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비거닝』
『비거닝』은 동녘 출판사에서 2020년에 출간한 채식, 비거니즘 책이다. 총 10명의 저자가 한 꼭지씩 쓴 글을 편집한 책이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베지닥터 사무국장 이의철 작가는 건강한 비건 생활을 위한 글을 썼다. 조한진희 작가는 ‘연결성을 넘어 위치성’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다. 그는 비건과 채식이 단순히 ‘선악’의 문제나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타자와의 연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식과 비건 문제를 백래시가 아닌 관점에서의 비판이 새로웠고 꼭 필요한 성찰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조지 몽비오 작가는 기후 변화 관점에서 비거니즘 내용을 서술했고, 김산하 작가는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중요하지만 간과되는 음식 차원에서의 비거니즘 담론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이 외 다른 작가들은 불완전한 비거니즘, 기타 채식 문화에 대한 글을 썼다.
책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내용을 공유한다.
첫째, 버터를 좋아하는 이라영 작가의 글이다. 이라영 작가는 발음이 훌륭하지 못한 혀라도 맛에 대한 욕망은 대단하다는 그의 말처럼, 자신이 얼마나 버터를 사랑하는지 아주 유쾌하게 풀어낸다. 글 후반부에는 고기는 남의 살, 버터는 남의 젖임을 이야기하면서 버터와의 이별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새로운 비건 버터와의 만남으로 글을 맺는다. 채식주의자 혹은 비건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만한 고뇌를 매우 흥미롭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풀어냈다.
둘째, 탄소배출량과 축산업과의 관계를 통계 수치로 이야기하며 축산업의 비생산성을 지적하는 조지 몽비오 작가의 글이다.
“영국 산지 농장에서 생산되는 소고기 단백질 1kg이 643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같은 곳에서 생산되는 양고기 단백질은 1kg은 749kg를 배출한다. 어느 동물에서 나온 단백질이든 1kg이 내뿜는 온실가스양은 런던에서 뉴욕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보다 많은 것이다.”
이전보다는 축산업과 고기로 인한 탄소배출량 이야기가 많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공론화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글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김산하 작가의 음식 차원에서의 비거니즘 담론이다. 비거니즘에 대한 담론이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요인은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상과 면밀하게 닿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김산하 작가는 사람들의 모순성을 지적한다.
“어떤 사안이든 문제적 이면이 있으면 이를 묻고 알아보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은 이면의 얘기에 대해 관심이 많다. 예를 들면, 정치적 공약이나 상품의 선전, 뉴스와 기사 등을 깊은 불신으로 대한다. 속셈과 저의를 캐묻는다. 이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태도인데 이상하게도 음식에 대한 문제에는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김산하 작가는 음식이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육상 면적 전체에서 사막이나 빙하를 제외한, 인간이 살 만한 땅이 71%인데 이 중 절반을 농업이 차지한다고 말한다. 음식 문제, 특히 축산업 문제는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축산업은 단순히 고기 생산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가축이 먹을 사료 생산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책 뒤표지에 나온 문구처럼, 전체적으로 <비거닝>에서는 ‘회색 채식’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환경, 탄소배출량, 음식 등 다양한 차원의 비거니즘 담론이 반가웠다. 비건과 채식의 진입장벽을 많이 낮췄다는 점에서 비건과 채식에 기웃거리는 누군가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비거니즘은 애초에 ‘동물’에 대한 담론이다. 책에는 동물 개체의 고통과 권리 이야기가 깊이 있게 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했다.
에디터 이현우
※더 많은 환경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플래닛타임즈(클릭)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