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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닛타임즈 Feb 14. 2022

지구에 해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

동네 속에 스며든 제로웨이스트샵 ‘무해공간’

© 김선주


제로웨이스트와 친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늘면서 관련 제품이나 정보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관심이 많아도 막상 바쁜 생활 속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아예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자 주택가 안쪽으로 자리 잡은 제로웨이스트 숍이 있다. 바로 성남동에 위치한 ‘무해공간’이다. 지구에 해가 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 무해공간의 김완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자 김선주




Q. 원래부터 제로웨이스트와 환경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계셨나요? 

“저는 원래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다니고, 새벽 배송을 좋아하는 보통의 사람이었죠.(웃음) 어느 날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였는데 점차 비슷한 다른 책들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몇 권의 책을 읽다 보니 환경에 대한 어떤 공통적인 삶의 방향이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가게 이름인 ‘무해공간’도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았죠.”

                     

© 김선주


무해공간은 21년 봄에 문을 열어 아직 운영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곳이지만, 벌써 가게 안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천연수세미, 소창행주, 순면생리대 등 친환경 제품뿐 아니라, 공정무역 제품과 친환경 반려동물용품도 눈에 띈다. 각양각색 선반과 탁자에 놓인 물건들을 둘러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여기 있는 가구 대부분 당근마켓을 통해서 마련했어요. 누군가에겐 쓸모 없는 물건이지만 저에게는 쓸모있는 물건이 됐죠. 상부 수납장과 개수대도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카페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쓰고 있어요.”

                     

© 김선주

 

Q. 제품은 어떤 기준으로 들이시나요? 

“기존에 제가 쓰던 제품들도 있고, 친환경 제품 중에서도 취약계층 지원 등 제 가치관과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브랜드의 제품을 중점적으로 들이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대체가 가능해서 접근장벽이 낮은 제품들 위주로 구성하려고 해요. 이 동네는 젊은 분들보다는 오래 거주하신 분들,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많기 때문에 아보카도 오일이나 밀랍 같은 제품은 다가가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쉽게 사용할 수 있고, 기존에 사용하던 것을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제품들을 주로 들이고 있어요.”


Q. 지나다니면서 볼 수 있는 길가가 아닌 주택가 안쪽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나요? 

“제가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있을 때는 이런 가게가 많지 않아서 서울까지 다녀와야 했어요. 가까이 있어야 실천하기가 더 쉽다는 아쉬움을 직접 겪었다 보니 동네 안에 이런 가게가 있으면 저와 비슷한 아쉬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곳에 열게 됐어요. 동네에 이런 가게가 있으면 아예 몰랐던 사람들도 새롭게 알게 되고, 조금 알던 것도 더 많이 알게 될 수 있으니까요.”               

      

© 김선주


동네 깊숙이 자리 잡아서인지 무해공간은 지역 기반의 상생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동네 자원순환센터로서, 버려지는 것들을 재활용 폐기물의 수거 거점 역할도 하고 있다. 우유갑과 멸균팩, 투명 페트병은 물론이고 아이스팩이나 폐건전지, 브리타 필터도 수거하고 있다. 마침 들어온 손님이 투명 페트병을 가득 모아 가져왔다. 이렇게 가져오면 매장 내에서 사용 가능한 적립금으로 바꿀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서가에는 ‘서점결’과 협업하여 환경 관련 큐레이션 도서를 판매하고 수익금 일부를 청소년 지원 등에 기부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직접 다양한 의제를 나누고 해결하는 마을생활 실험실 활동을 통해 마을의 환경 이슈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도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노인종합복지관과 함께하는 환경재생 프로젝트다.         

            

© 김선주


Q. 입구에 팻말이 붙어있던데, ‘수정환경지킴가게 3호점’은 무슨 뜻인가요? 

“수정노인종합복지관과 함께하는 환경보호 프로젝트인데, 지역 어르신들이 쓰임이 다한 종이 쌀포대의 안감 종이를 직접 재단해서 봉투로 재탄생시킨 것을 저희 가게에서 봉투 대신 사용해요. 환경도 보호하지만 어르신들의 일자리도 보장하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죠. 봉투 생김새도 굉장히 힙하지 않나요?(웃음)” 



이같이 많은 활동과 노력에 대단하다는 찬사를 표하자 김완기 대표는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뿐이라며 덧붙였다. 



“제가 경계하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무조건 옳다’는 믿음이에요. 플라스틱을 쓰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에요. 너무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불필요한데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지, 필요하다면 당연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해 드릴 뿐이죠. 가령 수세미를 사려고 한다면 아크릴 수세미도 있지만 천연 수세미도 있으니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요.”



환경을 생각하는 선택지가 가까운 곳에 더욱 많아지길 바라면서,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지구에 해가 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무해공간처럼 동네마다 제로웨이스트숍이 하나둘 생겨나길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무해공간

주소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원터로105번길 5-1

운영 시간 : 10:30~20:30 (매주 화요일 휴무)

홈페이지 : 인스타그램(@harmless_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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