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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닛타임즈 Feb 08. 2022

매거진 <1.5℃> 리뷰 _ 매력적인 콘텐츠로서의 기후


누군가는 친환경이 트렌드가 아니고 기후위기는 단순히 콘텐츠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인간의 생존을 위협받고 전지구의 생명체들의 존재가 흔들리는 재난이 어찌 그저 마케팅적으로만 소비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여기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겐 환경이 경제보다 중요하고 성장이 먼저다. 아무리 외쳐도 지구의 경고는 공기 중에 흩어지듯 그들의 신경을 스쳐 지나간다. 두드려도 대답 없는 철옹성과 같다.



매력 있고 멋진 삶을 꿈꾸는 많은 이들은 환경보다는 성장을 위해서 일해왔다. 자신이 몸담은 산업의 번영을 위해 고민하는 것이 많은 이들의 업이 되었다. 그렇기에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일은 더 멋지고 의미 있는 일처럼 포장되어왔고 많은 소비자들과 그들처럼 살기를 원하는 팔로워들은 그걸 믿었다. 인플루언서와 기업가와 전문가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사고 버리는 것을 부추기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친환경 콘텐츠는 재미없고 엄격하고 진지하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관심은 있어도 쉽게 발을 들이기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아무리 환경을 위한다고 해도 예쁘지 않은 업사이클링 혹은 친환경 제품은 소비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즐길 수 있는 무언가가 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서 문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화는 억지로 만든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공기관이나 단체가 주관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책임감이나 이타심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기후위기를 전달하는 목소리가 반드시 콘텐츠 자체로 매력적이고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다. 지나가는 발걸음을 멈춰 세울 수 있는, 빠르게 돌아가는 눈을 고정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진정성이 결여된 채 눈길만 끄는 콘텐츠는 스낵처럼 소비되었다가 사라진다. 기후위기라는 주제는 진정성과 콘텐츠로서의 매력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 채로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과 흥미를 동시에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더 어렵다. 어두운 이야기를 밝게만 할 수도 마냥 무겁게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1.5℃>는 인류가 지켜내야 할 지구의 평균 온도 마지노선이다. 지난해 9월에 창간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후 대응 매거진의 이름이기도 하다. 볼드한 폰트와 강렬한 색채가 특징적인 이 매거진의 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 받았던 느낌은 자극적이고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기존에 봐왔던 착한 이미지의 친환경 매거진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벌목으로 인해 사라진 숲을 담아낸 포토그래퍼 마르틴 카트스(Martin Katz)의 사진으로 시작되는 이 잡지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점은 다름 아닌 디자인이다. 표지에서처럼 기사의 제목과 주요 메시지가 꽤나 큰 사이즈의 폰트로 많은 부분을 담당한다. 종이를 너무 많이 쓴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붉은 배경에 굵게 힘을 준 글자들을 보면 얼마나 열렬히 기후위기를 알리기 위해 소리치고 있는지 그 마음이 느껴질 정도다.



외침과도 같은 레이아웃 디자인은 묘하게도 요즘의 트렌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환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소비되는 모습을 각종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환경이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콘텐츠로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누구나 환경 매거진 하나쯤은 보는 것이 당연한 의식이 되는 문화로 가는 길목에 <1.5℃>가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때는 카페에 온갖 브랜드 잡지와 경제지를 가져다 놓는 것이 힙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환경서가 그 자리를 꿰차고 들어갈 날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 매거진이 단순히 마케팅과 디자인으로만 무장한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의 질인데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국내외 사례 역시 사회적 이슈와 기업의 참여, 대안적 라이프스타일, 예술 작품 등 다채롭고 풍성하게 소개하고 있다. 여러 차례 이슈가 된 '메일함 비우기' 챕터가 인상적인데, 왜 지우지 않는 메일이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는지에 관해 데이터 센터와 관련한 자세한 스토리와 현황을 알려주는 차트까지 8페이지를 할애하여 풀어낸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느 출판사에서 출간한 것인지 궁금해지는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기업인 '소울에너지'와 매거진 '볼드 저널(bold journal)'로 유명한 '볼드 피리어드'가 함께 만들었다. 이토록 정상과 정량을 모두 갖출 수 있었던 이유를 알 것만 같다. 환경에 진심인데 또 그게 너무 매력적인 콘텐츠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이 책은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누군가에게도 많은 영감과 생각의 전환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충분하다.



지난해 8월에 공개된 IPCC 제6차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09℃ 상승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더 많은 설득과 전방위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에 때마침 나타난 <1.5℃>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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