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요약
1. 서울대공원에서 나고 자란 침팬지 해외 동물원으로 반출될 위기
2. 침팬지가 보내질 동물원은 동물학대로 유명한 곳
3. 침팬지가 보내지는 이유는 잡종이기 때문
서울대공원에서 나고 자란 침팬지 관순이와 광복이
서울대공원에는 두 부류의 침팬지가 살고 있다. 관람지역에 있는 순혈종 침팬지와 비관람지역에 있는 잡종 침팬지. 전자는 비교적 넓은 사육장에서 살고 있지만, 후자는 좁은 사육장에 갇혀 있다. 잡종 침팬지 관순이와 광복이는 10년 전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났다. 태어날 당시에는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해외 체험동물원으로 반출될 위기에 놓여있다.
관순이 광복이가 보내지기로 한 곳은 인도네시아의 체험동물원 ‘따만 사파리’이다. 해당 동물원은 동물 체험으로도 유명한데, 관람객들이 직접 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만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동물을 ‘체험’ 할 수 있다는 말은, 그만큼 동물의 ‘복지’가 낮아진다는 의미다. 관람객이 주는 먹이를 받아 먹게 하기 위해서 동물에게는 충분한 먹이가 급여되지 않는다. 관람객이 만져도 온순하도록 사람의 손길에 익숙해지기를 강요받는다. 해당 동물원은 과거 호랑이와 관람객의 사진 찍기 프로그램을 위해 호랑이에게 약물을 투여한 전적도 있는 곳이다.
서울대공원은 관순이 광복이의 현재 사육환경이 열악하고 ‘따만 사파리’의 사육환경은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현지 시민단체는 ‘따만 사파리’를 방문하지 말아야 할 동물 학대 시설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관순이 광복이가 왜 해외 체험동물원으로 가야 하는 걸까?
종보전과 순혈주의
서울대공원이 주장하는 관순이 광복이의 반출 사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두 침팬지는 남매 사이라서 근친 번식을 막기 위해 격리해서 사육하고 있으며, 이는 사회적 동물인 침팬지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암컷 침팬지 관순이는 이미 호르몬을 이용한 피임 시술을 받았고, 수컷 침팬지 광복이도 필요하다면 중성화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근친 번식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다른 침팬지와 합사 할 수 있다.
둘째, 종보전의 측면에서 관순이와 광복이는 순혈 개체가 아니기 때문에 유전적 가치가 낮다는 주장이다. 한 마디로 잡종이기 때문에 별다른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이 주장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우선 동물원이 종보전에 역할을 하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종보전이란 해당 동물종이 생태계 안에서 본연의 역할을 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동물이 철장에 갇힌 채 하루하루 삶을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인위적 도움 없이 생존하고 번식하도록 하는 것을 종보전이라 한다. 일부 동물원에서는 멸종위기종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재도입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그 숫자는 미비하다. 서울대공원도 가입해 있는 ‘북미 동물원 수족관 협회(AZA)’에 소속된 동물원과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동물 종은 8,700종에 달한다. 이 중 멸종위기종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재도입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숫자는 50종에 불과하다. 비율로 따지면 동물원이 보유하고 있는 종의 0.6%만이 종보전의 혜택을 받는다.
서울대공원이 동물을 다른 시설로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에는 알락꼬리여우원숭이 21마리를 국내 실내동물원으로 보냈다. 당시에도 시민단체의 반발이 있었지만, 서울대공원은 해당 동물의 반출을 강행했다. 현재 반출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들은 햇빛도 들지 않는 사육장에서 먹이주기 체험에 동원되고 있다.
침팬지는 사람과 가장 비슷한 동물 중 하나다. 그래서 우리는 침팬지를 사람과 함께 유인원으로 분류한다. 침팬지는 도구를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교육을 통해 후대에 지식을 전수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인간이 아니지만 감정과 자의식을 가지는 ‘비인간 인격체’라고도 불리며 침팬지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법적 판결도 내려지고 있는 시대이다. 그만큼 침팬지는 인간과 유사하며 높은 지능을 가지고 다양한 사회를 이루며 산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침팬지 관순이 광복이는 잡종이라는 이유만으로 해외 동물원으로 반출될 예정이다.
최근 관순이 광복이의 체험동물원 반출을 반대하는 집회가 시민들의 주도로 매주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대공원은 침팬지 반출을 강행 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공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동물원이다. 국민의 절반이 동물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에 혈세로 운영되는 공영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침팬지를 해외 동물원으로 보낼 것이 아니라, 남은 생을 좋은 환경에서 복지를 보장받으며 살아가게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