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A2는 비건 리포트 카드, 1221개 대학 중 244개 대학 A등급
채식 선택권도 하나의 권리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전북교육청은 2011년부터 ‘채식의 날’을 주 1회 시범 운영하면서 공공급식에서 채식 활성화를 선도하고 있다. 2013년에는 채식건강식단 자료집 <채식, 맛이 보인다!>를 발간하여 도내 전체 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국내에서 채식 선택권이 보장된 기관은 ‘군대’다. 2020년 2월부터 병역 판정 검사 시 '채식주의자' 표시 칸을 추가되었고 이에 따라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2020년 입대를 앞둔 청년이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라며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런 배경 가운데 다른 교육청에서도 채식의 날을 지정하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또한 각 지자체 의회는 채식 환경 조성을 위한 조례들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군대의 사례를 제외하곤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례의 내용은 의무성을 띠지 않는 데다가 학교 공공급식은 매 끼니마다 채식 메뉴가 제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교의 채식 인프라 상황은 어떠한가? 군인이나 초중고 학생은 한정된 공간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채식 선택권에 관한 논의들이 활발히 진행되었고 실제로 성과가 생겼다. 하지만 대학생은 학생식당에서만 식사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인근 식당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식사를 해도 된다.
그럼에도 대학교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학생식당에서의 채식 메뉴 제공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대학교 캠퍼스는 넓기 때문에 외부 음식점까지의 이동거리가 멀다. 게다가 주변에 상가가 지극히 적은 캠퍼스도 존재하기 때문에 학생식당 내 채식 메뉴 제공은 필요하다. 또한 넉넉지 않은 경제력 때문이라도 ‘복지’ 차원에서 적어도 하나의 메뉴 정도는 제공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국내 채식 메뉴가 매 끼니마다 제공되는 학교는 서울대학교, 동국대학교뿐이다. 학기 중에만 운영되며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잠정적으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중앙대학교는 2021년 9월부터 주 1회 비건 메뉴를 제공하고 있고, 서울시립대학교도 2021년 10월부터 주 1회 채식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국 대학 수가 336개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국내 대학의 채식 접근성은 매우 열악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해외는 어떨까? 먼저 미국의 사례를 보자. PETA2는 비건 리포트 카드(Vegan Report Card)를 통해 미국 내 대학의 비건 접근성을 평가하고 지도에 표기했다. 총 1221개 대학 중 244개의 대학이 A등급을 받았다.
평가 항목은 총 10가지다. ▲매 끼니마다 비건 식단 제공 여부, ▲두유나 귀리유 등의 우유 대체품을 제공 여부, ▲비건 식단 라벨링 여부, ▲비건 후식 라벨링 여부, ▲위원회에 비건 지향인 포함 여부, ▲비건 옵션 홍보 여부, ▲고기 없는 월요일 참여 여부, ▲비건 메뉴만을 제공하는 식당 여부, ▲비건만이 식사할 수 있는 시설 여부, ▲난류 대체품 제공 여부 등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채식을 제공하는 대학의 정보를 알 수 있다. 식생활은 매일 마주해야 하는 일상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채식 제공 여부는 그만큼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채식을 제공하는 대학을 손가락으로 꼽아볼 수 있기에 어플 제작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채식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기에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채식이 흔한 편이다. 채식 접근성이 높다면 해외 유학생들을 유치하는 데에도 장점이 있을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PETA2에서 평가하는 방법을 차용하여 대학을 평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학 내 채식 메뉴 제공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1년 가을부터는 베를린 소재 4개 대학 34개의 구내식당에서 96%의 육류 기반 메뉴를 없앴고 유럽 내 많은 대학들이 비건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기자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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