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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닛타임즈 Jul 25. 2022

수족관 돌고래는 어디서 왔을까?


▲ 쇼에 동원되고 있는 돌고래들  © 플리커

기사 요약

1. 우리나라에는 22마리의 돌고래가 수족관 갇혀 있다.

2. 수족관 돌고래 1마리를 잡기 위해, 3마리의 돌고래가 희생된다.

3. 돌고래를 위한 안식처 '생추어리'가 하루 빨리 건립되어야 한다.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여행할 때면 누구나 한 번쯤 수족관에서 돌고래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육사의 지시에 따라 공을 튕기고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돌고래는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돌고래가 수족관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을 그리 많지 않다.


수족관에 갇힌 22마리 돌고래

우리나라 수족관에는 22마리의 돌고래가 전시되어 있다. 제주도에서 온 ‘남방 큰돌고래’, 일본에서 온 ‘큰돌고래’, 그리고 러시아에서 온 ‘벨루가’이다. 사실 어딘가에서 ‘왔다’는 표현보다는 ‘강제로 잡혀 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우리나라 수족관에 전시된 돌고래는 야생 바다에서 포획되어 온 개체들이다. 


▲ 우리나라 수족관에 전시된 돌고래의 숫자. 대부분은 일본에서 잡혀온 큰돌고래이다 / 자료출처:핫핑크돌핀스


돌고래를 잡아 오는 과정은 무척이나 잔혹하다. 우리나라 수족관 돌고래의 대부분인 큰돌고래의 경우 일본 다이지 마을에서 잡아 온다. 다이지 마을에서는 돌고래를 좁은 만에 몰아 넣고 작살로 포획한다. 다 자란 돌고래는 숨구멍에 작살을 꽂아 척수를 두 동강 내서 죽이고, 아직 어린 돌고래는 산 채로 잡아 해외 수족관에 팔아 넘긴다. 돌고래를 수족관으로 수출하면 마리당 1억에 달하는 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년 다이지 마을에서는 돌고래 포획이 이어지고 있다. 약 6개월 동안 이어지는 돌고래 잡이 기간 동안 평균 560마리의 돌고래 희생되고 180마리의 돌고래가 산 채로 잡힌다.


▲ 다이지 마을에서는 매년 수백마리의 돌고래가 희생되고 있다. 우리가 수족관에서 보는 돌고래 대부분은 일본에서 잡혀온 돌고래이다  © '더 코브' 다큐멘터리


돌고래들의 무덤

수족관 돌고래는 포획 과정도 문제지만 전시되는 환경도 돌고래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자연에서 돌고래는 매일 수백km를 헤엄친다. 하지만 수족관에서 돌고래에게 허락된 공간은 가로⋅세로 10m의 공간 뿐이다. 그래서 수족관에 가보면 돌고래들이 계속해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야생동물을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 사육할 때에 나타나는 ‘정형행동’이다. 이런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부적합한 사육환경과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이상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 돌고래에게 허용된 공간은 가로⋅세로 10m의 공간 뿐이다  © 셔터스톡


돌고래가 먹는 먹이도 자연과는 전혀 다르다. 야생 돌고래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사냥하지만 수족관에서는 냉동 생선을 하루 몇차례 던져줄 뿐이다. 처음 수족관에 잡혀 온 야생 돌고래들은 한동안 냉동 생선을 먹지 않는다. 그러다 며칠을 굶고 다른 먹이를 먹지 못하면 마지못해 냉동 생선을 먹기 시작한다. 이마저도 돌고래쇼가 있는 날에는 쇼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 굶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매년 수족관에서는 돌고래가 죽는다. 지난 30년 동안 70마리 정도가 수족관에서 폐사했으며, 최근에는 매년 5~6마리 정도가 죽고 있다. 수족관은 돌고래에게 지옥 그 자체다.


돌고래를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을까?

10년 전쯤 제주 바다에서 수족관 돌고래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갔다.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는 지금도 다른 돌고래들과 무리 지어 잘살고 있다. 하지만 모든 돌고래가 제돌이처럼 바다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제주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도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 김솔


돌고래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야생에 다시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무리 지어 사는 돌고래의 특성상 본래 살던 바다의 다른 돌고래 무리와 교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무리 속으로 들어가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족관에 전시된 돌고래는 대부분 일본과 러시아에서 잡혀 온 큰돌고래와 벨루가이다. 그들이 본래 살던 바다에서 야생화 훈련을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돌고래를 야생화 훈련 과정 없이 바다로 돌려보낸다면 죽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우리나라 수족관 돌고래는 여생을 수족관에서 보내다 죽는 길 밖에 없을까? 다행히 다른 방안이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기 힘든 동물들을 위한 안식처인 ‘생추어리’이다.


돌고래들의 안식처 생추어리

생추어리는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든 동물이 여생을 자연과 유사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하는 안식처의 개념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돌고래를 위한 생추어리가 지어졌으며 자연으로 돌아가기 힘든 개체들을 보호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이런 시설을 짓고 관리할 돈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돌고래가 수족관에 갇힌 것은 돌고래를 수입하고 전시해온 수족관 기업과 이를 허용해준 정부의 책임이다. 이에 시민사회는 정부와 기업에게 돌고래 생추어리 건립을 요청하고 있고, 해양수산부에서는 돌고래 바다쉼터(생추어리) 타당성 조사를 위한 예산을 신청했지만 지난 해 기획재정부에 의해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돌고래 생추어리 건립을 위한 예산과 인력은 없는 상황이다.


▲ 아이슬란드에 건립된 벨루가 생추어리. 수족관에서 고통 받던 벨루가들이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장소이다  © sea life trust


지금도 22마리의 돌고래들이 수족관에 갇혀있다. 시민들이 돌고래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수족관을 방문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지만, 정부와 기업이 돌고래를 위한 생추어리 건립에 힘쓰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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