건도 여러 가지다. 앵무새는 잘 자란 나무가 많은 성숙한 숲의 나무 구멍에 둥지를 트는데 이러한 나무는 자연재해와 삼림 벌채에 취약하다. 대부분의 앵무새 종은 번식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는 데 몇 년이 걸리며 알을 1~2개만 낳기 때문에 개체수가 증가하는 속도도 더디다. 그리고 색상이 화려하고 지능이 높은 앵무새는 오랫동안 불법적인 거래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미 카리브해 전체의 앵무새 고유종 34종 중 19종이 사라졌다는 보고도 있다.


문제는 이렇듯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황 분석과 대처를 위한 기본적인 모니터링조차 제대로 수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세인트빈센트 섬의 경우 전체 조류 총조사가 이루어진 것이 2010년이 마지막인 실정이다.


그렇다면 앵무새를 보호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클라인헨즈는 이 지역의 여러 이해관계자가 ‘생태관광’을 앵무새 보호와 지속가능한 지역 사회 개발을 위한 최선의 경로로 꼽고 있다고 말한다.


▲ 도미니카연방의 국립공원 탐조 가이드. Photo by Peter Kleinhenz on Mongabay.


왜 생태관광일까? 생태관광객, 그중에서도 조류관찰자들은 여러모로 독특한 방문객이다. 시간이 제한된 조류관찰자는 현지에서 탐조 가이드를 고용하여 ‘목표’ 새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 지역에 서식하는 새의 모습, 소리, 행동을 알고 있는 현지 탐조 가이드는 자신의 전문 지식을 공유할 수 있다. 그래서 조류관찰자는 기꺼이 적지 않은 금액을 탐조 가이드에게 지불한다. 2009년 한 연구에 따르면 도미니카연방에서 생태관광객은 일반 여행객에 비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했다고 한다. 이러한 ‘탐조관광’이 지역의 수익원이 되면 더 많은 현지 주민이 탐조 가이드가 되기 위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추게 될 것이고 이들의 전문성은 앵무새 모니터링과 보전 활동을 수행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또 더 많은 사람이 앵무새의 존재를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되면 앵무새 보전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에도 힘이 실릴 것이다.


작지만 의미 있는 행동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카리브해의 앵무새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제 비영리 기구인 버즈캐리비언(BirdsCaribbean)은 올해 말 세인트빈센트 섬에서 5일간의 현지 탐조 가이드 육성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조류를 식별하는 법, 현장에서의 조류 관찰 방법, 모니터링 방법 등을 교육할 계획이다.


▲ 가운데에 황제앵무새가 그려진 도미니카연방의 국기. Image by Wikipedia.


카리브해의 또 다른 섬 자메이카 출신의 한 시인은 “앵무새는 하늘의 지배자이다. 이 왕국은 태곳적부터 앵무새들의 것이었다.”라고 했다. 화려한 색으로 하늘을 수놓는 앵무새들이 없다면 카리브해의 하늘은 공허할 것이다. 앵무새를 보기 위해 지역을 찾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지역 주민들이 앵무새에 대해 가진 자부심이 지속된다면(도미니카연방은 국기의 한가운데에 황제앵무새를 그려 넣었다!), 카리브해의 앵무새에게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참고문헌

Kleinhenz, P. (2022, June 29). Parrots of the Caribbean: Birding tourism offers hope for threatened species. Mongabay. Retrieved July 1, 2022, from: https://news.mongabay.com/2022/06/parrots-of-the-caribbean-birding-tourism-offers-hope-for-threatened-species/

Slinger-Friedman, V. (2009). Ecotourism in Dominica: Studying the potential for economic development, environmental protection and cultural conservation. Island Studies Journal, 4(1): 3-24. doi:10.24043/isj.225

Guidelines for Using the IUCN Red List Categories and Criteria. Retrieved July 9, 2022, from https://nc.iucnredlist.org/redlist/content/attachment_files/RedListGuidelines.pdf






매거진의 이전글 웃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